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소개 l 공지사항 l PDF서비스 l 호별기사 l 로그인
기획
메마른 전남, 목마른 광주… 남부지방을 강타한 최악의 가뭄
박세정 ㅣ 기사 승인 2023-04-17 15  |  673호 ㅣ 조회수 : 367

 지난 여름 수도권과 충청 등 중부지방에는 엄청난 양의 폭우가 쏟아진 반면, 남부지방에선 지난해 봄부터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광주•전남에서는 물 절약 캠페인을 벌일 정도로 유례없는 가뭄을 겪고 있는데, 30년 만에 ‘제한급수’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가뭄이 강타한

남부지방



 현재 남부 지방에는 ‘5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뭄이 심각한 상황이다. 200일이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뭄은 이미 역대 최장 기록을 넘어섰다. 올해 1월 남부지방에 폭설이 오면서 상황은 나아지는 듯 보였으나 2월과 3월 강우량이 각각 예년의 52%, 69%에 그쳐 더욱 심각해졌다.



 현재 가뭄 장기화로 주요 댐은 밑바닥을 보이고 있다. 남부지방의 주요 상수원인 주암댐의 저수율은 지난해 34.8%에서 올해 17.8%까지 떨어졌으며, 동복댐도 지난해 43.7%에서 올해 18.8%로 떨어졌다. 평림댐과 장흥댐도 지난해에 비해 절반이나 줄어든 29%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남부지방의 커다란 물줄기인 섬진강의 섬진강댐도 19.3%의 극악의 저수율을 기록하고 있다. 광주시 측은 비가 크게 내리지 않는 한 주암댐은 5월 말, 동복댐은 6월 말에 물이 완전히 고갈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뭄 발생 원인



 기상청은 이번 가뭄에 대해 누적 강수량이 평년 강수량보다 적어 건조한 기간이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 기상학적 가뭄에 해당한다고 설명하지만 결국 가뭄의 원인은 강수량 부족 때문이다.



 기후 과학자들은 강수의 감소 원인으로 열대 중동 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한 라니냐 현상을 꼽는다. 지난 11월 30일(수)에 세계기상기구(WMO)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라니냐의 영향으로 한국 남부지방에 가뭄이 발생했다고 한다. 라니냐는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 낮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이다. 라니냐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적도 무역풍이 강해져 동태평양의 따뜻한 해수가 서태평양으로 옮겨가며 발생하는데, 이 과정에서 서태평양에 강한 고기압이 나타난다. 강한 고기압은 반작용으로 저기압을 강화시키고 그 반작용으로 고기압이 다시 강화된다. 한국의 남부지방은 강한 고기압이 작용하는 지역에 놓이면서 가뭄이 발생된 것으로 분석된다.



 WMO는 라니냐가 자연 현상이긴 하지만, 인간이 유발한 기후위기가 발생 배경에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딥티 싱그 미워싱턴주립대 환경학과 교수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서 해류 흐름의 변화로 라니냐가 더욱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가뭄 피해를 키운

상수도 행정



 하지만 이러한 과학적 분석과는 별개로 가뭄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지 못한 지자체의 안일하고 근시안적인 물 관리와 상수도 행정이 시민들의 재난 안전과 일상을 빼앗아 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광주시의 올해 노후 상수관 교체 사업 예산은 작년보다 겨우 4.1%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이 같은 예산 배정 속도라면 시급한 노후 상수도관 정비만 10년이 소요될 것이라 예측되고 있다. 이로 인해 광주시의 누수율은 전국 평균인 4.8%보다 높은 5.2%로, 전체 시민이 19일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수돗물이 매년 땅속으로 새고 있다.



 또한 광주시는 지난 9월 예비 식수원 중 하나인 제4수원지 일대를 41년 만에 상수원보호구역에서 해제했다. 근래 들어 취수 기능이 떨어진 데다 각화정수장 폐쇄 결정으로 수원지 존치 필요성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비상 취수원 확보와 난개발을 이유로 반대했음에도 광주시는 이를 외면했다.



