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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과 풍자 사이, K-불륜의 흥행
서유정 ㅣ 기사 승인 2024-08-22 13  |  693호 ㅣ 조회수 : 60

 지난 2020년 방영한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비지상파 드라마 가운데 역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국내 드라마에 거센 불륜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극 중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는 대사로 많은 시청자의 분노를 샀던 <부부의 세계>는 이전까지의 불륜 드라마와는 차별점을 보였다. 막장 드라마의 단골 소재였던 불륜은 주로 복수로 이어지기 위한 하나의 장치 혹은 난투극을 위한 서사로 쓰여 왔다. 그러나 <부부의 세계>는 부부로서의 의무감과 사랑 사이 아슬아슬한 심리 묘사에 초점을 맞추며 매회 경계선을 넘나드는 배우들의 열연이 눈길을 끌었다.



 최근 드라마 소재로 불륜이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박경미 이혼형사전문 변호사(이하 박 변호사)는 “불륜이란 요소는 사실 일정 시대에만 자극적인 소재로 인기를 끌기보단 과거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라진 부분들이 있다면 요즘에는 상간녀 혹은 상간남이 일하는 현장에 찾아가서 폭언하는 순간 명예 훼손죄가 성립되고, 그들의 SNS를 추적해서 접촉을 시도하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이 성립된다. 그래서 실제로는 이러한 이유들로 상간녀나 상간남이 상간 소송을 제기한 배우자에게 형사고소를 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현실적인 변화가 반영돼 드라마 안에서도 불륜이 드러난다고 해서 창피하게 여기지 않거나 개의치 않아 하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불륜의 내용이나 장소 또는 대상이 변화가 있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불륜,

‘고구마’로 유행 중



주인공에게 갈등과 시련을 주기 위한 소재로 여러 드라마에 불륜이 소비되면서 다양한 내용의 불륜 드라마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근에 종영한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웹소설 원작 드라마로 ‘회귀물’과 ‘불륜 복수극’이라는 생소한 조합을 선보였다. 남편과 친구에게 배신당하며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주인공이 10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친구와 남편에게 복수하는 이야기이다. 드라마 안에서는 폭행과 성희롱 등 지나친 악역들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반감을 샀으나, 결국에는 시원한 복수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 때문에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 외에도 <블랙의 신부>, <나의 해피엔드> 등 지상파와 비지상파를 불문하고 불륜은 주인공의 흑화를 위한 계기로 활용되며 사이다 전개의 발판이 됐다.



글로벌 매혹시킨 K-불륜극



 이러한 불륜극은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 <내 남자친구와 결혼해줘>는 글로벌 OTT 아마존프라임비디오 글로벌 일간 TV쇼 부문에서 한국 드라마 최초로 1위를 달성했다. 또한 최상류층의 결혼과 불륜을 다룬 <블랙의 신부>는 전 세계 시청 순위 6위를 기록하며 일본과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에서는 1위에 등극하는 성과를 보였다.



클리셰의

굴레에서 벗어나



 세대와 문화권을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랑을 받게 되면서 불륜 소재는 드라마 내에서 활발히 등장하고 있다. 일부 대중들은 ‘자극적인 것만 쫓는 것 같다’, ‘선정적이고 뻔하다’는 평을 내렸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드라마의 내용이나 연출 방식이 달라진 것은 분명하지만, 큰 흐름은 결국 막장 클리셰라는 것이다. 실제 많은 드라마 안에서 불륜은 시청자들의 도파민 유발을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마치 이러한 장면을 전에도 본 것만 같은 진부함이 불륜극의 한계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불륜 문화를 현실적으로 반영해 눈길을 끈 드라마도 있다. 바로 tvN 드라마 이다. 는 ‘Long Time No Sex’의 약자로 돈에 허덕이며 살아가는 한 부부가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불륜 커플들의 뒤를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타 불륜 드라마와는 달리 부부의 정신적, 육체적 외도로 인한 파국과 동성애 불륜 커플을 다루는 등 현실에서 일어나는 바람을 적나라하게 조명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박 변호사는 “요즘에는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동성 간의 불륜 행위라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혼인 관계가 파탄이 나고, 결혼 생활에 문제가 생겼다면 과거와는 달리 상간자에게 처벌이 가능하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서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가 시대에 따라 쓰임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동떨어진 현실감, 왜곡의 지름길로



 불륜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매체에서 소비되며 대중의 흥미를 자극해 왔다. 그러나 근래 2030세대의 인기까지 끌게 되면서, ‘불륜’ 카테고리는 K-드라마 트렌드로 거듭나 세대와 나라를 불문하고 사랑받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이러한 흐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불륜이 드라마 소재로 사용될 때 경계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박 변호사는 “드라마에서 불륜한 남성이나 여성은 대부분 외모나 재력 등 어떤 능력이 전제된 경우가 굉장히 많은 것 같다. 은연중에 마치 불륜이 나의 재력이나 능력을 과시할 수 있는 수단인 것을 조장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능력과 바람은 별개로 일어나는 현실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유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서유정 수습기자

suj7260@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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