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심 속 숨겨진 작은 테마파크, 방탈출
방탈출은 MZ세대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놀이문화다. 방탈출은 진행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쾌감 ▲보상 ▲성취감 등 심리적 자극을 통해 이를 체험하는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준다. 현재 방탈출은 소비자에게 단순한 재미를 제공하는 놀이를 넘어서 복합적 제작 체계를 지닌 종합예술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MZ세대에게 주목받고 있는 방탈출의 흥행 이유와 한계, 그리고 방탈출을 비롯한 액티비티 문화의 전망을 알아보고자 한다.
신흥 놀이
방탈출의 성공 비결
방탈출은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장르 중 하나다. 방탈출의 이름에서 드러나는 그대로 유추가 가능하듯, ‘방을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다. 방탈출 전체 과정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나감으로써 방을 탈출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문제를 해결해 나온 답이 다음 문제를 푸는 단서가 되고, 그 단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그 방만의 스토리를 완성한다. 방탈출은 각 테마별로 장르를 선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호러물 ▲스릴러물 ▲로맨스물 ▲판타지물 ▲드라마물 등이 있다. 방탈출은 각 테마별로 해당하는 스토리가 있고, 각 스토리의 개연성 덕분에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방탈출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액티비티 활동이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방탈출의 흥행을 이뤄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의 심리를 잘 이용했다는 것이다. 방탈출은 수행 과정에서 참여자들의 ‘보상심리’를 자극한다. 방탈출 과정에서는 제한 시간 내에 퀴즈를 풀어야 한다는 시간적 제약이 따르는데, 이러한 시간적 제약이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흥미를 유발한다. 이렇게 정해진 시간 내에서 퀴즈를 풀어 해결하는 것은 게임 참여자들에게 성취감을 느끼게 하고, 스스로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보상심리를 자극한다.
다음으로 방탈출의 ‘체험형 구도’는 단순 가상세계가 아닌, 실제로 구현된 세계에서 스스로가 주인공이 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다른 온라인 게임의 경우 가상세계를 구현해놓은 상태에서 게임이 진행되며 실제로 직접 몸을 움직여 체험하는 것이 거의 없는 반면에, 방탈출의 경우 실제로 구현된 공간 속에서 스스로가 몸을 움직여 체험하는 액티비티 활동이다. 게임을 진행하며 플레이어들이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스토리를 완성하는 데에서 나오는 성취감은 상당하다. 또한 다양한 방탈출 테마가 지닌 스토리텔링을 따라감과 동시에, 플레이어가 지인과 함께 방안에 갇혀 스스로 상황을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이 참여자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이렇듯 체험형 액티비티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방탈출은 인기를 끌고 있다.
▲민속박물관에 마련된 공포테마 방탈출 '아랑餓狼 : 굶주린 아리' 출처: 롯데월드
여러 가지 변화를
꾀하는 방탈출
최근 방탈출은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랑餓狼 : 굶주린 이리’(이하 아랑)가 있다. 아랑은 롯데월드 내 민속박물관에 마련된 공포테마 방탈출로, 국내 대표적인 방탈출 카페 브랜드 ‘제로월드’와 협업해 제작됐다. 아랑은 1595년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미지의 역병으로 몰살된 마을에 재물이 숨겨져 있다는 소문을 듣고 잠입한다는 설정이다. 조선 시대를 테마로 제작된 것을 넘어 전통문화와 생활사를 재현한 민속박물관이란 공간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에버랜드는 11월 한 달간 ‘락스타로 살아남기’라는 초대형 방탈출을 진행한다. 1960년대 미국을 모티브로 조성된 ‘락스빌’ 테마존에 대형 야외 방탈출 게임장이 구현돼, 모바일 게임을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방탈출과 결합해 경험할 수 있다. 모바일에 접속하면 게임 속 음악도시 ‘락스빌’에서 펼쳐지는 모험 이야기가 소개된다. 다음 스토리로 넘어가기 위한 미션이 주어지고, 실제 락스빌 현장에 숨은 단서를 바탕으로 정답을 추리하며 방탈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게임 스토리가 웹툰으로 전개될 수도 있고, 게임 중간에는 놀이기구 탑승 미션도 숨어있어 놀이기구를 즐기며 방탈출을 할 수 있다.