정부와 자치단체,

가뭄에 대한 대응



 이러한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11월 가뭄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타 부처와 함께 남부지방 가뭄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댐 용수 비축과 다른 용도의 용수를 생활•공업용수로 전환해 지난해 7월부터 추가 용수를 확보했다. 또한 동복댐 수위 급감에 따라 영산강 하천수를 광주 용연정수장에 공급하는 비상 수도관로를 설치해 고도처리한 후 3월부터 하루 30,000톤의 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이곳에 가압장 설치까지 완료되면 5월부터는 하루 공급량이 50,000톤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지자체 또한 가뭄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남도는 생활•공업용수의 대체 수자원 확보를 위해 해수 담수화•관정•운반급수 등에 144억원을 긴급 편성•투입했다. 또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양수정 정비, 관정 개발•준설 등에 80억원을 지원하고 영농기 대비 저수율 50% 이하 저수지에는 물 채우기 작업도 진행 중이다.



 광주시는 2022년 10월 5일(수)부터 ‘비상 체계’를 가동했다. 그러나 광주시 상수원 저수율 상황은 10월 들어 악화된 것이 아니다. 비가 내리지 않아 ‘물 부족’이 예상된다는 전망 역시 제기된 지 오래된 상태였으며 가뭄도 이미 봄부터 진행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광주시는 10월 초가 돼서야 비상 상황임을 운운하며 비상 대체수원 개발 등 단계적 대응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위기대응 가뭄 극복 추진단’을 구성해 가뭄에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11월 17일(목)부터 5급 이상 공무원을 아파트별 책임관으로 지정하고, 광주시 관내 공동 주택을 대상으로 수도 밸브 수압 낮추기를 유도했다. 그뿐만 아니라 시민들을 대상으로 물 절약 캠페인을 열기도 하고, 강기정 광주시장이 직접 길거리에서 물 절약을 호소하는 등 시민들을 대상으로 물 절약 실천 동참을 호소했다. 또한 광주불교연합회에서 나서서 물 절약 실천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광주시의회에서는 시민들의 물 절약을 독려하기 위해 수돗물 사용량을 감량한 가구에는 일정 부분 요금을 감면하는 조례를 개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책이 ‘물 부족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효한 방안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앞선다. 앞서 광주시의회에서 개정한 요금 감면 조례를 보면 평균적인 물 소비 행태를 보이는 가구가 동참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요금 절감분은 한 달에 1,782원에 불과하다. 또한 광주시가 보이는 대응 형태는 시민들의 ‘물 절약’뿐인데, 이는 상수원 고갈 시기를 조금 늦출 수 있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가뭄 대비를 위한

지자체의 과제



 남부지방의 이러한 가뭄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광주시는 1992년에 ‘물 부족’을 겪으며 관내 전역에서 ‘제한급수’를 했다. 또한 2009년에도 동복호 저수율이 10%대로 하락해 위기를 겪었다. 이렇듯 광주시에 가뭄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비책은 미비하다,



 ‘수도법’ 제2조에 따르면 “특별시장•광역시장•특별자치시장•도지사•특별자치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은 관할 구역의 주민이 질 좋은 물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상수원의 관리 등에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해 가뭄이 더 자주 발생할 전망이다. 지자체장들은 자신들의 의무를 생각하며 노후된 상수도관 교체, 예비 상수원 확보 등 가뭄 대비책을 세울 의무가 있다.



박세정 기자


기사 댓글 0개
  •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쓰기 I 통합정보시스템, 구글, 네이버, 페이스북으로 로그인 하여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확인
욕설,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01811] 서울시 노원구 공릉로 232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 최초발행일 1963.11.25 I 발행인: 김동환 I 편집장: 김민수
Copyright (c) 2016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