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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사라지지 않는 악, 학교폭력
오경은 ㅣ 기사 승인 2023-05-01 15  |  674호 ㅣ 조회수 : 187



▲출처: freepik



최근 우리 사회에서 학교폭력이 화두에 오르며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특히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 역시 이러한 흐름에 불을 붙인 원인 중 하나로 뽑힌다. <더 글로리>는 학교 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성인이 된 후 복수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 작품이 흥행하면서 우리 사회 속 사람들의 고발이 이어졌다. 피해자들은 작품과 관련된 영상에서 댓글로 학창 시절 자신이 겪은 폭행과 괴롭힘을 상세하게 묘사해 실명으로 가해자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고발은 정치권으로도 이어져 해당 정치인 가족 구성원의 학창 시절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예견된 학교폭력의 이슈화



2021년에도 학교폭력은 우리 사회에서 큰 이슈로 부상했다. 공인을 대상으로 한 2021년 학교폭력 고발 사건은 지난 2021년 2월 배구선수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학교폭력 가해에 대한 폭로가 시발점이 됐다. 이에 유명인들의 학교폭력 가해에 대한 고발이 잇따르며 학교폭력은 한동안 미디어를 뜨겁게 달궜다.



그 중 연예계에서의 폭로가 활발했다. 먼저 아이돌 그룹 Stray Kids의 현진이 지목됐다. 입장문에서는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청취한 내용과 취합한 정보를 종합한 결과 당시 상황에 대한 기억이 첨예하게 달라 게시글에 나와 있는 모든 내용의 사실 관계를 명백하게 입증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러나 미성숙하고 부적절한 언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기에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사과했고 이후 피해자가 용서하고 아티스트로서의 앞날을 응원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현진은 활동을 중단하고 자숙하는 시간을 가졌다.



드라마 <스카이캐슬>로 유명해진 배우 김동희 또한 학교폭력 가해 논란에 휩싸였다. 폭로글에서는 중학교 시절 장애가 있는 친구를 괴롭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사실무근이라며 허위사실과 관련돼 강력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김동희 본인의 고소인 진술, 선생님들과 동창 친구들의 진술서, 초등·중학교 생활기록부 사본 등을 제출했으나 오랜 시간이 지난 초등학교 때 일이다”라며 “서로의 입장 차이와 주장을 뒷받침할 명백한 증거가 없는 상황이기에 무혐의라는 수사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22년 1월 12일 경찰의 수사 과정 중 폭행 사실을 일부 인정한 부분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학교폭력이 행해졌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사건 보도 후 김동희는 소속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이외에도 당시 작품 흥행에 성공한 많은 배우나 가수가 학교폭력 관련 가해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가해 사실을 인정한 가해자들이 사과문을 작성하고 자숙의 시간을 갖는 등 학교폭력 관련 고발 사건은 큰 이목을 끌었다.



드라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이후 공인을 대상으로 한 학교폭력 고발 사건은 잠잠해졌으나 올해 들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가장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더 글로리>에서는 학교폭력 피해자가 어떤 상처를 받고 괴롭힘과 폭력을 당하는지 상세하게 보여준다. 작중 피해자인 ‘동은’이 가해자들로 인해 고데기에 화상을 당하는 장면이 화제가 됐는데, 실제로 2006년 청주에서 중학생 3명이 고데기를 이용해 같은 학교 학생을 괴롭혔던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대중의 공분을 샀다.



정치권에서도 학교폭력 관련된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 출신 첫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이하 정 변호사)의 아들이 고등학교 시절 학교폭력으로 전학 조치 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지난 4월 14일(금) 국회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가 ‘정순신 자녀 학교폭력 진상조사 및 재발 방지 대책 청문회’(이하 청문회)를 개최했다.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하 민 의원)이 민족사관고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정순신 아들 학교폭력 피해 학생 출결 현황’ 자료에 따르면 피해자는 정 변호사 아들 등에게 학교폭력 피해를 본 뒤 극심한 불안과 우울 증세 등을 겪으며 병원 치료를 받았고 2018년 2월 12일부터 등교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3월 22일 민사고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에서 가해 측이 강제 전학 조치를 받자 재심을 청구했다. 같은 해 5월 강원도교육청에서 열린 학생징계 조정위원회에서 이를 ‘출석정지 7일 및 학교 봉사 40시간’으로 감면받았으나 이에 불복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 의원은 “피해 학생은 수업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아들 감싸기에만 여념이 없어 출석정지 7일과 학교 봉사 40시간에도 반발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교육위는 지난 4월 14일 재차 청문회를 열고 정 변호사를 불렀지만, ‘공황장애’ 등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정 변호사의 부인과 아들 역시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심신미약을 이유로 나오지 않았다. 정 변호사는 지난 2월 경찰청 2대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지만 검찰 재직시절 아들의 고등학교 학교폭력과 불복소송 논란이 불거지며 하루 만에 낙마했다.



학교폭력의 해결책?



학교폭력에 대한 해결책으로 과거 정부에서는 이른바 ‘멈춰!’ 운동을 제시했다. 지난 2013년 교육청은 ‘학교폭력 예방대책 매뉴얼’을 통해 “학교나 길거리에서 폭력이나 말다툼 장면을 보면 누구나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멈춰!’라고 큰소리로 외친다. 멈추지 않으면 117로 신고한다”고 안내하며 ‘폭력 멈춰(STOP) 운동’을 제시한 바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현장에 대한 고려가 부재한 탁상행정으로 불리며 ▲결혼 멈춰! ▲코스피 하락 멈춰! ▲다이어트 멈춰! 등 수많은 인터넷 영상 패러디를 낳았다.



표창원 프로파일러는 “멈춰! 구호의 원조는 노르웨이”라며 “이 프로그램은 상당히 심층적이고 다양하며 학생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멈춰!라는 구호를 모양만 따라 한다고 해서 본질이 자동으로 발효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 효과를 보려면 학교폭력에 대해 충분한 사전 교육을 진행한 후 ‘멈춰!’ 구호를 외쳐야 하지만, 한국에서는 오직 구호만을 가져와 사용해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파장을 계기로 교육부에서 11년 만에 제19차 학폭위를 통해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손봤다. ‘2026학년도 대입전형 기본사항’에 대입 수능, 논술, 실기·실적 위주 전형에서도 학폭위 조치를 필수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도록 결정한 것이다. 현행 평가 제도에 따르면 학생부 교과, 학생부 종합 등 학생부 위주 전형에만 학폭위 조치 사항이 고려된다. 이번 개정으로 2026년 대입부터 모든 전형에 학폭위 조치 사항이 반영될 예정이다. 또한 이날 교육부는 중대한 학교폭력을 저지른 가해 학생에게 내려지는 6호(출석정지), 7호(학급교체), 8호(전학) 조치의 학생부 보존 기간을 졸업 후 최대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뿐만 아니라 학교폭력이 발생할 경우 학교장이 가해·피해 학생을 즉시 분리해야 하는 기간을 3일에서 7일 이내로 연장하는 등의 개정안이 포함되기도 했다.



근절을 위해서



학교폭력은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줄 수 있고, 근절돼야만 하는 악이다.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선 방지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교육을 준비하고 피해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가 수립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처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제도가 설립될 수 있도록 교육부의 더 큰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오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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