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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이 악인을 단죄한다, ‘다크 히어로’
김계완, 노승환 ㅣ 기사 승인 2021-06-06 16  |  647호 ㅣ 조회수 : 135



▲ 영화 <배트맨>                                                                                                                                                             출처 : 네이버 영화



악인이 악인을 단죄한다, ‘다크 히어로’



  지난달 드라마 <빈센조>, <모범택시>, <마우스>가 흥행을 이끌며 성황리에 종영됐다. 이 세 작품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다크 히어로’라는 소재로 흥행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다크 히어로는 무엇이며, 어떤 요소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일까?



다크 히어로 작품



  다크 히어로를 다루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있다. 앞서 언급한 드라마들과 웹툰 『참교육』, 『비질란테』, 그리고 영화 <배트맨>이 있다. <빈센조>는 조직의 배신으로 한국에 온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인 빈센조와 베테랑 독종 변호사인 홍차영이 함께 악한 방식으로 악당을 물리치는 내용의 드라마다. 악당을 물리치는 모습은 잔혹했지만 통쾌한 방법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참교육』은 무너진 교권을 지키기 위해 체벌이 허용되는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웹툰이다. 선생님이 학생에게 맞아 죽은 사건으로 인해 ‘교권 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교권국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폭력적인 교육을 허락받은 교권국 소속 나화진이 불량 청소년들을 체벌과 폭력으로 단죄한다. 이처럼 『참교육』은 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촉법소년’과 가벼운 형량을 받는 청소년, 그리고 악덕 선생님들을 응징하는 내용으로 구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비질란테』는 경찰 대학생이 죗값을 치르지 않는 범죄자들을 처단하는 내용의 웹툰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처럼 작품 속에서 권력 있는 사람들은 법의 심판을 피해가지만, 돈과 힘이 없는 사람들은 죄를 뒤집어쓴다. 주인공은 이런 사회를 못마땅하게 여겨 범죄자들을 직접 처리한다.



  <배트맨>은 다크 히어로의 대표적인 존재이자 슈퍼 히어로이다. 주인공 브루스는 놀다가 우물 안으로 빠지는데 그 안에 있던 박쥐들을 보고 기겁하며 정신을 잃는다. 오페라 관람 중 박쥐가 나오자 브루스는 박쥐에 대한 트라우마가 떠오른다. 가족들은 두려워하는 브루스를 위해 오페라 중간에 나간다. 이때 브루스 가족 앞에 강도인 조 칠이 나타나고, 조 칠은 브루스의 부모님을 살해하고 달아난다. 성인이 된 브루스는 조 칠을 죽이려는 복수심으로 불타오른다. 조 칠에 대한 재판에 참석한 브루스는 팔코니의 존재를 알게 된다. 고담시는 팔코니 등 범죄자들에 의해 부패됐고, 브루스는 이런 사람들을 처단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브루스는 어린 시절 박쥐에 대한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해 박쥐 굴에서 수련하는 등 노력한다. 브루스는 박쥐의 모습은 본뜬 배트맨 코스튬을 입고 첨단 장비를 활용해 악인들을 처단한다. 가차 없이 악인들을 처단하는 브루스의 모습에서 관중들은 희열을 느낀다.



다크 히어로,

일반적인 히어로와

무엇이 다를까



  그렇다면 다크 히어로는 무엇일까. 일반적인 히어로는 기본적으로 선하고 정의로우며, 행동방식도 이를 벗어나지 않는다. 반면에 다크 히어로는 기본적으로 정의롭지만, 사회의 규칙이나 사소한 도덕적 문제 등을 쉽게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즉, 다크 히어로는 선한 역할이나 영웅에 해당하지만, 일반적인 히어로와 비교했을 때 몇몇 결함을 보이는 불완전한 영웅이라고 할 수 있다.



  다크 히어로의 특징으로는 거칠고 과격하며 냉정하고 자비가 없다. 과거 어떤 사건 등을 계기로 이와 같은 성격을 지니게 됐다고 나오기도 하며, 이에 대한 번뇌를 보여주기도 한다. 배트맨의 경우 어릴 적 부모님을 강도에게 잃고 범죄에 대해 트라우마를 갖게 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강박증을 갖게 된다. 또한 복수나 속죄 같은 개인적인 욕구가 동기가 돼 활동하게 된 경우도 있고, 이중인격 등의 불안정한 정신 상태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다크 히어로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때로는 법을 무시하기도 하며, 납치와 폭행 같은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악당을 응징하는 면에서도 다크 히어로는 일반적인 히어로와 차이점이 두드러진다. 일반적인 히어로는 악당의 제압에 손속을 두지만, 다크 히어로는 무자비하게 악당을 뭉개버린다. 또한 일반적인 히어로는 악당에게 갱생의 여지를 주지만, 다크 히어로는 일말의 자비 없이 처형식을 거행할 뿐이다.





▲ 드라마 <빈센조> 포스터                                                                                                                                              출처: 엑스포츠뉴스



왜 대중은

다크 히어로에게

열광하는가



  그렇다면 왜 대중은 다크 히어로에게 열광할까. 오늘날 다크 히어로가 부상한 배경에는 부조리한 현실 세계가 한몫한다. 국민이 생각하는 정의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사건이 쌓여갈수록 사람들은 다크 히어로에 열광하게 된다. 최근에 일어난 LH사건 등을 비롯해 대중은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쌓였다. ▲경찰 ▲검찰 ▲법원과 같이 범죄를 막고 죄를 묻고 벌하는 기관에 대한 불신이 쌓이며, 법의 허점과 자신의 재산 및 권력을 이용해 벌을 받지 않는 일명 ‘법꾸라지’들과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법을 악용하는 변호사들을 지켜보는 대중은 분노를 표출했다. 또한 강력 범죄 사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국민이 생각하는 정의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사건에 해당한다. 대표적으로 N번방 사건과 조두순의 형량에 대해 대중은 분노를 표출했다. 법이 처벌하지 못하는 권력자를 비롯해 대중이 느끼기에 적은 형량을 받은 악인들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다크 히어로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는 것이다.



  대중이 다크 히어로에 열광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다크 히어로물이 선사하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일반적으로 권선징악을 주제로 삼는 작품은 작 중 등장하는 악당이 감옥에 수감되는 식으로 악당의 최후를 보여준다. 그러나 다크 히어로물에서 악당의 최후는 다소 자극적이다. 다크 히어로는 악당들이 하던 짓을 그대로 돌려주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을 취하거나 본인만의 독자적인 잔혹한 처형식을 통해 악당을 처단한다. 이는 대리만족으로 이어져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문학적인 상상으로 악당을 혼내줄 수 있다는 통쾌함을 준다.



  일각에서는 법을 무시하는 다크 히어로의 처단 방식을 합리화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본 사람들이 모방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다크 히어로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공권력이 더 이상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다수의 믿음이 사회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정의가 실종된 사회 속 다크 히어로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졌다. 몇몇 다크 히어로물 작품에서는 세계가 평화로워져 자신과 같은 다크 히어로의 존재가 필요 없어지길 바란다는 심리 묘사가 등장한다. 그 심리 묘사대로 더 이상 다크 히어로가 필요하지 않은 사회가 되길 바라며 정의가 이뤄지는 사회가 구현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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