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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꼽히는 영어 ‘전용’ 강의
강진희, 김수진 ㅣ 기사 승인 2019-05-18 06  |  617호 ㅣ 조회수 : 1176


▲출처 : 조선일보


  우리대학 A 씨는 현재 전공필수 과목을 영어 전용 수업으로 듣고 있다. 학문 자체의 어려움에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이해하고 습득해야 한다는 부담이 더해져, 학생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심지어 교수의 강의방식도 불만의 원인 중 하나다. 교수가 미리 작성한 파워포인트 자료를 읽는 형태라 수업이 매끄럽지 못해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점이 그 이유다. 이런 반응을 보인 사람은 비단 A 씨뿐만이 아니다. 2017년에 실시한 한국 교육 종단 연구에서 영어 전용 수업이 학생들의 글로벌 역량을 키우는 데 역효과를 낸다는 결과가 나왔다. 영어로 수업 내용을 이해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수업 참여에 제한이 생길 수밖에 없고, 대학이 강제적으로 영어 수업을 수강하게 함으로써 생기는 심리적 반발이 크다는 이유였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대학이 영어 전용 수업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어 전용 수업은 대학평가의 국제화 지표?



  교육과학기술부는 국제화 시대 학생들의 영어 의사소통 능력 함양을 위해 2007년 영어교육활성화 5개년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한 논문*에 따르면, 교육부의 대책 발표 이후 현재까지도 대학평가에서 영어강의 비율이 대학의 국제화 지표로 강조되고 있다. 대학교들이 영어 전용 수업(English-only class)을 늘리고, 학생에게 수업 이수를 필수로 요구하는 것도 이러한 점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대학영어강의 인플레현장을 가다’라는 기사에서는(월간중앙 2011년 6월호) 전국 주요 17개 대학의 영어 전용 수업 비율이 13.5%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또한, 사립대학의 영어 전용 수업 비율은 평균 2.2%이고 국립대학의 경우 7.7%로 사립대학의 3배에 이른다는 사실 또한 강조했다.



  최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영어 전용 수업은 해외의 많은 유학생과 교환학생을 유치하고, 국제화를 내세워 세계적 명문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일종의 과정이 됐다. 많은 학자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자고 시작한 영어 전용 수업이 대학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인 ‘학문’을 방해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지나친 영어 전용 수업에 대한 신념이 한국인 영어 교사가 대다수인 한국의 현실을 고려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원어민 영어 교사가 가장 이상적인 교사고, 비원어민 교사의 강의는 영어를 습득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잘못된 통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어 전용 수업의 본질을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논문: ‘노승빈, 「한국 대학생들의 영어정체성과 영어 전용 수업에 관한 인식 연구」, (영어교육연구, 2013. 43호)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공 수업은 한국인 교수



  그렇다면 우리대학의 영어 전용 수업의 현 상황은 어떨까. 학사지원팀 윤민호 팀장에 의하면 우리대학에서는 ▲실용영어읽기와쓰기 ▲실용영어회화 등의 국제화 역량 수업을 포함한 영어 전용 수업을 매 학기 450여개 이상 개설해 운영한다. 특히 작년 2학기에는 467개, 이번 1학기에는 453개의 영어 전용 수업이 개설됐다. 이는 전체 강의의 약 17%에 해당한다.



  우리대학 내 영어 전용 수업의 궁극적 취지는 국내 학생들의 외국어 구사 능력과 외국어 학습능력을 강화하고 외국인 교환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외국인 교환학생의 학습권 보장은 우리대학 학생의 지속적인 외국대학 학점교류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기도 하다. 외국인 학생 대다수가 영어 전용 수업을 듣고 있지만 영어 전용 수업을 듣는 한국인 학생들의 수도 만만치 많다. 외국인 학생과 한국인 학생의 성적평가 공정성을 위해, 영어 수준 차를 고려해 채점방식을 다르게 진행한다. 현재 학사관리규정 제51조 제2항에 따라 교과목 담당 교수의 재량으로 외국인 특별전형 학생과 외국인 교환학생의 성적평가는 절대평가로 진행한다. 이에, 상대평가 교과목의 경우에도 담당 교수의 재량으로 외국인 학생의 절대평가가 가능하며 해당 수업의 국내학생 상대평가 기준은 절대평가를 진행한 외국인 학생 수를 제외하고 이뤄진다.



  한편, 올해 2월 15일(금) 영어 전용 수업에 관한 학사관리 규정이 개정됐다. 제50조 제3항에 따르면, B+ 이상 성적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의 비율이 70% 이하에서 60% 이하로, B0 이상은 90%에서 80% 이하로 줄어들면서, 학생들이 넘어야 할 성적의 문턱은 더 높아졌다. 이에 학생들은 ▲결과적으로 C비율이 높아졌다 ▲평균 평점이 내려가 성적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우리대학의 영어 전용 수업은 영어로만 강의가 진행되고 시간표상 ‘영어전용’으로 표시되는 수업을 말한다. 우리대학 내 영어 전용 수업은 크게 2가지(▲영어모듈강좌 ▲일반 영어전용강좌)로 나뉜다. ‘영어모듈강좌’는 타과 학생의 수강을 제한할 수 없고, 외국인 교환학생에게 먼저 수강신청 기회를 부여하는 100%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이다. 학사지원과 윤 팀장은 수업이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영어모듈강좌는 성적평가에서 제도적으로 유리한 면이 있어 수업의 진입장벽이 낮아졌으니 적극적인 참여 부탁한다”고 전했다. ‘일반 영어전용강좌’는 학생들의 어학 수준을 고려한 한국어로 병행 가능한 수업이다. 하지만 수업 중 교수가 두 언어를 병행하지 않고 한국어만 사용하거나, 단순히 수업 자료만 읽고 교수와 학생간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어 학생들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1학기 영어 전용 수업(국제화역량 강의 포함) 453개 중 296개의 강의를 외국인 교원이 담당하고 있다. 약 65%의 수업이 외국인 교원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대학 영어수업의 절반 이상을 외국인 교수가 담당하고 있음에도 국제화 역량 수업을 제외한 전공 수업 등의 일반 영어 전용 수업에서는 한국인 교수가 대다수일 뿐 외국인 교수는 찾아보기 어렵다. 전공교수가 외국인인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어 전용 수업의 취지에 걸맞게 영어 학습 능력을 증진시키고 외국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기 위해서는 외국인 전공 교수의 강의 증설을 고민해봐야 한다.



