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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논란에 휩싸인 우리대학 교가
윤태훈, 백재완 ㅣ 기사 승인 2021-05-24 11  |  646호 ㅣ 조회수 : 1129

▲왼쪽에서부터 차례대로 김동진 작곡가, 친일인명사전에 선정된 김동진 작곡가, 친일 인사가 작 곡한 우리대학 교가



친일 논란에 휩싸인 우리대학 교가



  지난 4월 18일(일),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한 게시물이 올라오며 화제가 됐다. ‘친일파 김동진이 작곡한 교가를 바꿔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이 게시물은 360개가 넘는 공감과 15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면서 우리대학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글의 내용은 우리대학 교가를 작곡한 김동진이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린 대표적인 친일 예술인이었다는 것이었다. 이에 이 사실을 학우들에게 알리고 일제 잔재 청산에 관심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우리대학 교가를 작곡한 김동진은 ▲동국대 ▲원광대 ▲한국외대 ▲홍익대 등 전국의 대학 교가는 물론 초중고 교가까지 총 32개 학교의 교가를 작곡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가 다작,

친일 인사 김동진 작곡가



  김동진은 2008년 민족문제연구소가 수록한 『친일인명사전』 음악 부문에 기록됐다. 숭실중학교를 졸업한 그는 숭실전문학교에 진학해 이은상 작시의 가곡 「가고파」, 「목련화」 등의 유명 곡을 작곡했다. 이후 일본의 니혼고등음악학교를 졸업해 곧바로 만주의 신징에서 활동하며 일본 제국주의 정부에 협력하기 시작했다. 신징은 1932년 3월 1일 수립된 일본의 괴뢰국인 만주국의 수도였다. 그는 만주각곡연구회의 회원이 돼 태평양 전쟁을 찬양하는 가요를 지어 보급하는 일에 적극 가담했다.



  또한 만주국의 통치 이념, 건국을 찬양하는 관현악곡 「건국 10주년 경축곡」 등을 직접 작곡하고 지휘하는 등의 친일 활동을 전개했다. 이후 만주국을 떠나 평양으로 이주한 그는 한국전쟁 때 월남해 국군의 지휘자로 활동하며 「육군가」 등의 우리나라 대표적인 군가들을 작곡했다. 군사 독재 시절에는 제3공화국을 위한 노래를 작곡하며 국민훈장 모란장, 문화훈장 등을 수상한 이력도 있다. 일제에 협력한 김동진은 국내로 거처를 옮겨 한국전쟁 이후에는 서라벌예대, 별세하기 전 근래에는 경희대 교수로 재직하며 권위와 명예를 누렸다. 이러한 배경을 가진 그가 당대 흔하지 않던 경력으로, 해방 후에는 국내 수많은 학교, 기관들로부터 교가 작곡 요청을 받는 등 음악계 명사로 신임을 얻었던 것으로 보인다.



50여 년간 지속된 친일교가

무엇이 문제인가



  일제에 부역한 작곡가가 지은 교가가 최소 50여년 동안 우리대학 캠퍼스에서 울려 퍼졌다. 해방 이후의 우리대학 전신이었던 경기공업전문학교, 경기공업전문대학 시기에도 친일 인사가 교가를 작곡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신 학교 시절, 우리대학은 김성태 작곡가에게 교가를 맡겼다. 학교 건학의 이념을 대표하며 정체성을 드러내는 교가를 친일 인사에게 맡겼던 것이다. 김성태는 조선총독부 휘하, 일본에 파견된 조선 청년 농업인들의 활동을 담은 다큐 영화의 음악을 담당했다. 어느 대목에 어떠한 음악을 넣어야 관객들이 일본 군국주의에 친숙해질까를 고민했다. 그는 1942년에는 좀 더 노골적인 방식으로 친일 음악을 했다. 「미·영 격멸가」, 「남진 남아가」 등 일본군의 승리를 찬미하는 연주 활동을 했다. 게다가 한국 청년들이 일본군에 자원할 수 있도록 부추기는 연주 및 작곡 활동도 벌였다.



