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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피해 학생을 치유하는 해맑음센터, 지원 확대의 필요성
박서영 ㅣ 기사 승인 2023-11-20 15  |  682호 ㅣ 조회수 : 157

2021년 2월 배구선수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학교폭력 가해 폭로를 시작으로 연예계와 스포츠계를 비롯해 사회 각지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중들은 이전보다 학교폭력의 경각심과 심각성을 인식하게 됐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피해 학생이다. 그러나 학교폭력 가해를 저지른 연예인을 배척하고 가해 학생의 생활기록부에 가해 사실을 기록하는 기간을 늘리는 등 가해 학생의 처벌에 더 집중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피해 학생이 학교폭력 이후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을 위한 학교, 

해맑음센터



학교폭력 피해 학생만을 위한 학교가 있다. 바로 전국에 한 곳인 ‘해맑음센터’이다. 해맑음센터는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에게 힘이 돼 주는 치유시설로, 모든 치유 과정은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이 추진하고 지지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뤄져 있다. 해맑음센터의 최종 목표는 단순 보호 차원을 넘어 상처를 조기 치유하고 자존감을 회복해 정상적인 학교생활로 복귀하는 것이다. 센터는 기숙형 종합지원센터로 운영되며 수용 규모는 남학생 15명, 여학생 15명으로 총 30명이다.



이 센터를 주로 찾는 학생은 가해 학생과 분리 조치가 되지 않아 마주칠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이다. 대개 학교폭력 가해 학생은 전학 등의 조치를 받아 피해 학생과 마주치지 않도록 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피해 학생은 가해 학생과 마주칠 수 있게 되고, 이러한 두려움으로 인해 학교를 그만두고 해맑음 센터로 찾아오는 것이다. 해맑음 센터는 최소 2주부터 최대 1년 간 다닐 수 있으며 본적교로 출석 인정이 되는 치유 시설이기에 피해 학생들의 센터 입소 희망은 늘어나는 추세이다.



해맑음센터의 폐쇄, 

갈 곳 잃은 아이들



2023년 5월 19일(화), 해맑음센터가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다. 학교 건물이 즉각 사용 금지되는 ‘정밀안전진단 E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해맑음센터는 2013년 개교했는데 폐교 건물을 일부 개축해 10년간 사용해 왔다. 이전부터 기숙사동과 강당은 사용이 금지됐는데 학생들이 생활하는 기숙사동은 맨눈으로 보기에도 기울어졌다. 이 건물의 1층 바닥은 금이 갔고 2층 침대는 8cm 이상 뜰 정도로 수평이 맞지 않았다. 바닥과 벽 사이에는 5~7cm 이격이 생겼고 결국 기숙사동을 아예 폐쇄하고 학생들이 교사동으로 옮겨서 생활하게 됐다. 기숙사동의 수평을 측정해 본 결과 1m 폭에서 3.5cm 기울어져 있었다. 보통 1m 폭에서 3.3cm 이상 바닥이 기울었다면 일반적인 생활이나 가구를 놓고 쓰기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5월16일(토)에 교육부에서 당장 건물을 비우라는 연락을 받으며 센터는 폐쇄를 결정했다. 센터 측은 교육부에 2019년부터 지속적으로 보수와 이전을 끊임없이 요청했지만, 이전할 부지도 확보하지 못한 채 문을 닫아야 했고 학생들은 쫓겨나듯이 다른 기관을 향해야 했다. 더 이상 센터에 있을 수 없게 된 아이들을 위한 교육부의 대책은 대체 지원 기관(가정형 위센터, 위스쿨 등)으로의 이전이었다. 그러나 이 기관들은 해맑음센터와는 다르게 학교폭력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 모두가 이용 가능한 시설이다. 결국 총 7명 중 3명의 학생만이 교육부가 제안한 센터로 갔으며, 4명은 대안학교와 본적교로 돌아갔다. 



교육부의 

부실한 지원



 센터 측은 옮겨갈 부지를 교육부에 요청했고 교육부는 지난 2월 이전할 부지를 찾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3개월 뒤 5월에 해맑음센터는 갑작스레 폐쇄하게 됐다. 해맑음센터는 2019년에 ‘안전 C등급’을 받으며 4년 전부터 붕괴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교육부가 제시한 이전 후보지는 대부분 기존 센터만큼이나 열악한 곳이었다. 후보지 중 대부분은 194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었고 위치는 지방이었다. 서울·수도권 학생이 가장 많은 센터에서 지방으로 센터를 이전하라는 것은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이었다. 



다시 문을 연 

해맑음센터,

그러나 시설은?




 해맑음센터는 2023년 9월 충북에서 다시 문을 열었다. 센터를 가기 위해선 하루에 1~3번 운행하는 버스를 타야 한다. 기숙형 학교이기는 하지만 학생들은 금요일에 집에 돌아갔다가 월요일에 다시 등교한다. 센터로 가는 교통편이 열악하면 학생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센터의 위치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센터의 위치 문제로학생들은 교육 기회를 빼앗기고 있었다. 담당 교사 두 명이 그만뒀으나 다시 교사를 채용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교사 채용 공고를 3번이나 냈으나 다들 거리로 인해 오는 것을 꺼렸다. 현재 해맑음센터는 영어, 수학 등 주요 교과 교사가 없어 화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설이 좋아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건물은 교사들의 휴양지로 쓰던 건물이었다. 이 건물에는 급식시설이 없어 식사를 직접 조리하거나 학생들을 데리고 나가 끼니를 해결한다. 또한 교실과 교무실이 분리되지 않아 교사들은 학생들의 수업 소리를 들으며 업무를 봐야 한다. 새로운 부지를 찾아 다시 문을 열었지만, 열악한 지원과 환경으로 인해 정상적인 교육과 생활이 뒷받침되기 어려운 현실이다.



피해 학생들의 

웃음을 되찾아 준 

해맑음센터, 

더욱 확대돼야 할 때



 지난 10년 동안 300명이 넘게 해맑음센터에서 생활하며 상처를 치유했다. 수료생 중 일부 학생은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해 자신과 같은 처지의 후배들을 돕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피해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는 센터이지만 열악한 지원으로 인해 극소수의 인원만을 받고 있으며, 이 학생들마저 제대로 된 교육의 기회를 누리고 있지 못한다. 피해 학생들의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아 주기 위해선 센터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지금은 전국의 단 한 곳뿐이지만 점차 확대해 많은 피해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박서영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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