방탈출의 진입 장벽
이렇듯 방탈출은 새로운 놀이문화로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 완벽히 대중화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접근성 측면에 한계가 있다. 보통 방탈출의 금액은 인당 2만원 이상이다. 이런 비싼 가격이 방탈출에 진입 장벽을 형성한다.
그렇다면 방탈출은 왜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을까? 우선 방탈출은 시간대가 한정돼 있다. 방탈출 하나의 제한 시간은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몇 시간이다. 방탈출은 그 특성상 같은 테마를 동시에 여러 명이 체험할 수 없기에 정해진 시간에 약속된 한 팀만이 체험할 수 있다. 각 테마의 수용력에도 한계가 있다. 방탈출은 기본적으로 2~4인이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비교적 시간이나 공간적 제약이 덜한 테마파크, 식당과는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이다.
또한 방탈출은 일회성이라는 제약이 있다. 특정 방탈출을 한 번 하고 나면 ▲스토리 ▲단서 ▲탈출 방법을 알기 때문에 흥미가 떨어져 재방문하는 이가 거의 없다. 테마를 이미 체험한 사람들을 위해 주기적으로 테마를 손보기도 쉽지 않다. 테마를 바꾸려면 방 배치나 인테리어, 문제들을 바꿔야 하는데 이는 여러 장치 시스템 및 구조에 얽혀 있어 단기간 내에 바꾸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와 같은 이유로 방탈출의 가격은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높은 가격은 방탈출 대중화의 발목을 잡게 된다.
다양한 요소가 한데
어우러진 종합예술
현대에 들어서는 서사적 예술의 양식이 게임과 영화를 비롯한 영상에서 지금은 4D와 VR까지 도달했다. 이는 시청자가 서사 예술이 담고 있는 세계에 이입할 수 있도록 좀 더 현실감 있는 쪽으로 변해온 결과이다. 그러나 4D와 VR를 비롯한 영상에서는 결코 내가 스토리를 원하는 속도로 이해하며 나아가지도,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못한다.
그러나 스토리텔링 장르 중에서도 방탈출은 직접 주인공이 돼 소도구를 만지고, 스토리를 보다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방탈출은 가히 ‘종합예술’이라 불릴 정도로 복합적인 체계를 지닌다. ▲영화 ▲드라마 ▲책과 같은 단순 시청각 매체와 달리 방탈출은 내가 직접 ‘주인공’이 돼 특정 스토리와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문화다. 방탈출을 통해 우리는 보통의 매체와 같이 3인칭 상황에서 단순히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1인칭 상황에서 내가 직접 영화, 드라마, 책 속의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어떠한 테마를 체험하느냐에 따라 플레이어는 ▲인형극 속 인형이 될 수도 ▲인디아나 존스와 같은 탐험가가 될 수도 ▲마약 중독자나 살인범 같은 무서운 범죄자가 될 수도 ▲이순신과 같은 역사 속 위인이 될 수도 있다. 플레이어는 테마 속에서 주인공이 돼 직접 움직이고, 만지고, 행동하면서 테마 내에 완벽히 몰입하게 된다.