  친일 행적이 명백한 인사가 제국주의 청산을 교육해야 할 학교의 교가를 공장에서 물건 찍듯 생산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친일 교가를 문제로 삼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예술 활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일제에 협력하며 해방 후에도 영화를 누린 친일 음악가의 사상이 온전히 반영됐기 때문이다. 타 대학 교가의 노랫말을 살펴보면 ‘학도, 건아, 혼백, 용맹, 아시아 동방의, 거룩한’ 등 군국주의와 전체주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단어들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일본 군가나 엔카풍의 교가도 많다. 친일인사가 작곡한 교가를 통해 일본의 정신과 일본 정서를 표현한 것이다.



▲우리대학 학우 7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친일 청산, 학생들의 생각은



  우리대학 교가 외에도 이흥렬, 홍난파 등 적잖은 친일 작곡가들이 다른 대학 교가 작곡에 참여했고 이것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성균관대 ▲숭실대 ▲국민대 ▲서울대 ▲홍익대 등 29곳의 대학이 친일 음악가의 교가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는 서울 지역 대학에 국한된 것으로 전국 대학의 실태를 모두 조사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대학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초·중·고로 범위를 넓혀 조사해보면 100곳이 넘는 학교에서 친일 작곡가가 작곡한 교가를 사용하고 있다. 3.1운동 100주년이 지난 오늘날, 아직까지도 전국 곳곳에 친일 잔재가 남아있음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사실이다.



  교가는 학교 주요 행사 때마다 매번 불리는 학교를 상징하는 노래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학생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한 교가가 친일 작곡가의 작품이라면 어떠할지 우리대학 학우들의 의견을 설문으로 조사해봤다. 총 응답자 74명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먼저 ‘우리대학 교가에 대해 알고있는지’에 관한 설문에서는 52.7%가 ‘모르고 있었다’라고 답했고, ‘우리대학 교가를 친일 인물인 김동진이 작곡한 것을 알고있는지’에 관한 설문에서는 51.4%가 ‘모르고 있었다’에 답했다. ‘친일 인물이 작곡한 우리대학 교가를 바꾸고 새로운 교가를 제정하는 것’에 대한 조사 결과에서는 86.5%가 ‘교가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고, ‘교가를 바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13.5%에 그쳤다.



  이외에 ‘우리대학 새로운 교가 제정’에 관한 장문형의 의견도 받아봤다. 새로운 교가 제정에 관한 긍정적인 의견에는 ▲교가에 관한 사실을 알고 나니까 매일 저녁 6시에 들리는 교가가 불쾌해진다 ▲일본 식민지배의 잔재를 뿌리 뽑아야 우리 후손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곡가가 친일 행위를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교가를 바꿀 이유가 충분하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이와는 반대로 부정적인 의견에는 ▲어차피 교가 듣는 사람도 없는데 돈 낭비라고 생각한다 ▲굳이 바꿀 필요는 없다고 본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위의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새로운 교가 제정을 원하는 학생들이 더 많으며, 친일 교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우세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친일 청산,

거스를 수 없는 시대 사명



  교육계에서의 친일 청산은 지난 2019년, 광주광역시를 시작으로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전교조 및 각 지역의 교육청, 학교에서 대대적으로 친일 교가 교체의 바람이 불었다. 지금까지 ▲제주 ▲충북 ▲전북 ▲울산 ▲인천 등의 지역에서 친일 인사가 작사·작곡한 교가를 전수 조사하고 교체 권고를 지시한 상태다. 반일 감정의 바람은 서울 시내 학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월 말 서울시의회가 통과시킨 『친일 반민족 행위 청산 지원에 관한 조례』 등에 근거해,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 내 초·중·고 학교에 유무형의 일제강점기 식민 잔재를 조사해 4월 30일(금)까지 제출하라고 공고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바람대로 우리대학 교가가 교체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초·중·고의 교가는 교육청 권한으로 교체할 수 있지만 대학의 교가 교체 여부는 대학 스스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물론 학생들이 교가 교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만큼 변화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11년에 이른 우리대학 역사의 한 페이지를 갑작스레 변경하기에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학교 측에서는 다방면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많은 학생이 원하는 친일 청산이라는 오래된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하루빨리 우리대학 학생들의 의견을 대표하는 총학생회와 교가 관련 업무를 소관 중인 기획평가과의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나길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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