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언론 수난사, 가톨릭대와 숭실대
지난 4월 29일(금)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대학 내 언론자유 실현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개최됐다. 대학 언론은 대학 내 구성원들의 알 권리와 목소리를 보장해서 보다 건강한 공동체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우리나라 사회가 국외의 대학과 같이 구성원들의 언론자유를 보장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은 대학 내 민주주의 문제로 오래전부터 지적을 받아왔다.
국내 대학에선 대학생 일반 및 학생자치기구가 비민주적 학칙을 근거로 대학자보 및 간행물 발행을 검열 및 금지당하고 있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와 숭실대학교 사례를 중심으로 대학 언론 탄압 사례를 살펴보고 개선 방안을 모색해보자.
가톨릭대 당국의
홍보물 검열 사건
가톨릭대학교 인권 모임 ‘가다’에선 현수막을 게시하기 위해 학생지원팀에 7개월에 걸쳐 4번의 요청을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으며, 결국엔 현수막을 게시하지 못하게 됐다. 2020년 2학기 개강에 맞춰 “가톨릭대학교에 오신 성소수자/비성소수자 신입생들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들어간 현수막을 게시하고자 했으나 그들의 노력은 모두 헛수고로 돌아갔다. ▲1차 요청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으로 효과가 떨어지고 태풍으로 인해 현수막이 날아갈 수 있다는 이유 ▲2차 요청은 현수막은 공적으로 공시돼야 하는 항목들만 게시가 돼야 하고 동아리와 소모임 홍보 기간이 아니라는 이유 ▲3차 요청은 온·오프라인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 의미가 없다는 이유 ▲4차 요청은 공사로 인해 교내 현수막을 게시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가다의 요청에 대한 학생지원팀의 회신 주기 또한 매우 불규칙했으며 회신 받는데 걸린 기간은 평균 13.5일로 매우 길었다. 이에 가다는 학교 측이 현수막 게시를 허가할 의사가 없다고 판단해 마지막 요청 4일 뒤 현수막을 자체적으로 게시했으나,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수거됐다.
가다와 가톨릭대 인권위원회는 현수막 허가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으나 학생취업지원처는 규정 제3조 ‘홍보물 범위 및 게시순위’를 인용해 ‘가다’를 교내에 홍보물을 홍보할 수 있는 단체가 아니라고 단정했다. 규정 제4조 ‘게시 승인’에 따르면 가다는 현수막을 총학생회를 통해 게시할 수 있었지만, 학생지원팀은 형평성을 이유로 원칙적인 이행 또한 거절했다.
지난 2021년 12월 30일(목)부로 가톨릭대학교의 홍보물 게시에 관한 규정이 개정됐다. 2006년 이후 15년 만의 개정이었기 때문에 더 융통적인 규정이 됐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가졌다면 오산이다. 오히려 2006년 규정에서 후퇴했으며 총학생회의 허가 아래 홍보물 게시가 가능하다는 규정은 삭제됐다. 철거에 관한 규정도 철거 가능성을 내포하는 문장에서 철거를 확정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가톨릭대학교에서 있었던 ▲게시 불허▲홍보물 게시 규정 ▲후퇴한 개정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며 자유를 막아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인 행위다. 이는 가톨릭대학교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교 어디에서든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숭대시보』 사건
▲가톨릭대 에서 현수막이 강제 회수당한 모습(재현)
대학 언론 탄압으로 유명했던 사건은 숭실대학교에서도 존재했다. 숭실대학교의 신문인 『숭대시보』는 우리나라 최초의 대학신문으로 1919년 창간됐다. 『숭대시보』는 ‘바른 주장을 펴고 사실을 그대로 전한다’는 정론직필의 정신을 지니고 현재까지 숭실대학교 구성원에게 매주 소식과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지난 658호에서 소개했던 대로 작년 9월 24일(금)과 25일(토) 당시 코로나-19 확진자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던 상황에서, 학교 측은 10월 6일(수)부터 ‘대면 수업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PCR 검사 확인 방법 등에 대한 정확한 공지를 하지 않아 많은 학생들에게 혼란을 줬다. 그러던 와중 숭실대학교 장범식 총장(이하 장 총장)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대면 수업 허용’에서 ‘전면 대면 수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의견을 듣지 않은 채 외부 언론에 독단적인 뜻을 전한 것이다.
이에 따라 『숭대시보』는 이 발언의 배경과 진위를 취재했고, 전면 대면 수업의 실현 불가능함을 보도하려 했다. 하지만 『숭대시보』의 이승복 주간 교수는 학보사를 무력화하기 위해 ‘학교의 명예와 위신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숭대시보』 기자 전원을 해임했다. 해임 후 기자들은 전원 복직되긴 했지만, 학교 측의 압력은 더욱 심해졌고 비판적인 기사에 대한 간섭 또한 계속됐다. 대면수업 현황분석에 대한 통계 기사 발행을 못 하게 했고 장 총장을 규탄하며 시위하는 기사는 미루도록 유도했다. 결국 학교 측은 예산상의 이유를 들어 『숭대시보』를 조기에 종간시키는 사태까지 이어졌다.
언론탄압에 학생들은 대자보 및 SNS 파란 리본, 각 단과대학 차원의 현수막 캠페인으로 맞섰다. ‘릴레이 대자보’는 숭실대학교 조만식 기념관에 대략 20개가량 붙었지만 모두 철거됐다. 하지만 숭실대학교 개별 학생들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언론탄압에서 벗어나기 위한 활동은 계속 이어졌으며 모든 단과대학이 힘을 모아 현수막을 걸며 학교에 맞섰다.
처음에 장 총장은 이러한 이야기를 무시했지만,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자 숭실대학교 측은 ‘숭대시보 기자 전원 해임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기사를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교육부에 밝히며 사실을 왜곡했다.
교육부의 현장 조사를 통해 『숭대시보』 기자들은 누명을 벗을 수 있었지만 단 10분이면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확인되는데 5개월이라는 많은 시간이 걸렸고, 그 시간 동안 감정소비를 겪었다. 『숭대시보』는 정론직필의 저널리즘을 실천하려 했으나 해임되고 발행이 막히는 등의 많은 수모를 겪은 것이다.
대학 언론의 가치를
지켜내야
앞서 살펴본 가톨릭대학교와 숭실대학교의 언론 자유 침해 사례를 통해서,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사회라고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학 내 구성원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단독으로 한 사람이 원하는 대로 이끌어간다는 것은 독재와 다름없다. 학보사는 엄연히 진실을 전달해야 하는 역할을 가지고 있고 그러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아직 학보사의 비판 수위가 거셀수록 생존이 어려운데, 이는 매우 안타까운 현상이다.
따라서 대학 언론이 얽매여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총장부터 학생까지 모든 대학 구성원의 단합이 기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같은 사회에 속한 사람들이 합심해야 서로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서 빨리 대학 언론의 자유화가 완전하게 이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