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26일(수) 2학기 생활관 입사 신청을 약 1주 앞둔 시점, 우리대학 생활관 홈페이지에 2학기 생활관생 모집 공고 글이 게시됐다. 해당 공지엔 모집 일정, 입사 신청, 생활관생 선발 기준 등 23학년도 2학기 생활관의 전반적인 운영 계획이 안내된 중요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그러나 해당 공지가 올라오자, 우리대학 에브리타임(대학생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2학기 생활관 모집 공지에 관한 불편함을 토로하는 게시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생활관 신청자격과 호실선택 기준 등 일부 운영방식이 개편된 것이다.
기존 생활관 신청자격은 직전학기 평점 3.0 이상이었지만, 개편된 공지에선 평점 기준이 없어졌다. 또한 호실 선발 방식도 선착순에서 호실유형 지망순 및 평가점수순으로 변경됐다. 신청 방법 역시 기존 생활관 홈페이지에서 신규 생활관 관리시스템을 이용하도록 바뀌었다.
문제는 해당 공지가 올라온 시기가 생활관 입사 신청 약 일주일 전, 개강 약 한 달 전이라는 점이었다. 많은 학우들이 개강 직전 갑작스럽게 개편된 생활관 모집·선발 방식에 혼란을 겪고 있었다. 특히 직전학기 평점 3.0의 기존 생활관 거주 자격으로 인해 1·2학기 통합선발자 중 해당 기준에 미달된 이는 미리 자취방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좋은 조건의 집을 구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부동산 계약이 이뤄져야 하므로 이미 자취방을 얻은 학생들도 있었다.
26일 공지가 올라오고 이틀 후인 28일(금), 논란이 된 2학기 생활관생 모집 공고는 다시 정정됐다. 직전 학기 3.0 평점 기준이 다시 도입됐고 호실 선택 역시 기존의 선착순 방식으로 돌아왔다. 신규 생활관 관리시스템 이용 또한 없어지고 기존 생활관 홈페이지 이용으로 돌아오며 개편 없이 기존의 운영 방식을 유지한다는 내용이었다.
정정된 모집 안내 글엔 “우리대학 생활관은 학생의 학업에 대한 도움을 주목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우수한 학생에게 더 나은 학습환경 제공 및 원거리 거주자에 대한 거주 안정성 제공을 목표로 생활관생 모집·선발 방식의 지속적인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2023학년도 2학기부터 새로운 『생활관 관리시스템』 오픈을 통해 생활관생 및 입사희망자의 생활관 사용 편의를 향상하고, 더욱 세밀한 생활관생 선발방식을 도입하고자 했으나 생활관 입사 신청 방법 변경 및 호실 유형 선택방식 변경(선착순 → 지망순, 평가점수순)에 대한 적용 시점, 생활관 신청 자격(직전학기 평점3.0)의 오류 등에 대한 재검토를 거쳐 2학기 생활관생 모집을 정정해 공지한다”는 설명이 담겼다.
26일 공지된 생활관 신청 자격(평점기준 없음)은 기재 오류였으며 새롭게 도입하려던 방식 역시 갑작스러운 적용 시점을 이유로 정정된 것이다. 생활관 측은 많은 학우가 제기했던 문제들을 반영해 이틀 만에 공지를 정정하고, 생활관 신청 자격 수정으로 인해 자취방 계약 취소 등의 피해 사례를 인식해 ‘7.26(수)~7.28(금) 모집공지 정정에 따른 통합선발자 피해사례 조사’를 공지했다.
▲23학년도 1학기 생활관 거주자 ▲생활관 신청 자격 미달로 2학기 입사 신청 불가능 학생 ▲7.26(수)일자 모집공지 및 7.28(금)일자 정정공지 과정의 혼란으로 인해 학교 외부 숙소의 계약취소 등 피해 발생 사실이 있는 학생이 조사 대상이며, 위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한다면 생활관 측에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증빙자료 검토를 거쳐 3명의 경제적 손실 사례가 확인됐다. 생활관 행정실 측에 따르면 해당 학생들은 생활관 방 선택이 완료 후 발생한 공실에 우선으로 입사할 계획이며, 기숙사 행정실 측은 피해 학생들과 지속적인 대화와 접촉을 통해 현재 합의가 이뤄진 상황이다.
신규 학생뿐만 아니라 기존 대기 번호 학생 양쪽 모두 피해가 없도록 고려해 조치할 예정이며, 이러한 모든 상황은 행정실 관장과 직원들 및 생활관 운영위원회의 검토 후 진행 중이다.
공지가 정정되며 새롭게 점화된 사안이 있다. 미정이었던 2학기 KB학사 운영 여부가 미운영으로 결정되며 불암학사가 여학생동으로 전환됐다. KB학사의 화재위험 제거 및 미관 개선을 위해 진행 중인 외부 마감재 교체공사가 인허가 과정의 지연으로 인해 올해 2학기 KB학사 운영을 중단하며 불암학사가 여학생동으로 대체됐다.
이에 따라 불암학사의 공동샤워실에 관한 논란이 불거졌다. 여학생은 월경으로 인해 공동샤워실을 이용하는 데 불편하다는 이유였다. 위생 관리 역시 걸림돌이 된다. 또한 남학생은 갑작스럽게 이번 2학기 불암학사 이용이 불가해졌다.
