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학기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
매 학기 초 대학생들은 수강신청에 울고 웃는다. 성공적인 수강신청을 위해 사양 좋은 컴퓨터를 찾기 위해 PC방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그래서 수강신청 날만 되면 항상 피시방에는 수강신청을 하려는 학생들로 가득찬다. 어떤 학생들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수강신청을 시도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강의를 사고 파는 경우에 이르기까지 한다.
구성원 모두가 원하는 강의를 들을 순 없다. 결국 학생들 사이에서는 강의를 선착순으로 신청하는 게 제일 나은 방법이냐며 불만을 털어놓거나, 왜 내가 돈을 내고 듣고 싶은 강의를 듣지 못하냐는 의견도 있다. 이에 수강신청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그럼에도 무한정으로 강의를 증설할 수 없는 학교 측의 사정, 다른 대학들의 특이한 수강신청 방식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대학 학생들은 현재 수강신청 시스템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 2월 28일(화)부터 3월 7일(화)까지 에브리타임을 통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우리대학 학생 49명을 대상으로 수강신청 만족도를 물어본 결과 ▲매우 만족 3명(6.1%) ▲만족 7명(14.3%) ▲보통 14명(28.6%) ▲불만족 14명(28.6%) ▲매우 불만족 11명(22.4%)의 결과가 나왔다. 절반 이상의 학생이 우리대학의 수강신청과 관련해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수강신청 시스템에 만족하는 이유(중복응답 가능)는 ▲장바구니 시스템에 만족한다 15명(65.2%) ▲여러 방식 중 그나마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13명(56.5%) ▲딱히 불편한 점이 없다 6명(26.1%) 등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수강신청에 만족하지 못한 학생들(중복응답 가능)은 ▲수강 인원 제한으로 인해 듣고 싶은 듣고 싶은 과목을 수강하지 못한다 18명(72%) ▲선이수 또는 타과 제한과 같은 제도가 불만스럽다 3명(12%) ▲정시 추가합격생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 7명(28%) 등 많은 학생이 수강 정원 제한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수강 인원 제한으로 수강신청을 하지 못한 한 학생은 “똑같은 돈을 내고 대학을 다니지만 누구는 수강신청 클릭을 잘해서 자기가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고, 누구는 수강신청 클릭을 잘하지 못해서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없다는 현실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클릭에 의한 선착순 보다는 모두가 공정하게 누릴 수 있도록 더욱 평등한 방법을 고안했으면 좋겠다”고 수강신청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이렇듯 우리대학의 많은 학생들이 수강신청 시스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또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이에 수강신청을 총괄하는 김지혜 학사지원과 주무관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학사지원과의 김지혜 주무관입니다. 학사지원팀에서 수강신청, 수업 시간표 편성 등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제가 등록금을 내고 학교에 다니는데 수강 정원 제한으로 인해 듣고 싶은 과목을 듣지 못해요.
A. 전공의 경우 특정 교수님이나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일부 과목에, 교양의 경우 일부 몇몇 강의에 학생들이 많이 쏠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학생들을 모두 수용하면 비인기 과목이 폐강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에 따라 비인기 강의를 선호하는 학생도 있고, 수강 인원 부족으로 인해 강의가 폐강한다면 강의 다양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 특정 강의를 무한정으로 증설할 수는 없습니다.
Q. 전공 필수 과목을 해당 학과 학생들에게 우선 배정할 수 없나요?
A. 전공과목의 경우 대부분 각 학과 사무실에서 결정하는 것이라 저희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에요. 그리고 전공필수과목은 본전공 및 복수전공, 연계융합복수전공 등 다양한 학생들이 졸업 전 필수로 수강해야 하므로 단순히 해당학과 학생들만 우선배정할 수는 없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공필수 과목은 타과제한이 있어서 다른 과 학생이 듣는 경우는 많지 않을 거예요.
▲우리대학 수강신청 사이트
Q. 타 대학에 비해 과목 선택지가 적은 것 같아요.
A. 우리대학 학생들이 좀 더 다양한 분야의 교양과목 수강을 원하고 있는데, 저희도 그 부분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매년 교육과정 개편 시 참고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과학·기술 관련 영역 교과목이 많았다면 학생들이 좀 더 다양한 영역의 교양과목 개설을 원해서 이번 2023 교육과정 개편 시 많은 부분을 반영했고, 앞으로도 교육과정 개편 시 고려해 편성할 예정입니다. 이번 1학기에도 ▲게임과 인문학 ▲테크노컬처론 ▲인공지능 시대의 예술과 같은 과목을 추가 개설하기도 했어요.
