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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라는 틀에서 벗어나다
장수연, 권민주 ㅣ 기사 승인 2021-06-06 16  |  647호 ㅣ 조회수 : 2059



▲ 아이돌 그룹 ‘골든차일드’ 멤버 보민의 색조 화장품 광고                                                                                                출처 : 릴리바이레드



‘젠더’라는 틀에서 벗어나다



  최근 광고, 드라마, 영화 등 각종 미디어와 패션 등에서 ‘남자다움’ 혹은 ‘여자다움’의 구분을 지양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대표적인 미디어 속 사례로, 과거 포카리스웨트의 광고는 청순하고 가녀린 여성 혹은 여리여리한 분위기의 느낌을 강조했다면 지금의 포카리스웨트 광고는 활발하고 역동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이는 과거와 달리 성 평등과 각자의 개성을 중요시하는 최근 세대의 가치관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에 나타난 젠더 이슈의 변화상을 추적해 보자.



젠더리스,

사회의 규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다



  젠더(Gender)란 보통 사회·문화적인 성을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을 남성이나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구분 중 하나의 성으로 명확히 여기며 성 정체성을 구분한다. 이렇듯 많은 사람은 대부분 젠더 이분법의 방식으로 성 정체성을 구분하지만 이러한 구분 기준에 자신을 포함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자신을 젠더 이분법적 구분으로 확정 짓는 게 아니라 제3의 성, 즉 여자나 남자와 같은 사회의 전통적인 젠더 규범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젠더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이들을 ‘젠더퀴어’라고 부른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성별의 구분 및 성 역할도 모호해지고 있으며, 생물학적 남성 혹은 여성의 정체성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즉, 성 역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원하는 것을 지향하는 ‘젠더리스(Genderless)’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젠더퀴어에 속하는 개념 중 하나인 젠더리스(Genderless)는 젠더(Gender)와 명사의 성질이나 특성을 없애는 접미사 less 가 합쳐진 용어로써, 자신의 성에 대해 인식과 관념이 없는 사람을 주로 의미한다.





가수 지드래곤의 화보                                                                                                                                                          출처:보그코리아



젠더리스,

단순한 유행인가

사회적 움직임인가



  이러한 전통적인 성적 구분을 지양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문화계 역시 젠더리스의 트렌드를 따르고 있다. 그러한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광고·미디어다. 최근 미디어 속 여성 및 남성들의 모습은 기존 사회가 부여했던 성적 고정관념들을 조금씩 깨부수고 있다. 여성은 더 이상 여리여리한 모습이 아닌, 강인하고 역동적인 모습으로 연출된다. 또한 남성 역시 가정적인 이미지를 어필하거나, 색조 화장을 즐기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2015년 바비인형으로 잘 알려진 ‘바비’와 패션 브랜드 ‘모스키노’가 협업했던 광고가 이런 미디어의 경향을 잘 보여준다. 바비인형은 여자아이들의 장난감으로 대표되는 인형이다. 그러나 이 광고 속에선 남자아이들도 여자아이들과 함께 바비인형을 가지고 놀며 좋아한다. ‘남자아이는 인형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전형적인 고정관념을 깨부순 사례이다. 당시 모스키노의 크레이티브 디렉터 디자이너 제레미 스캇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장난감의 성 중립성 논의가 시작된 것 같아 기쁘다”라고 전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성의 중립, ‘젠더리스’는 이제 막 논의가 되기 시작했던 주제였다. 그러나 이후 광고 및 미디어의 성적 고정관념 깨부수기는 계속해서 시도되며 지금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화장품 광고가 이러한 젠더리스의 실천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이제 남자 연예인들이 색조 화장을 하고 화장품 브랜드의 모델을 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남성을 색조 화장품 모델로 내세우는 유행의 시초는 ‘릴리바이레드’였다. 릴리바이레드는 2017년 권현빈을 모델로 발탁하고, 현재는 골드차일드의 보민을 새로운 모델로 선정했다. 입술을 강조한 상큼한 컨셉의 뷰티 화보 속 이들의 모습은 제품을 당장이라도 구매하고 싶은 욕구를 부추긴다. 릴리바이레드를 시작으로▲클리오 ▲토니모리 ▲베네피트 등 대표적인 색조 화장품 브랜드들이 이러한 유행을 뒤잇고 있다. 이러한 화장품 업계의 남성 모델 사용은 기존의 화장하는 남자에 대한 거부의식을 줄이며 남성 소비자의 증가를 꾀했다. 실제로 매출 역시 상당히 증가했다는 후문이다.



  화장품 업계뿐만 아니라 패션계에서도 젠더리스가 트렌드이다. 패션계에서 나타나는 젠더리스란 일명 ‘젠더리스 룩(Genderless Look)’이라고 소개된다. 젠더리스 룩은 의복에 있어서 성의 구분을 없앤다. 특히 이 젠더리스 룩은 예전의 남성적, 여성적인 이미지를 탈피해 성별을 구분하지 않는 패션 스타일이기 때문에 성의 이분법적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는 지금의 사회적 흐름과 연결된다.



