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릉·하계 원룸촌 실태 보고서
매년 대학에 합격한 신입생들은 20대를 시작하며 여러 현실적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그중 가장 먼저 겪게 되는 것은 대학 입학 전 알아보게 되는 주거 문제일 것이다. 먼 지역에서 학업을 위해 상경한 대학생들에게 주거비는 가장 큰 고민거리이다. 따라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학교가 대면 수업 실시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자 많은 학우는 서울에 거처를 마련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대면으로 진행되는 소수의 수업 때문에 높은 지출을 감행하고 학교 주변에서 자취 생활을 시작한 학생도 적지 않다. 새 학기가 시작된 현시점, 이번 기사를 통해 자취에 관한 우리대학 학우들의 고민을 담고자 했다.
3/6(토)부터 3/8(월)까지 본지는 우리대학 학우 72명을 대상으로 주거 관련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조사 결과 월세에 관해 ▲비싼 편이다 72.7%(52명)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뒤이어 ▲적당하다 19.4%(14명) ▲싼 편이다 4.2%(3명) ▲잘 모르겠다 4.2%(3명)의 응답이 이어졌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학교가 가까울수록 비싼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다른 곳은 역세권이 더 비싸지만 우리는 학세권이 더 비싼 것 같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우리대학 원룸촌
가격 의혹, 진실은?
이에 본지는 이른바 학세권이 실제로 원룸촌 월세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자료는 국토교통부에서 제공하는 실거래가 데이터를 활용했다. 연립·다세대 주택, 단독·다가구 주택, 오피스텔 중에서 주택법 시행령에 따른 ‘원룸형 주택’의 기준인 14㎡ 이상~50㎡ 이하, 그중에서도 월세 거래만 추렸다. 그리고 실제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 계약된 거래 2,500건을 수집했다. 객관적인 비교를 위해서 보증금과 월세를 함께 묶고, 평균 방 면적을 통일해 하나의 기준을 만들고 보증금은 한국 감정원의 전·월세 전환율을 이용해 모두 월세로 전환해 계산했다. 면적은 평당 시세로 나눠 비교해봤다.
학교 주변 500m 이내, 1km 이내, 2km 이내의 평균 방면적, 보증금, 월세를 비교해봤다. 그 결과 500m 이내의 평당 평균 시세는 5.99만 원, 1km 이내의 평당 평균 시세는 5.95만 원, 2km의 평당 평균 시세는 6.03만 원으로 나타났다.
우리대학 근처 공인중개업소에 의하면 주변 원룸들은 기본적으로 보증금 500만 원 혹은 1,000만 원을 기준으로 40만 원 전후로 월세의 시세가 책정된다. 보증금 차이는 방의 조건과는 관계가 없으며 임대인의 사정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는데 월세는 원룸의 위치와 크게 관계없이 대부분 방의 크기에 따라 정해진다. 적어도 학교 부근 내에서는 학교와 가까울수록 원룸의 시세가 올라간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학교 반경 2km 내에서 월세 시세의 차이가 크지 않다면, 노원구 전체 원룸 시세와는 얼마나 차이가 나는 것일까? 대학 주변 월세와 노원구 평균 월세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노원구의 평당 평균 월세는 5.6만 원, 우리대학 반경 1km 이내의 평당 평균 시세는 5.95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학생이 사는 원룸의 평균적인 면적 6~8평 기준, 약 25,000원가량의 월세 차이가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대학가 주변의 월세가 비싼 경향이 있지만, 노원구 대비 우리대학의 월세 증가율은 6.25%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복불복 같은 원룸촌
그렇다면 학생들은 왜 학교 주변 원룸 시세가 더 비싸다고 느끼는 걸까?
먼저 이번 설문에서 “학교 인근의 원룸은 주변 인프라에 비해 비싼 편이다”, “방음, 채광, 평수 등 방의 조건을 생각하면 가격이 아깝다” 등의 의견이 많았다.
정문, 철길, 협동문 부근 모두 학교와 인접해 있지만 주변 인프라는 다르다. 그러나 본지가 조사한 바와 같이 이러한 인프라 차이는 거의 고려되지 않고 학교 주변 원룸촌에선 대부분 비슷한 시세가 형성돼 있다.
같은 가격대라도 방의 조건 역시 천차만별이다. 우리대학에 재학 중인 A 씨의 경우 재작년 지방에서 상경해 4평 남짓한 방에서 첫 자취를 시작했다.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40만 원의 방이었지만 서울의 집세에 관해 익히 들었기 때문에 적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옆 건물에 가로막혀 채광은 고사하고 옆 방의 대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방음은 전혀 되지 않았다. 이후 이사한 다른 자취방은 이전과 비슷한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45만 원의 집이었지만 방의 크기, 채광, 방음, 평소 관리 상태 등 모든 면에서 나은 조건이었다.
또한 학우들은 매달 월세에 추가로 납부하고 있는 관리비에 관해서도 많은 불만을 토로했다. 관리비는 청소비, 인터넷, 유선 TV, 기타 시설 이용료 등의 명목으로 부과되는 비용이다. 『공동주택관리법』 23조(관리비 등의 납부 및 공개 등)에서는 공동주택 관리자가 정해진 항목의 관리비를 받고 사용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150세대 미만의 중소 규모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의 집합건물은 이 법률에 적용을 받지 않아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세입자들은 세부적인 사용 내역은 알지 못하는 채로 매달 4~7만 원 정도의 관리비를 납부하고 있다.
3월 11일(목) ‘다방’ 매물을 분석한 결과 학교 주변 총 347개의 매물 중 333개(약 96%)의 원룸에 관리비 및 공과금이 별도로 부과되고 있었다. 매물에 따라 관리비에 포함되는 항목이 달랐으며 전기세, 가스비 등의 추가적인 공과금을 따로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실거래가 데이터가 의미하는 바가 학생들이 체감하는 시세를 온전히 대변할 수 없기에, 학생들이 생각하는 적정 월세와 차이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자취생으로
살아남기
본지의 조사 결과 우리대학의 주변 원룸촌이 유난히 비싼 것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학우들의 인식은 그렇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빈방 월세를 내는 학우들도 많은 상황이다. 대학생들이 자취를 시작할 때 고려해야 할 상황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학업과 취업만으로도 버거운 지금의 20대 청년들에게 일상의 휴식처로 남아야 할 집이 그저 무거운 짐으로만 느껴지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