이를 두고 에브리타임에서 “모두가 하는 생리현상이라도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 “화장실 위생에 문제가 생길 것이다”, “불암학사의 여학생동 전환으로 인해 남학생 1인실은 성림학사밖에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등의 게시글들이 올라왔다.
8월 13일(일)부터 8월 14일(월)까지 우리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불암학사 여학생동 전환 인식 조사’에서 설문에 참여한 62명 중 여자 응답자 54명은 ‘다른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 78.6%, ‘불가피하다’ 18.5%, ‘잘 모르겠다’ 1.9%로 답변했다. 대부분이 불암학사의 여학생동 채택에 부정적 입장이었다.
이에 본지는 불암학사의 여학생동 전환과 관련해 기숙사 행정실 측과 인터뷰를 가졌다.
Q. KB학사의 공사는 언제까지 진행될 예정인가요?
A. 공사와 관련된 사항은 학교 시설과에서 주관해 담당하고 있습니다. 기존 계획은 8월 말까지 중요한 공정들을 다 끝내고 2학기부터 학생들의 입사를 받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시설과에서 노원구청과의 협의 과정에서 노원구청의 안전 관련 기준을 맞추려 하다 보니 공사가 늦어졌습니다. 학생들 안전이 가장 우선이기 때문에 노원구청과 협의와 보완이 섬세하게 이뤄졌고, 폭염과 장마 등 날씨의 영향으로 공사가 중단돼 입사가 지연됐습니다. 공사 마무리가 언제 될지는 정확히 말씀드릴 수 없지만 최대한 겨울방학에는 학생들을 받을 수 있도록 안전한 범위 내에서 빨리 요청하고 있습니다.
Q. 많은 건물 중 불암학사가 왜 여학생동으로 선정된 것인가요?
A. KB학사 공사로 인해 기존의 약 1/3에 해당하는 282명의 여학생이 못 들어오게 됐습니다. 여학생동 건물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수림학사와 성림학사 남학생동도 충분히 고려해 봤지만, 그 건물 자체를 여학생동으로 바꿀 경우 여학생 인원은 충분히 수용할 수 있지만 남학생 수용 인원이 부족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건물 일부를 분할해 남녀가 같이 생활하는 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어 남녀 학생을 골고루 수용할 수 있도록 생각한 합리적인 방안이 불암학사를 여학생동으로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기숙사생은 기존 모집인원 대비 남학생은 12%, 여학생은 17% 감소했지만, 생활구조 상 여러 건물을 고려한 결과 불암학사를 여학생동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라는 판단이 들어서 전환하게 됐습니다.
Q. 불암학사 공동샤워실의 가림막 설치 여부나 위생관리 등 전체적인 공동샤워실 관리는 어떻게 운영될지 궁금합니다.
A. 불암학사 공동샤워실의 경우 옆면은 칸막이가 설치돼 있고 뒤쪽은 뚫린 구조입니다. 학생들의 의견을 고려해 불암학사의 칸막이 추가 설치를 고려해 봤지만 불암학사의 공간 구조상 뒤까지 칸막이를 설치할 정도의 간격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건물 최초 설계 시 뒷면은 칸막이 없이 설계됐기 때문에 칸막이를 추가하거나 바꿀 시 이동 동선이 겹치는 등의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공간적인 부분을 고려할 때 칸막이 설치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공동샤워실 위생 관련 부분에서는 세 분의 미화원분들이 불암학사 공동샤워실을 매일 청소하시며 청결하게 관리하실 예정입니다. 기존에 KB학사, 불암학사, 그리고 창명학사 3개 건물을 각각 담당하며 관리를 해주셨는데 KB학사와 창명학사의 공사로 세 분이 불암학사를 담당하게 돼 기존보다 더 신경 써서 관리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말 많았던 생활관 공지가 다시 수정되며 생활관 모집·선발 기준 개편안에 관한 논란은 다소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을 계기로 평소 주기적으로 언급됐던 생활관 행정에 대한 불만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우리대학 입학 후 햇수로 3년을 생활관에서 거주했던 재학생 최 씨는 “처음 (26일) 공지가 올라왔을 때는 당황스러웠다. 선착순이던 기존 호실 선택방식을 생각하고 다음에 거주할 호실을 미리 계획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평가점수순으로 바뀌어 계획이 틀어지는 것 아닌가 했다”며 “다시 선착순으로 돌아왔지만, 결국 불암학사가 여학생동으로 전환되면서 주변에 불암학사를 선호하던 친구들은 갑작스레 불암학사를 이용하지 못하게 돼 아쉬워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학생들에게 비친화적인 생활관 행정에 관한 아쉬움을 토로하며 “평소 생활관 행정이 친절하지 못하고 학생들의 요구를 잘 들어주지 않는다는 말이 많다. 생활관 행정에 관한 학우들의 불신이 쌓여있었기에 이번 논란이 더 컸던 것 같다. 26일 생활관 공지도 학생 입장을 좀 더 생각했더라면 불만이 덜했을 것 같다. 변경된 사안에 관해 설명도 첨부되고, 미리 공지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생활관 행정실 측은 학생들이 생활관에 건의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 행정실에 찾아와 얘기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직접 찾아와서 서로 같이 개선 방법을 찾아 보면 의견이 모이고 더 나은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더 나은 생활관, 학생을 생각하는 생활관으로 나아가기 위해 현시점 필요한 것은 더 적극적인 배려와 대화다. 서로의 노력 아래 모두가 만족하는 생활관으로 거듭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