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8회 지방선거, 유권자들의 무관심 속 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제8회 지방선거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2022년 6월 1일(수) 제8회 지방선거가 투표율 50.9%로 역대 두 번째로 낮은 투표율을 기록하며 마무리됐다. 이 투표율은 사전투표와 거소투표가 모두 반영된 최종 투표율로, 이번 지방선거의 사전투표율은 20.62%로 역대 지방선거 중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던 지방선거는 2002년 제3회 지방선거(48.8%)였다. 이후2006년 제4회 지방선거에서 51.6%를 기록하며 2018년까지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 제8회 지방선거에서 예상 밖으로 많이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사전투표율이 높은 것은 결국 본투표 대신 사전투표를 하는 분산효과에 불과했다.
3월 9일(수) 제20대 대선이 치러진 이후 이번 지방선거는 사실상 대선의 연장전 성격이 강했다. 불과 3달 간격으로 치러진 선거인데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아 유권자들이 유독 혼란과 피로감을 많이 느꼈다고도 볼 수 있다. 지방선거 투표의 주된 동력은 중앙정부에 힘을 실어주거나 중앙정부를 견제하겠다는 심리다.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정부를 무작정 밀어주거나 견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20대 대선에 비해 국민들의 기억에 남는 이슈도 찾아보기 어려웠고 지지층의 결집도 약해진 모습을 보였다.
특히 낮은 투표율 속에서 20대와 30대 유권자들의 투표율 저조가 더욱 두드러졌다. 지상파 방송3사(SBS·KBS·MBC)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 연령별 예상 투표율은 ▲20대 남성 29.7% ▲20대 여성 35.8% ▲30대 남성 34.8%를 기록했다. 불과 3달 전 치러진 제20대 대선에서 20대 남성이 62.6%, 20대 여성이 68.4%를 기록한 것과 크게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20대 남녀 모두 정치 고관여층만 주로 투표에 참여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지방선거의
주요 이슈
투표 결과를 분석해보면 먼저 전국 시장·도지사는 국민의힘 12석,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5석을 기록했다. 민주당이 승리한 지역은 ▲경기도 ▲전라북도 ▲전라남도 ▲광주광역시 ▲제주도다. 서울에서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이하 오 시장)가 59.05%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기존의 시장직을 계속 이어나가게 됐다. 이어 송영길 민주당 후보(이하 송 후보)가 39.23%, 권수정 정의당 후보가 1.2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특히 오 시장은 서울 내 25개 구 득표율에서 모두 송 후보를 앞서며 사실상 압승을 거뒀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 4선에 성공하며 12년간의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서울시를 만들어나간다.
구·시·군의 장 선거에서는 226석 중에서 국민의힘이 145석을 차지하며 대승을 거뒀다. 이어 ▲민주당 63석 ▲무소속 17석 ▲진보당 1석을 기록했다. 서울에서는 25석 중 국민의힘이 17석, 민주당이 8석을 기록했다. 노원구청장 선거에서는 오승록 민주당 후보(이하 오 구청장)가 53.26%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구청장 연임에 성공했다. 그동안의 지방선거에서는 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 구청장 선거에서도 압승을 거두는 성향을 보인 것에 비해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이 8석 정도 차지했다. 오 시장 입장에서 민주당 출신 구청장들과의 원활한 협치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렇게 시장 선거와 구청장 선거에서 각자 다른 정당 출신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을 교차투표라고 부른다. 이번 지방선거 중 서울에서 교차투표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구청장 현직 프리미엄이 통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노원구에서도 교차투표 현상이 나타나며 오 구청장이 연임에 성공했다는 것은 지난 4년간 오 구청장의 성과가 노원구민들에게 인정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재보궐 선거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이하 이 의원)가 55.24%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인천광역시 계양구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 의원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낸 후,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해 입법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또한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이하 안 의원)가 62.50%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갑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안 의원은 2017년 4월에 대선 출마를 이유로 의원직을 내려놨다가 5년만에 다시 국회로 입성하게 됐다. 안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3선으로 당선됐으며, 집권여당 소속으로 입법 활동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선거 제도?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선거 제도 자체의 문제점도 여러 가지 제기됐다. 첫 번째로 교육감 선거에 현직 교사가 출마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현행법에서는 교육이나 교육행정 경력이 3년 이상인 자에게 교육감 선거 출마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현직 초·중·고교 교사가 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로부터 90일 전까지 교사직을 사퇴해야 한다. 이로 인해 출마에 제한이 없는 대학 교수나 사퇴한지 오래된 전직 초·중·고 교사만 선거에 출마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현직 교사는 선거 출마를 못하는 것 외에도 정당이나 후보에게 정치후원금을 제공하는 것도 법으로 금지돼있다.
이 제도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에 현직 교사의 정치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며, 2020년에 헌법재판소도 현직 교사의 정치적 권리 침해는 위헌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유럽 국가들이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 활동을 기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도 교사의 일부 정치 활동만 제한할 뿐 정당 가입은 허용하고 있다.
두 번째 문제점으로는 지방선거에서 지역에 기반을 두고 지역 문제에 힘쓰는 정당 후보가 없다는 점이 제기됐다. 이는 현행 정당법이 지역 정당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당법에 따르면 ▲정당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이 등록해야 한다 ▲5개 이상의 광역시·도에 시·도당을 가져야 한다 ▲각 시·도당은 그 지역에 사는 1,000명 이상의 당원을 보유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모든 정당이 서울에 얽매일 수 밖에 없다. 지방 거주 유권자가 지역의 절실한 문제를 정치 의제로 표출하려고 해도 현실에 가로막히기 일쑤다. 우리나라가 서울공화국이라고 불리며 지방 소멸의 위기를 겪고 있는 현실 속에서 현행 정당법이 지방의 발전을 방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