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노동자의 하루일과
지난 8월 10일(토), 방학 중 대청소팀을 구성해 건물 청소 중이라는 우리대학 청소 노동자들을 찾았다. 청소 노동자(이하 미화원)의 하루는 이렇다. 아침 7시에 출근해 9시 30분까지 근무를 하고, 9시 30분부터 10시까지 30분간 휴게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다시 근무를 이어 나가며, 오전에 하지 못한 복도와 화장실을 점검하고 청소한다. 이후 한 시간 30분 동안 점심시간을 가지고, 오후 12시 30분부터 다시 오후 근무가 시작돼 오후 4시 30분에 퇴근을 한다.
출근 시간에 맞춰 무궁관 A동 1층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7명의 미화원들이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었다. 무궁관 A동을 청소할 땐 건축학과 학생들이 작업 중 흘린 본드를 깨끗이 제거하는 게 관건이다. 벌써 5번은 닦아낸 바닥이지만, 껌칼을 사용해 매의 눈으로 본드를 떼어내는 작업이 계속됐다.
친환경 락스 필요해
하이테크관 2층 청소를 담당하는 박선옥 미화원은 대체로 만족하는 근무 환경이라고 말하면서도 “일을 하면서 락스는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하는데, 요즘같이 더운 날씨엔 찌든 때를 락스로 벗겨낼 수밖에 없다. 락스 냄새가 너무 심해서 마스크를 쓰는데 여름에는 그조차 힘들다. 친환경 락스를 꼭 사용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락스는 강력한 화학 물질로, 장시간 노출되거나 제대로 된 보호 장비 없이 사용할 경우 폐 기능을 저하하는 등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락스 같은 유해화학물질을 과도하게 흡입해 의식을 잃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대부분은 락스를 어느 정도로 희석해서 사용해야 안전한지 교육을 받지 못해 일어난 사고였다.
한편, 정수기 옆에는 “음식 먹은 후 용기째 넣어주세요”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보통 학생들이 먹고 난 배달 음식을 용기째 올려두면 처리는 어떻게 하시냐고 물었다. “도와준다고 남은 음식물을 변기에 내려서 버리면 안 하느니만 못한다. 괜히 조개껍데기라도 잘못 들어가면 막힌 변기 처리하는 게 더 힘들다. 그래서 처음부터 분리수거함 위에 올려두라는 것이다. 그냥 두면 냄새가 나고 벌레가 꼬이니까 뚜껑을 덮어두거나 비닐로 씌워서 두기만 해도 고마울 거 같다” 고 답했다.
관절염은 흔한 직업병
하루에 만이천보에서 만오천보를 걷는 청소 노동자는 항상 관절이 좋지 않다. 깔끔한 대리석 바닥은 외관상 보기 좋지만 거품을 내며 청소할 때는 매우 미끄럽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장화를 착용하지만 그만큼 무겁고, 장시간 착용 시 발목에 무리가 간다. 장화에 장착된 뽁뽁이 소리 때문에 직원들이 시끄럽다고 쳐다보는 시선도 부담스럽다.
강의실 청소를 마치고 의자나 책상 등 교구를 다시 옮기는 작업도 문제다. 진현하 미화원(이하 진씨)은 “예전에는 근로 학생들이 아침에 출근해서 옮겨줬지만, 요즘은 학생들에게 시키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어 그냥 놔두게 된다. 남자 방호 선생님들이 그 일까지 맡기엔 이미 일이 너무 많고, 아줌마들이 청소하며 옮기기에는 힘이 많이 든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작은 강의실에서는 교구를 최대한 옮기지만, 큰 강의실의 모든 책상을 옮기는 일은 쉽지 않다. 진씨는 “추가 인력이 있다면 청소 작업이 훨씬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리 노동자의 하루일과
한편, 조리 노동자의 상황은 어떨까. 현재 KB 기숙사 조리 노동 인원(이하 조리원)만이 우리대학으로부터 2019년부터 직고용된 인원이고, 그 외에 제1·2학생회관과 그 외 기숙사 식당들은 모두 소비자생활협동조합 혹은 용역 업체에 속해 있다. KB식당 조리원은 KB학사와 불암학사에 거주하는 인원의 식수를 책임지고 있고, 총인원은 6명이다. 현재는 한 명의 결원으로 5명만이 근무하고 있다. 그중 가장 오래 근무하고 있는 김은영 씨(이하 김씨)와 이미향 씨(이하 이씨)를 만났다. 김씨와 이씨의 근속 기간은 각각 약 10년, 약 3년이다.