완벽함보단 노력하는 수업으로



  본지는 우리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번 달 3일(금)부터 우리대학 ‘영어 전용 수업’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은 국제화역량 수업을 제외하고 영어 전용 수업에 관한 학생들의 의견을 들었다. 설문에는 총 74명이 응했다. 결과에 따르면, ‘우리대학 내 영어 전용 수업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학생이 91.9%(68명)으로 10명당 9명이 영어 전용 수업을 수강한 적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수업을 수강한 대다수 학생 중 ‘영어 전용 수업이 영어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한 학생이 52.7%(39명)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학생들은 위의 답변에 대한 이유로 ▲수업 이해가 힘들고, 전문적인 학문을 영어로 배우기는 한계가 있다 ▲한국어로 선이해가 필요하다 ▲영어 전공자가 아닌 교수님이 진행하는 수업의 경우, 영어 구사능력이 부족해 수업 내용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수업을 들은 후, 구글링, 번역기 등을 통해 다시 독학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영어 능력이 향상되지 않고 전공내용을 영어로 단순 암기하는 상황이다 ▲영어 전용 수업임에도 한국어로 진행된다 등의 이유를 들었다.



  이처럼 영어 전용 수업에서 대다수가 영어 실력 향상에 한계가 있다고 답했으나, 해당 과목의 이해도는 상대적으로 높았다. ‘영어 전용 수업을 통한 해당 과목의 이해도는 어느 정도인가?’라는 질문에 ‘61%~80%’라고 답한 학생이 35.1%(26명), ‘81~100%’는 17.6%(13명)으로 약 50%이상이 수업의 60%이상을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점에서 영어 전용 수업에서의 영어 실력 향상 가능성과 과목의 이해도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을 도출해낼 수 있다. 결국 영어 전용 수업이 학생들의 영어능력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또한, 영어 전용 수업임에도 한국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우리대학 내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학생들은 ‘영어 전용 수업이 한국어로 진행됐을 때 느낀 점은?’이라는 질문에 ▲학교정책의 억지성을 느꼈다 ▲영어수업임을 망각하게 된다 ▲영어 전용 수업이더라도 확실히 한국어 수업으로 진행해야 학생들 표정이 변하며, 집중력과 이해도도 높아진다 ▲영어 전용 수업이 점수를 얻기에 더 유리하기 때문에, 한국어로 수업을 진행하면 다른 영어 전용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노력에 비해 성적을 너무 쉽게 얻는 느낌이다 등의 불만을 표출했다.



  더불어 학생들은 우리대학 내 영어 전용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들의 영어실력에 의문을 품기도 했다. ‘우리대학 내 영어 전용 수업을 들으면서 불편했던 점이나 좋지 않은 경험이 있다면?’이라는 질문에 ▲교수님들의 영어발음 준비가 부족하다 ▲영어 전용 수업이지만 강의자의 영어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학생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중간에 한국어를 쓰는 것은 영어 전용 수업 취지에 맞지 않다 ▲교수님의 말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등의 답변을 보였다.



  이런 점을 미뤄보아, 앞으로도 영어 전용 수업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의사를 표한 78.4%(58명)의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영어 전용 수업에 대한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또한, 학생들은 영어 전용 수업을 외국인과 함께 듣는 상황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기에 이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개선책이 필요한 때다. 설문에 따르면, ‘외국인과 함께 영어 전용 수업을 듣는 것에 부당함을 느낀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아니다’라는 답변이 81.1%(60명)으로 전반적으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생각하는 영어 전용 수업의 개선방안은 무엇이었을까. 학생들은 영어 전용 수업의 개선방안으로 ▲체계적인 수업을 하는 강사나 수업내용 이해를 위한 한국어 동영상 강의가 전제돼야 한다 ▲수강신청 시 과목명 옆에 표기해야 한다 ▲영어 전용 수업을 통해 영어능력 향상을 도모한다면 교수가 철저히 준비된 상태로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외국인과 한국인에게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학점 평가 기준 비율이 줄었는데, 원래대로 했으면 좋겠다 ▲이론적인 영어 말고 실용적 영어를 배우고 싶다 ▲학생주도의 토론 수업이 있기를 희망한다 ▲한국어와 영어를 병행해 수업을 진행했으면 좋겠다 ▲한국어 사용을 줄여줬으면 좋겠다 ▲영어 피피티만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등의 의견을 내비치며, 앞으로 수강할 영어 전용 수업에 대해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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