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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를 생각한다
기사 승인 2025-05-12 14  |  703호 ㅣ 조회수 : 73



김희남 초빙교수 (전 SBS 보도본부 국장)





이념의 강 건너 실용의 세상으로

공존과 협력의 사회 통합이 과제


 



 흔들리는 세상이다.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세계 질서를 흔들고, 일상에서는 AI(인공지능)가 세상을 뒤흔든다. 전통적 질서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린다. 세상이 새로운 질서로 나아가면서 요동치는데, 우리는 유난히 길었던 지난겨울 혼란과 분열의 시간을 보냈다.



 다시 봄이 왔다. 선택의 시간도 함께 왔다. 얼마 뒤면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리더를 생각하는 시간이다. 많은 과제가 쌓였다. 무엇보다 상처받은 민심을 수습하고, 흩어진 국력을 모아야 한다.



 공존과 협력을 통한 사회 통합, 새 대통령에게 주어진 절실한 과제이다. 정치와 경제의 양극화 해소, 저출생과 고령화의 인구문제, 한반도 평화와 분단 체제 극복, 기후와 에너지, 디지털 대응,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그런데 이번 계엄과 탄핵 국면에서 드러난 분열 양상은 걱정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지난 세기 우리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국제 질서 재편 과정에서, 좌우 이념 대립으로 커다란 희생을 치른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념이라는 괴물에 의해 엄청난 양민 학살이 이루어졌다. 제주 4․3 사건과 한국전쟁 기간에 발생한 보도연맹사건을 대표적 사례로 들 수 있다. 4․3 사건은 단일 사건으로는 한국전쟁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민간인 학살로 기록된다.



 사회 통합은 무엇보다 절실하고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느닷없는 계엄과 탄핵의 시간을 지나면서 우리 사회는 많은 에너지를 낭비했다. 이념의 양극화가 내전을 우려할 만큼 표면화하기도 했다. 극단적인 대결 정치의 민낯이다.



 대통령은 어느 한 정파나 이념을 대신하는 자리가 아니다. 모든 정파와 계파를 아우르는 대통합의 지도자여야 한다. 과거와 결별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의 산물이다. 통합의 정신과 협치의 가치를 우선해야 한다. 그래서 이념의 강을 건너 실용의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타게 엘란데르(1901~1985)는 1946년부터 1969년까지 무려 23년 동안 스웨덴 총리로 지냈다. 이쯤 되면 독재자라는 오명이 붙을 만한데, 그는 지금도 스웨덴에서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비결은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정치 철학에 있다.


오랜 기간 권력의 정점에 있으면서도 그는 줄곧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이어갔다. 목요일 저녁마다 총리 별장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아 식사를 함께했다. 정계, 재계 고위 인사뿐만 아니라 지방의원, 노조 인사 등 문제 해결이 필요한 단체와 사람들을 끊임없이 만났다. 총리 별장에 안 가 본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집권 초기 극심했던 노사 분규, 빈부 격차, 좌우 갈등의 스웨덴은 차츰 공존과 협력의 통합 사회로 나아갔다. 그 자신 진보 운동권 출신으로 사회민주당 당수였지만, 국가수반이 된 뒤로는 한결같이 포용적 행보를 이어 갔다. ‘목요 클럽’은 대화 정치의 상징이 됐다.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해선 안 된다. 민주주의 사회는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 약자를 혐오하고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우열 사회가 아니다. 다양성이 허용되는 곳이다. 지배와 복종의 관계가 아니라, 모두가 평등한 가운데 교류하고 협력하는 사회라는 점을 수용해야 한다.



 정즉정야(政卽正也). 정치의 핵심은 올바른 도리가 지켜지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정의를 앞세운들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야 어찌 바른 정치라고 할 수 있겠는가. 민심은 하늘에 닿아 있다.



 정치는 국가 위기의 시간에 주저 없이 국민 편에 서야 한다. 국민과 권력 사이를 저울질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지난겨울 우리 정치는 미래를 말하지 않고 갈등과 분열을 말했다. 비전과 철학은 실종되고, 각자 셈법에 의존하는 정치공학만 남았다. 이념 양극화의 수렁에 빠진 우리 정치의 부끄러운 얼굴이다.



 리더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떠오르는 문장이 있다. 모든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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