Q. ST 학기제로 인해 정시 추가 합격생은 수강신청을 하지 못했어요.
A. 우리대학이 ST 학기제를 시행하면서 정정기간 이후에 합격한 학생들의 경우 수강신청을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어요. 그래서 수강정정기간 이후에 합격한 학생의 경우 학과 또는 학사지원과에서 수강신청을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Q. 미분적분학이나 일반물리학과 같은 일부 과목의 경우 수강신청 이후 담당 교수가 배정돼요.
A. 일부 수강인원을 예측하기 어려운 공동평가 강좌의 경우 수강신청 이후 확정된 수강 명단으로 분반을 진행하고 있기에 담당 교수의 배정을 미리 진행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또한 교양강좌의 경우 다른 학교와 병행해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의 수업 일정을 조절하며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수강신청 이후 강의가 확정되기 전 배정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Q. 여름 계절학기가 방학 중간에 있어서 장기 활동이나 인턴을 못 해요. 계절학기를 종강 후나 개강 전으로 옮길 수 없나요?
A. 여름 계절학기 기간 관련 문의도 많이 오고 있어요. 하지만 다른 대학과의 학점교류 문제가 있어서 기간을 마냥 앞당길 수는 없어요. 제주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의 대학에서 우리대학으로 학점교류를 하러 많이 오는데, 우리대학은 ST 학기제로 인해 다른 학교에 비해 여름방학이 앞당겨졌어요. 다른 학교의 학사일정도 고려해서 일정을 짜고 있습니다.
우리대학은 학생들의 원활한 수강신청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모든 학생을 만족시킬 순 없지만, 앞으로도 학생들이 불편해하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추가적으로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학사지원과(02-970-6037)로 문의하시면 성심껏 답변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강신청 관련해, 타 대학에서는 ▲서버 과부하 ▲강의 매매 ▲학교와의 불통 등 여러 논란이 발생했다. 지난 3월에는 세종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재학생들이 수강신청 사이트를 해킹하려다 학교 측에 적발됐다. 재학생 일부가 수강신청 첫날 학교 사이트를 해킹해 강의 정원을 고의로 늘리려 했고, 이를 파악한 학교 전산실이 차단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20년 8월 19일(수)에 중앙대학교 서버가 해외 IP에 의해 공격당해 2학기 수강신청이 중지되는 일이 발생했으며, 다음날에는 고려대학교 수강신청 사이트 서버도 디도스(DDoS) 공격으로 마비돼 수강신청을 연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경성대와 전남대에서는 수강신청 시스템 접속 불량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불만을 해소하고자 조금 다른 방식으로 수강신청을 진행하는 학교들도 있는데, 대표적으로 연세대, 카이스트, 숙명여대가 있다.
인터넷 속도와 손가락, 스피드 그리고 동체 시력이 중요한 선착순 수강신청과는 다르게 연세대 수강신청에는 눈치 싸움이 필요하다. 학생들마다 72마일리지가 주어지며, 학생들은 듣고 싶은 수업들에 이 마일리지를 각각 투입하고 더 많은 마일리지를 제시한 순서대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순번이 결정된다. 과거 몇 개년 수강신청 결과를 공개해 여유롭다는 의견도 있지만, 학교 내에서는 연세 토토라는 자조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카이스트는 2009년부터 정원이 초과한 수업에 대해 학생을 무작위로 선발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수강신청 첫날 학생들은 자유롭게 수강 과목을 신청하고 이튿날 수강 정원이 초과한 수업에 대해서만 무작위 추첨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숙명여대는 또 다른 수강신청 방식을 도입했다. 기준에 따라 개개인의 순위가 부여되고 이 순위에 따라 수업을 들을 수 있는지 결정되는 방식이다. 첫 번째로 학년에 따라 2-3-1-4 학년순으로 우선순위가 주어지며, 그다음은 직전 학기 이수 학점이 많은 순위로, 마지막으로 직전 학기 성적이 높은 순서대로 순위가 매겨진다.
여러 대학에서 새롭게 도입된 수강신청 제도들 역시 아직 완벽하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해당 대학들이 기존 수강신청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새로운 방안을 시도해 보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우리대학도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다양한 교과목을 신설하는 등 학우들의 원활한 대학 생활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의견 청취를 통해 새로운 시도에 나서 지금의 선착순 수강신청을 대신할 수 있는 최선의 수강신청 제도가 만들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