KB 조리원들은 두 개의 조로 나눠 ▲아침과 점심을 준비하는 시간대(6시 30분 ~ 15시 30분) ▲점심과 저녁을 준비하는 시간대(10시 ~ 19시)를 2주 로테이션으로 근무하고 있다. 점심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2명 혹은 3명만이 조리를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인원 부족 심각해
김씨는 근무 인원과 관련해 “근무 인원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특히 주말에는 한 개의 조만이 각각 토요일과 일요일을 담당해 상당히 힘들다고 느낀다”고 말하며 근무 인원 부족을 호소했다. 주말에도 하나의 조에서 인원이 갈라져서 사실상 조식은 혼자서 담당하게 된다. 이러한 근무 형태는 학기 기간이나 방학 기간과 관련 없이 1년 내내 일정하다. 이씨는 “방학 중에는 식수가 적어 그나마 괜찮지만 학기가 시작되면 아무래도 식수 대비 조리 인원수가 힘에 부친다. 그러다 보니 서로 예민해지고 말수가 적어지는 순간도 생긴다”며 방학 중에는 볼 수 없었던 조리 인원들의 속사정을 털어놨다.
근무 인원이 부족함에 따라 건강한 성인이 들기에도 힘에 부치는 무게의 식자재를 홀로 운반해야 한다. 김씨는 “하나 힘든 건 식자재 나르는 것이다. 식자재 단위가 1kg, 2kg 등 작은 단위가 아니라 10kg, 20kg하는 큰 단위이다. 특히 20kg짜리 쌀 포대는 매일 옮겨야 하는데 인원이 부족해서 다른 인원이 식자재 운반을 보조하는 게 불가능하다. 다른 인원들은 조리를 진행하고 있어야 한다. 근무하는 인원이 모두 40~60대 중년 여성인데, 이 무거운 걸 매일 혼자 들다보니 관절이 나가버리는 경우도 생긴다”고 밝히며 식자재 운반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근무환경은 전체적으로 만족
그 외 근무 환경에 있어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묻자 “그 외에는 괜찮다. 조리실도 폐쇄형이 아니라 개방형이라 조리실 온도는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고 말했다. 조리실 환경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최근에 처우가 많이 개선됐다”며 근무 환경이 개선된 배경을 설명했다. 조리원에 따르면 환경이 개선되기 전에는 전체적인 시설과 집기류 등의 환경이 매우 열악했고, 잔반을 처리하러 나가는 곳에 계단이 있어서 잔반 처리를 위해 오가는 과정에서 넘어지거나 겨울철 빙판에 미끄러지는 경우도 발생했다. 용역업체 소속이었던 2019년 이전에 열악했던 근무 환경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김씨는 “KB 기숙사 공사 시점(약 1년 전)으로부터 환경이 혁신적으로 개선되기 시작했다”고 말하며 집기류가 모두 교체되고, 잔반 처리를 위해 오가는 길의 계단을 없애 잔반을 운반 기구에 끌고 이동할 수 있게 된 부분을 이야기했다. 이에 덧붙여 “건의 사항에 대해 행정실에 이야기하면 많이 수용해 주는 편”이라고 말하며 “여전히 개선돼야 할 점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전체적으로 근무 환경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필수 수당 빠진 조리원의 처우
임금(최저시급)과 식대(월 14만원)에 대한 질문에서는 “부족하다”고 답변했고, 휴게시간(8시간 근무 및 1시간 휴식)과 휴게시설에 대한 만족도에 대한 질문에서는 “휴게시간이 충분하다고 느끼고, 휴게시설도 냉방 및 난방 시설이 잘 돼 있어 크게 애로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다만, 장기근속수당과 조리위험수당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이에 대해 “공립 초·중·고등학교 조리 노동자들에게는 장기근속수당과 조리위험수당이 모두 적용되는데, 우리대학은 국립대학임에도 불구하고 이 두 가지 중 단 하나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히며 현재 이 부분에 대해 노동조합에 의뢰를 한 상태라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교내 노동자를 대상으로 교내 노동환경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노동 강도가 적절하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75%(6명)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고, 25%(2명)가 보통이라고 답했다. 이어서 “노동 강도 대비 임금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엔 ▲매우 그렇지 않다 25%(2명), ▲그렇지 않다 50%(4명), ▲보통이다 25%(2명)로 나타났다. 노동 강도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동시에, 임금에 대한 불만 또한 있었다. 향후 근무 조건 개선 및 임금 조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김민수 기자
sasha7129@seoultech.ac.kr
박율 기자
yulpark@seoultech.ac.kr
김재영 수습기자
jyeong03@seoul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