  이러한 젠더리스 룩은 기존에 존재하던 유니섹스(Unisex)와는 다른 개념이다. 유니섹스가 남성과 여성에게 동일한 패션을 적용하는 것이라면, 젠더리스는 남자와 여자를 구별하는 성 관념의 고정화를 타파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령 청바지와 후드 티셔츠같이 남녀 모두에게 적용 가능한 스타일이 유니섹스 패션이라면, 젠더리스 패션은 남성이 치마를 입거나 크롭티를 입는 것처럼 남성의 전유물, 여성의 전유물로써 여긴 패션의 고정관념을 타파하며 중성성을 표현한다.



  기존에 ‘여성적인’ 혹은 ‘남성적인’ 것이라고 여기던 패션이 있다면, 젠더리스 룩은 여성적이고 남성적인 디자인을 혼합하는 것이 특징이다. 굳이 성별을 나누지 않고, 여성도 남성도 아닌 스타일을 표방하는 패션인 것이다.



  젠더리스 룩을 대표하는 예시로는 군화가 있다. 과거 ‘군화’하면 떠오르는 성별은 보통 남성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젠더리스 룩은 군화를 신은 여성의 패션과 같이 성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룩을 제시해준다.



  여기서 더 나아가 최근에는 남성들이 배를 보이는 크롭티를 입거나, 치마를 입고, 핸드백을 멘다. 패션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지드래곤은 얼마 전 화보에서 트위드 재킷과 진주 목걸이를 착용하고, 손톱에는 네일아트를 했다. 또 몇 년째 ‘샤넬’의 공식 뮤즈이자 글로벌 앰버서더로 활동 중인 그는 공항에서 샤넬 핸드백을 메고 등장했다. 세계적 그룹인 BTS의 멤버 뷔 역시 명품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의 핸드백을 메고 공항에 등장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아이돌 무대를 보면 남자 아이돌들이 크롭탑을 입고 배를 드러낸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러한 패션계의 젠더리스 열풍은 여전히 식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컬렉션에 이어 올해 상반기 컬렉션 역시 젠더리스가 핵심 트렌드이다. 성적 관념들을 깨부쉈다고 여기는 이 패션들이 언젠가는 더 이상 파격적이라고 평가되지 않는, 보편적인 패션으로 자리 잡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젠더 구분을 무너뜨리는 미디어의 움직임이 지속될수록 우리의 인식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고정관념과 규정들은 모호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미디어의 변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닌 커다란 사회적 흐름의 한 시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배우엘리엇페이지                                                                                                                                                             출처:탑스타뉴스



남자도, 여자도 아닌

‘논 바이너리’



  최근에는 젠더리스와 유사한 개념으로 ‘논 바이너리(non-binary)’라는 새로운 성의 개념이 등장했다. 이는 기존의 이분법적 성의 개념을 뒤엎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으로, 논 바이너리들은 자신을 남성과 여성의 개념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할리우드 배우 엘리엇 페이지(이하 페이지)는 자신의 SNS에서 “나는 트렌스젠더이고, 나를 가리키는 대명사는 he/they이며, 내 이름은 엘리엇”이라고 밝혔다. ‘they’는 3인칭 복수를 가리키는 동시에, 성을 특정하지 않은 3인칭 단수 표현으로도 쓰인다. 따라서 페이지의 말은 스스로를 트렌스젠더이면서, 특정한 성으로 구분 짓지 않는 논 바이너리로 정의하고 있다고 해석 가능하다. 그들을 부를 때는 ‘they’라고 불러야 하며, 그들의 이름 앞에는 Mr나 Miss 대신 ‘Mx’를 붙여야 한다.



  미국의 사회단체 트랜스젠더평등센터(NCTE)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가운데 3분의 1 가량이 스스로를 논 바이너리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트렌스젠더는 젠더 정체성이 법적 지정 성별과 다른 사람을 말한다. 즉 논 바이너리는 트렌스젠더 안에 속하는 하위 개념인 것이다.



  페이지 외에도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샘 스미스, 미국 드라마 <빌리언스>의 메이슨 역을 연기한 배우 아시아 케이트 딜런 역시 자신을 논 바이너리로 정의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최근 이러한 문화계의 변화에서 알 수 있듯이, 개인과 나 자신이 가장 중요한 시대가 됐다. 개인은 단지 남성,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만으로 규정지을 수 없는 존재들이다. 이제는 남성, 여성이 아닌 개인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한 인간으로서 존중돼야 하고, ‘남자다움’ 혹은 ‘여자다움’이라기 보다 각자의 개성을 강조하고 차이점을 인정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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