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우리대학에서 진행된 STU 사업 반대 과잠 시위를 계기로 대학 사회에서 학생 시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STU 사업이 공론화 되기 전 올해 1월부터 3월 16일(월)까지 에브리타임에서 시위 키워드 언급량은 총 8건에 그쳤던 반면, 3월 17일(화)부터 3월 31일(화)까지 시위 키워드는 총 593건으로 약 74배 이상 증가했을 만큼 학생들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양해지는 시위 방식, 확장되는 표현
최근 여러 대학에서 △등록금 문제 △학내 시설 문제 △학과 구조 개편 등 다양한 사안과 관련해 학생 시위가 이뤄지고 있으며, 그 방식 역시 △피켓 시위 △대자보 게시 △서명 운동 △과잠 시위 등 상징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대학 사회에서 시위가 여전히 하나의 의사 표현 방식이자 참여 방식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제시한다.
투쟁에서 표현으로, 시위의 변화
민주화 이전 학생 시위는 투쟁의 성격을 자주 보였다. 1960년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주도한 시위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학생들은 부정선거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섰고, 이는 전국적인 시위로 확산돼 결국 4·19 혁명으로 이어졌다. 이 시위는 당시 정권의 입장에서 불법 집회로 간주돼, 경찰의 강경 진압 속에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반면 최근의 학생 시위는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로 부산대학교에서 진행된 ‘과잠 시위’를 들 수 있다. 당시 학생들은 특정 학내 정책과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거리로 나서는 대신 교내에서 대자보와 과잠을 통한 시위로 의견을 표현했다. 이는 물리적 충돌을 동반했던 과거의 시위와 달리, 비교적 일상적인 공간에서 상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형태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과잠 시위’, 새로운 시위 문화로 자리 잡다
과잠 시위는 학생들이 학과 점퍼, 이른바 ‘과잠’을 벗어 학교 본관 앞이나 광장 등에 놓아두는 행동으로 집단적인 의사를 표현하는 시위 방식이다. 과잠은 학과와 대학의 소속을 상징하는 옷이기에 이를 벗어 놓는 행위는 학교에 대한 항의와 의견 표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윤상우동아대학교 교수는 과잠 시위에 관해 “시위의 가장 큰 목적은 의견전달인데, 과잠 시위는 시각적 효과도 뛰어나고 유행 초기 단계의 참신한 시위 방식이라 주목도도 높다. 게다가 얼굴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거나 오랜 시간을 투자할 필요도 없어 매우 효율적인 시위 방법”이라며 “피해와 단점이 적고 장점은 많아 개인 시간을 중시하는 오늘날 대학생에게 적합한 의견 표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 우리대학에서 진행된 STU 사업 반대 과잠 시위의 모습
“시위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둥”
우리대학에서 ‘정치의 이해’를 가르치는 최광은 연세대학교 복지국가연구센터 연구교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위의 의미에 대해 “시위는 대의민주주의에서 대표자와 시민 사이의 틈을 좁히고, 대표자에게 시민의 목소리를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하나의 기둥”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학생도 시민을 구성하기때문에 시위를 논할 때 시민과 학생의 구분이 큰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며 학생 시위가 시민 시위와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하나의 작은 정치 공동체”라며 “학내 시위는 대학이라는 공동체 안에 잠재된 갈등을 드러내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의미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학생 시위, 학내 의사결정과 맞닿다
최 교수는 최근 대학 사회의 학생 시위 흐름에 대해 “과거와 같은 정치적 시위는 크게 벌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에는 주로 학생들의 학습권이나 의사결정 참여 등의 학내 문제에 초점을 맞춘 시위가 종종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도 엄연히 대학의 한 주체이기에 대학 운영의 문제가 드러날 때 시위를 통해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시위를 비롯해 학생들의 의사를 모으고 표출하는 과정 자체가 갈등 해결의 시작”임을 강조하며 최근 우리대학의 STU 사업 반대 시위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학생들의 문제 제기가 결국 총장의 입장 표명과 간담회 등으로 이어진 흐름이 학내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는 신호”라고 말했다. 다만 “해당 사안이 대학 내부 소통 문제인지, 고등교육 재정 구조나 정부 정책과 관련된 문제인지 등 여러 층위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각 요소를 검토하며 대화를 이어가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들이 시위를 통해 의견을 표현할 때 가장 중요한 점으로 요구의 정당성을 꼽았다. 최 교수는 “이 문제는 사실 모든 시위에 해당한다”며 “정당한 요구라는 근거가 충분하고 이를 잘 설명할 수 있다면, 내부의 호응은 물론이고 상대방과의 협상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위, 대학 사회의 또 다른 의사 표현 방식
최근 대학 사회의 학생 시위는 갈등 해결을 넘어 학내 의사결정 과정과 연결되는 하나의 흐름으로 나타난다. 실제로 우리대학뿐만 아니라 많은 대학에서 시위를 계기로 간담회 개최나 대학 본부의 입장 표명 등 후속 조치가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는 학생들의 문제 제기가 대학 운영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학생 시위는 대학 구성원으로서 의견을 드러내는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흐름이 어떻게 이어질지, 그리고 대학이 이를 어떻게 수용하고 반영해 나갈지는 대학 사회의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송태선 기자
songts06@seoultech.ac.kr
이다정 수습기자
leeda07@seoultech.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