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서의 해설 논란, 왜 반복될까?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개막식에서 중국 56개 민족 대표 등 각계각층 중국인이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모습이 있었는데, 여기서 댕기 머리를 한 한복 차림의 여성이 있어 논란이 됐다. 경기 관련해서는 ▲쇼트트랙 경기장 빙질 논란 ▲쇼트트랙과 스키점프에서의 납득할 수 없는 실격 논란 ▲쇼트트랙 혼성 단체 계주에서 중국의 일명 ‘블루투스 터치’ 등 대회 초반 잡음이 많았다. 우리나라 안에서는 해설위원의 해설 논란이 있었는데,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자.
빛바랜 첫 메달 경기
해설 논란의 주인공은 이상화 해설위원(이하 이 해설위원)으로, 2월 12일(토)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m 결승에서 일어났다. 이 경기에서 2018 평창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였던 차민규 선수(이하 차 선수)가 출전해 기대를 모았다.
차 선수의 레이스가 시작되자 이 해설위원은 “먼저, 먼저, 오오! 잘 보여! 차분하게, 차분하게, 차분하게 좋아!”라고 반말로 중계했다. 경기가 끝나고 차 선수의 은메달이 확정되자 이 해설위원은 “이야 은메달 잘했다. 잘했다. 와 이럴 수가 있나”라고 말하며 손뼉 쳤으며, 차 선수가 태극기를 들고 링크를 돌 때는 “야, 야, 여기! 여기 봐”라고 외쳤다. 같이 중계하던 이광용 캐스터가 “방송에서 그러시면 안 된다”라고 이 해설위원에게 주의 주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결국 중계방송 말미 이 해설위원은 “너무 흥분했다”라며 사과했다.
해설 논란,
처음이 아니다?
올림픽에서 해설 논란이 있었던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작년에 있었던 2020 도쿄 하계올림픽 유도 남자 73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안창림 선수가 동메달을 획득하자 정병문 캐스터는 “우리가 원한 메달 색은 아닙니다만(이하 중략)”이라고 말해 논란이 있었다. 며칠 뒤 있었던 남자 마라톤 경기에서 오주한 선수는 레이스 13km 부근에서 왼쪽 햄스트링을 부여잡으며 레이스를 기권했다. 이때 윤여춘 해설위원은 “완전히 찬물을 끼얹네요”라고 언급해 또다시 논란이 일었다.
이미 MBC는 2020 도쿄 하계올림픽 개막식에서 국가 소개에 부적절하거나 논란의 여지가 될 수 있는 사진과 문구를 사용해 논란이 있었는데, 이런 해설들로 더 많은 비난을 받았다. 이외에도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10,000m 경기에서 이승훈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하자 제갈성렬 해설위원은 “주님의 뜻입니다”라고 종교적 발언을 해 논란이 있었다.
이와 반대로 유쾌한 반전 해설로 회자하는 해설도 있다. 이 해설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에서 나왔다. 윤성빈 선수(이하 윤 선수)가 스타트하기 전 김나진 캐스터(이하 김 캐스터)는 “지금까지 해온 것만큼만 그대로 하면 됩니다”라고 말했고, 강광배 해설위원(이하 강 해설위원)은 “끝까지 힘을 빼고, 욕심을 버리고, 물 흐르듯이 편안하게 타면 됩니다”라고 말하며 윤 선수의 실수 없는 주행을 기대했다.
차분하게 시작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윤 선수가 스타트하자 김 캐스터와 강 해설위원은 “가가가가가가!”를 외치며 몹시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김 캐스터와 강 해설위원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윤 선수의 주행을 중계해갔다. 윤 선수가 금메달을 확정하자 김 캐스터와 강 해설위원은 다시 한번 환호했다.
윤 선수가 아시아 선수로서 최초로 썰매 종목 금메달을 딴 기쁨과 함께 이 해설은 4년이나 지났지만 재밌었던 해설로 회자하고 있다.
이렇게 고쳐보면
어떨까?
이 해설위원의 중계와 스켈레톤의 중계는 어떤 차이 때문에 평가가 갈렸을까? 그것은 상황에 맞는 해설을 했느냐의 차이다. 이 해설위원은 계속해서 반말 섞인 흥분한 해설을 남발했지만, 스켈레톤 중계는 해설 할 때, 강약 조절을 잘했다. 긴장되는 순간에는 잠시 진정하고, 메달이 확정되는 등 극적인 순간에는 환호하는 것이 해설의 정석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해설위원도 차 선수의 레이스 중에는 차분하게 경기 상황을 설명하고, 엔드라인을 통과한 순간에 기쁨을 표했다면 좋은 중계가 됐을 것이라고 보인다.
야구와 축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올림픽 종목은 프로 스포츠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전문적으로 꾸준히 중계하는 해설자가 많지 않고, 올림픽 때 잠깐 투입돼 해설하는 경우가 다수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국은 시청률을 확보하기 위해 해설위원을 전직 메달리스트 위주로 섭외한다. 전직 메달리스트가 해설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전직 메달리스트가 자신의 경험을 살려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가면 좋은지, 어떤 전략을 사용할 것인지 등을 설명하면 이보다 좋은 해설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