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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 속에 감춰진 생활관의 이면
문단비 ㅣ 기사 승인 2016-12-29 15  |  576호 ㅣ 조회수 : 661



  지난 8월 30일(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전국 17개 대학의 기숙사 이용약관을 점검하고, 불공정 약관을 바로잡았다고 밝혔다. 점검 대상이 된 대학은 서울대, 강원대, 부산대 등 국립대 8곳과 경희대, 건국대 등 사립대 9곳이다.



  공정위의 적발 대상이 된 주요 불공정 약관은 크게 ▲중도 계약해지 시 과다한 위약금 부과 및 환불불가 조항 ▲비어있는 개인 호실 불시 점검 조항 ▲정산금 지연 반환 조항 ▲임차건물 내 개인소유물 임의 처분 조항 ▲부당한 재판관할 조항 등 5개 약관이다.



  우리대학 생활관 약관에 숨은 불공정 조항



  우리대학은 공정위의 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생활관 이용 규정에는 시정 대상인 ‘강제퇴사 시 환불불가 조항’이 명시돼있다. 생활관 이용 규정 제19조 1항에 따르면, 강제퇴사처분에 따른 생활관비 및 식비 환급은 없다.



  그러나 공정위는 해당 조항이 적발된 8개 대학에 시정 조치를 가하며 “학생에게 강제로 퇴사 조치를 취하더라도 생활관에는 계약해지의 법리에 따라 퇴사생의 생활관비를 반환할 원상회복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생활관 규정 제8조에는 인원점검을 야간 점호 시간이 아닌 불시에도 실시할 수 있다고 쓰여있다. 그러나 이 조항 역시 학생이 재실 중일 때에만 개인 호실을 점검할 수 있다는 말이 없어 공정위의 적발 대상이 될 수 있다.



  공정위는 “비어있는 호실을 불시 점검하는 것은 점검이라는 명분 아래 개인 사생활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될 우려가 있다”며 개인호실 불시 점검 조항을 명시한 8개 대학을 적발했다.



  ‘미선택’할 수 없는 생활관 식사, 왜?



  그 외에도 우리대학은 생활관 거주 학생에게 두 끼 이상의 식사를 의무적으로 선택하게 하는 일종의 ‘의무식’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강제로 학생들을 생활관 식당에서 식사하도록 하는 것은 생활관생의 식사 선택권을 침해한다. 실제로 생활관에서 거주중인 손은정(문창·16) 씨는 “사실상 하루 두 끼 이상을 생활관 식당에서만 먹기는 힘들다”며 “못 먹은 끼니를 다음에라도 먹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강대에서도 지난 8월 식권 강매 논란이 일었다. 민자기숙사 곤자가의 적자를 이유로 학생들에게 하루 두 끼 이상의 식권을 강제 구매하게 했기 때문이다. 또한, 경북대 역시 지난 2014년 식권 강매로 공정위에 적발된 바 있다.



  물론, 식권 강매 논란이 불거진 두 학교와 우리대학 사이에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다. 서강대와 경북대는 생활관비에 식권 가격을 포함해 학생들에게 청구했지만, 우리대학은 원칙적으로 생활관비와 식사비를 분리해 청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대학도 식사 선택 시 미선택이 불가능한 사실상 ‘의무식’을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두 끼 이상의 식사를 생활관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은 다른 두 대학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왜 생활관은 학생들에게 식권을 강매할 수밖에 없을까. 대부분의 국립대 기숙사는 임대형 민자사업(이하 BTL 사업)*으로 지어진다. 따라서 식당을 포함한 기숙사 내 편의시설을 운영하는 주체는 학교가 아닌 외부 운영사이다. 편의시설에서 발생한 수익이 곧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가 되는 BTL 사업의 특성상, 학생들이 생활관 식당에서 식사를 하지 않으면 그 피해를 투자자들이 떠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우리대학의 생활관 부속시설 운영사는 식사 선택 자유화에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해왔다. 지난 2012년 ‘식권 강매’가 공정위에 적발된 이후 우리대학도 생활관 운영사에 ▲대학원생·외국인 관생 식사 선택 자유화 ▲생활관생 식사 두 끼 선택권(기존에는 세 끼만 가능) 등의 요구협상을 제안했지만, 당시 운영사는 타격이 크다는 이유로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결국, 다섯 번에 걸친 협상 끝에 대학원생과 외국인관생은 식사선택 시 미선택이 가능하게 됐다.



  생활관 행정실과 운영사와의 협상 난항은 2014년에도 이어졌다. 당시 협상은 생활관생의 두 끼 식사를 기존 중·석식에서 ▲조·중식 ▲조·석식 ▲중·석식으로 다양화하기 위해 진행됐다. 협상 당시 운영사는 이익 감소를 이유로 식단가 인상을 요구했다. 물론 식단가 변동은 없었지만, 생활관생의 편의를 위한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은 운영사 때문에 학생들은 손해를 감수해야만 했다.



  한편, 우리대학 생활관은 계속해서 생활관 식사 선택 자유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의무식 선택지 다양화 당시 생활관 이건천 행정팀장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생활관생들의 (식사 선택 자유화) 요구가 타당하다고 판단한다”며 “그간 끊임없이 운영사에 개선을 요구했고, 앞으로도 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생활관은 강의실과의 뛰어난 접근성, 원룸 등 주변 거주지보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학생들의 주거 선택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정작 생활관생들은 여전히 불공정한 약관과 의무식 때문에 불편을 겪고 있다. 원상회복청구권, 식사선택권 등 생활관생들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학교와 운영사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임대형 민자사업(BTL 사업): 민간 투자를 받아 시설을 건설하고, 운영권은 정부가 갖는 형태의 사업(우리대학의 경우 문제가 된 생활관 식당 등의 부속시설은 별도의 운영사가 운영)



  문단비 기자

  mun_3058@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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