이처럼 방탈출의 플레이어는 제한 시간 내에 가상이 아닌 실제로 만져지는 물리적 공간에서 주인공이 된다. 이에 따라 테마의 스토리 진행 및 개연성, 문제의 질 등 자체적인 서사 요소도 매우 중요하지만 나아가 ▲인테리어 ▲음향 ▲영상물 ▲조명 연출 등 이를 잘 뒷받침해줄 수 있는 공간적 요소와 효과와의 적절한 조화가 중요하다. 특히 테마 공간은 방탈출 서사를 구현해놓은 자체로, 플레이어가 상황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아무리 스토리가 좋다 할지라도 공간이 실감 나지 않는다면 몰입도는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방탈출은 문제와 연출, 인테리어, 장치 등의 다양한 요소들을 통해 제작자의 의도를 전달하는 복합 문화 콘텐츠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방탈출에서 하나의 테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스토리 작가 ▲디자이너 ▲음향 제작가 ▲조명 전문가 ▲영상 연출 전문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등 수많은 예술 분야의 종사자들이 필요하다. 방탈출에서 플레이어는 모든 지식과 감각을 총동원하며 그 방이 지닌 비밀을 풀어가기 때문에 다양한 예술적 연출로 플레이어의 오감을 충족시켜줘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적절한 소품과 공간 배치를 통해 서사를 테마에 잘 녹여내는 것이 중요하며 이것이 방탈출의 질을 결정하게 된다. 예를 들면 시간적 배경이 겨울이나 크리스마스인 테마라면 인공 눈 등의 효과가 필요할 것이고, 탐험 컨셉의 테마라면 내부에 동굴을 구성해야 하는 등 다양한 시공간적 배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방탈출 문화는 이제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닌, 하나의 서사를 위해 영화 같은 연출, 상상을 뛰어넘는 신기한 장치들을 도입하며 플레이어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선물하는 문화 콘텐츠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직접 방탈출 채험 후 성공을 기념하는 기자들
‘과몰입러’
양산 중인
체험형 액티비티
이처럼 최근 액티비티는 이전에 성행하던 ▲테마파크 ▲짚라인 ▲레일바이크 등에서 나아가 방탈출과 같이 도심 내에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놀이공원만큼의 크기는 아니지만, 제법 규모를 갖고 있거나 체인점 형태로 운영되는 실내형 테마파크들이 다수 등장했다. 대표 도심형 인기 액티비티로는 ▲가상현실(VR) 체험, 방탈출 등의 테마형과 ▲실내 암벽클라이밍, 실탄사격 등의 실내형 ▲도예·가죽공예 등의 예술형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대학내일 설문조사에 의하면, MZ세대 70.9%가 ▲방탈출 ▲스크린 스포츠 ▲가상현실(VR) 체험 등을 경험해봤다고 응답할 정도로 체험형 액티비티 문화가 성행 중이라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액티비티’가 주목받는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는 여가 트렌드 자체가 보는 것에서 온몸의 감각을 통해 오감으로 경험하는 ‘체험형’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관심은 방송 프로그램 제작으로도 이어졌다. tvN의 <대탈출>은 방송 최초의 ‘방탈출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매 회차 ▲폐병원 ▲유전자은행 ▲사설 도박장 ▲귀곡산장 등으로 다양하게 꾸며진 초대형 밀실에 갇힌 멤버들이 문제를 해결하며 탈출의 단서를 얻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간에서의 탈출을 위해 멤버들이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신기한 장치와 공간에 얽힌 비밀, 실감 나는 인테리어 등의 요소로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방탈출은 이러한 형식에서 현재는 보다 몰입도와 활동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우선 방의 장치가 이전에 사용하던 자물쇠 뿐만 아니라 기계 장치 및 전자식 장치 등 다양해졌다. 나아가 스토리 또한 기존에는 ‘방에 갇혀 있고, 탈출해야한다’는 방식이었지만 그 패러다임이 점차 확장되고 있다. 공간에 들어간 이유가 다양해지기도 하고, 방을 빠져나가는 것이 그저 이야기의 끝일 뿐 ‘탈출한다’의 의미가 아닌 경우도 존재한다. 또한 탈출하기 전 손님에게 결말을 선택할 기회를 주기도 한다. 이처럼 주인공이 된 플레이어가 결말을 선택하게 만들어 스토리에 대한 기여도를 높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