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트로, 아는 맛이 무섭다
▲ 포켓몬 빵과 그 안에 들어있는 스티커의 모습
우리는 과거의 문화를 재생산하고 즐기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 현재 유행하고 있는 포켓몬 빵이 있다. 포켓몬 빵은 90년대에 유행하던 빵으로 당시에도 빵 안에 띠부띠부 씰(스티커)을 모으려는 분위기로 인해 유행했다.
그러나 20여 년 동안 단종됐던 빵이 재출시된 현재에도 유행하고 있다. 비슷하게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성행하고 있다. 이렇듯 각종 옛 문화들이 20·30 세대에게 추억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10대들 사이에서도 새롭게 즐기려는 현상을 불러왔다. 이러한 유행의 흐름을 ‘뉴트로’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뉴트로란 무엇일까?
과거와 현재의 만남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Retro)를 새롭게(New)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유행은 돌고 돈다’라는 말처럼 과거에 유행했던 문화가 현재에 다시 유행하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목격한다. 뉴트로라는 단어를 접할 때 ‘레트로’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두 용어는 차이점이 있다.
레트로는 과거의 기억을 그리워하면서 그 시절로 돌아가려는 흐름으로 복고주의 혹은 복고풍이라고도 불린다. 레트로가 과거를 그리워하면서 과거에 유행했던 것을 다시 꺼내 그 향수를 느끼는 것이라면, 뉴트로는 같은 과거의 것인데 이를 즐기는 Z세대와 같은 계층에겐 신상품과 마찬가지로 새롭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삶에 스며들다
뉴트로는 우리의 삶 곳곳에 생각보다 많은 곳에 깊숙이 퍼져있다. 첫 번째로 방송 분야에 존재한다. 방송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유행을 가장 민감하게 잡아내는 곳 중 하나이기도 하다. 과거 <응답하라 1997>과 같은 응답하라 시리즈의 드라마가 크게 유행할 수 있었던 이유도 사람들의 추억을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공감을 일으키고 흥미를 끌어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도 뉴트로를 살펴볼 수 있다. <오징어 게임>에서 참가자들은 ▲줄다리기 ▲달고나 ▲구슬치기 ▲숨바꼭질 같은 추억의 게임들을 즐긴다. 특히 이로부터 유행한 달고나는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며 퍼져나갔다. MZ세대는 ‘달고나 챌린지’로 달고나를 모양대로 뽑은 후 사진을 찍어 공유하는 등 새롭게 달고나를 즐겼다.
뉴트로는 명소와 놀거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을지로가 뉴트로의 수혜를 입은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을지로는 기성세대가 즐겼을 법한 그 시절 분위기의 카페와 주점 등이 다수 포진해있다. 을지로는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며 즐기는 XY세대와 이 문화를 신기해하며 즐기고 사진을 찍으면서 명소를 방문해 유행을 선도하고 싶어 하는 MZ세대가 만나 명소로 자리 잡았다. 또한 과거 유행했던 롤러장과 같은 곳이 다시 유행의 반열에 오르게 된 것에도 뉴트로의 영향이 미친 것이다.
마지막으로 뉴트로는 패션에서도 나타난다. 1980년~1990년대 하이틴 드라마에 등장하는 ▲하이틴 패션 ▲곱창 밴드 ▲집게 핀 ▲컬러 실핀 ▲비즈 액세서리 등 1990년대에 유행한 각종 장신구가 유행하고 있다. 청바지 또한 뉴트로의 흐름에 유행이 바뀌었다. 어느 순간부터 몸에 딱 달라붙는 청바지인 스키니진보다 바지의 통이 넓고 넉넉한 바지인 와이드 핏이 유행한 것이 그 중 하나이다. 2000년대 초반 촌스럽다고 여겼던 허리선을 높인 바지 디자인 또한 다시 유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젊은 세대를 사로잡다
이렇듯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는 뉴트로가 적용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뉴트로는 왜 유행하는 것일까? 뉴트로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과거 XY 세대들이 청년 때 즐기고 향유했던 문화를 MZ세대들이 현재 다시 즐기고 재생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이대를 아우르며 모든 세대에서 공감대를 형성한다.
또한 MZ세대에게 익숙한 디지털 시대의 문물은 세련되고 완전하다. 이와 달리 아날로그적인 것은 투박하고 불완전함이 주는 미학이 있어서 매력적으로 여겨졌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바이러스가 없던 과거를 향한 그리움으로 뉴트로를 소비하기에 유행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비판적인 시각을
잃지 말자
뉴트로는 우리 생활 전반부에 걸쳐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이미 우리 삶에 깊이 녹아 있다. 그러나 우리는 뉴트로의 유행을 중립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뉴트로의 일환으로 일명 ‘개화기 문화’가 유행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역사적 인식 없이 일제 강점기의 문화를 소비하는 것의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뉴트로 명소가 된 지역이 전통을 상업적 콘셉트로만 이용할 뿐 기존의 정체성을 잃고, 원주민은 떠나게 되는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뉴트로라는 거대한 유행의 흐름 앞에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