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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사치품 세계 최대 큰손이 된 나라, 대한민국
김시현, 최종호 ㅣ 기사 승인 2023-05-01 15  |  674호 ㅣ 조회수 : 1731

한국, 1인당 명품소비

전세계 1위



 올해 1월,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한국의 1인당 명품 소비액이 325달러(약 40만원)라고 발표했다. 이는 중국과 미국의 1인당 지출액인 55달러, 280달러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더불어, 명품 브랜드의 시장 규모가 168억달러(약 21조원)로 전년 대비 24%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한국에선 구찌, 루이비통, 샤넬 등 패션 브랜드 명품은 물론 벤틀리, 롤스로이스와 같은 초고가 자동차 시장도 빠르게 커 나갔다. 5~9억원대 롤스로이스의 경우 2017년까지 한국에서 연간 80대 이하가 판매됐지만 2022년에는 234대가 팔린 것으로 확인됐다.



 美 경제 매체인 ‘블룸버그’에서 한국의 명품 소비 문화를 중점으로 분석한 모건스탠리의 보고서를 보도하면서, 한국인의 명품 사랑이 전세계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보고서 내용을 말하며 “이 같은 한국 시장의 수요에 몽클레르는 지난해 2분기 매출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2배 이상 늘었고 까르띠에도 1~2년 전보다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보도했다. 또한 “한국의 명품 시장 규모 성장으로 인구가 2배 가까운 일본만큼의 명품 시장 영향력을 지니게 됐다”고 전했다. 모건스탠리의 보고서에는 한국의 명품 소비 변화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도 있었다. 보고서에선 한국의 명품 브랜드 수요 증가 원인 두 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2021년 상승한 부동산 가격으로 주요도시 주택 소유자들의 순자산 가치 증가가 발생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적 신분의 상승과 과시욕을 꼽았다.



명품 소비 1위,

어떻게 가능했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1인당 구매력 증가에 따른 소비 자신감 진작이라는 분석이 공통적이다. 고가의 명품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해선 그만큼의 구매력과 소비 자신감이 요구된다.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주택 소유자들의 순자산 증가 ▲주식이나 가상 화폐 투자로 인한 적극적 자산 운용 ▲앱·기술 개발 등으로 부를 쌓을 기회가 많아졌다. 명품 주 소비층인 30~54세의 한국인의 소득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명품 수요는 이런 세대의 구매력 증가에 이어 사회적 지위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려는 욕구에 의해 주도됐다는 게 여러 전문가와 모건스탠리의 분석이다. 이 분석을 뒷받침하는 이론적 근거로는 가격이 오르는 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을 말하는 ‘베블런 효과’와 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는 ‘벤드웨건 효과’가 있다.



 또 국내에서 연예인들이 명품 브랜드의 앰배서더로 활동하고 있는 것 역시 개인의 명품 소비를 이끌어내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최근에 ‘글로벌 앰배서더’라는 이름으로 구찌, 샤넬 등과 같은 패션 브랜드에서 유명인을 고용하고 있다. 블랙핑크 제니는 2019년부터 샤넬의 앰배서더로 활동하며 ‘인간 샤넬’로 불리고 있고, 아이유 역시 ‘인간 구찌’라는 별명과 함께 구찌의 글로벌 앰배서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듯, 명품 브랜드의 유명인을 통한 홍보는 방송매체나 개인 소셜미디어에 자신들의 상품을 계속해서 노출시킨다. 이에 대중들의 모방심리나 파노플리 효과(상품을 소비함으로써 그것을 소비할 것으로 여겨지는 계층 및 집단과 동일시되는 현상) 등을 자극해 명품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넓히는 전략을 이용하는 것이다.



명품 소비

견인의 주축에는



 럭셔리 커머스 플랫폼 기업 발란은 지난 1월, 명품 구매의 핵심 세대와 지역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발란의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명품 시장에서 구매에 영향력을 미치는 고객군은 세대별로는 3050세대,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해, 명품 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3050세대의 구매 비중이 2021년에는 71.9%, 2022년에는 72.3%로, 두 해 모두 전체 세대의 절반을 훌쩍 넘는 비율을 차지했다. 명품 구매를 처음 시도하는 20대 고객도 큰 폭으로 늘고 있으나 객단가, 재구매율, 충성도에서는 3050세대가 단연 앞서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다시 전국 지역 단위로 분석해 본 결과, 2021년과 2022년 모두 수도권 지역에서 전체 거래액의 약 60% 이상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발란은 이와 함께 2021, 2022년의 3050세대가 가장 많이 찾는 명품 브랜드 TOP10도 함께 공개했다. ‘구찌’는 2022년 3050세대 인기 브랜드 TOP10 순위 중 남성과 여성에서 공동 1위를 차지해 성별을 막론하고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로 선정됐으며, ‘프라다’는 남성과 여성 고객에게서 전년 대비 1단계씩 상승해 각각 3위와 2위로 집계됐고 ‘샤넬’과 ‘톰브라운’도 상위에 랭크됐다.



 이외에도 2022년 남성 TOP10에는 ‘루이비통’과 ‘나이키’가 새롭게 상위권에 진입해 4위와 10위를 차지했고, 여성 TOP10에는 ‘루이비통’과 ‘셀린느’가 7위와 9위에 새롭게 진입했다.



 한편 2021년 인기 브랜드로는 ‘몽클레르’, ‘구찌’, ‘프라다’(이상 여성)와 ‘톰브라운’, ‘몽클레르’, ‘구찌’(이상 남성)등이 상위권의 인기를 누리는 등 다양한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이 10위권 안에 들어왔다. 이번 발표에서 발란은 ‘구찌’, ‘프라다’, ‘샤넬’, ‘루이비통’ 등 전통적으로 분류되는 명품 브랜드와 새롭게 부상하는 럭셔리 브랜드들의 인기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대학

학우들의 생각



 우리대학 학생 66명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의 명품 소비에 관해 설문한 결과, 명품의 기준을 묻는 질문에는 ▲50만원 이하 9명(13.8%) ▲50만원 이상 9명(13.8%) ▲100만원 이상 19명(29.2%) ▲200만원 이상 6명(9.2%) ▲300만원 이상 4명(6.2%)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120만원 정도를 명품이라고 답했는데, 이는 지난해 한국인 명품 소비 금액(40만원)의 세 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우리나라의 명품 소비가 과하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매우 과하다 26명(41.3%), 과하다 30명(47.6%)로 대부분의 학생이 우리나라의 명품 소비가 과하다는 답변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품을 가지고 있다고 답한 학우는 27명(41.5%)으로 집계됐다.



 명품을 소유한 학생을 대상으로 명품 구매 이유(중복 허용)를 묻는 질문에는 ▲선물로 받아서 12명(44.4%) ▲자기만족을 위해 19명(70.4%) ▲결혼식 등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장소에 가기 위해 4명(14.8%) 순으로 드러났고, 명품 구매 방식에 관해서는 ▲알바, 용돈 등을 통해 직접 구매 11명(40.7%) ▲부모님이나 친구에게 선물로 받음 14명(51.9%)인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학생들이 명품 소비가 과하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응답자의 41.5%(27명)가 명품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의 명품 소비가 많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49명 중 43명이 인스타그램 등의SNS를 통한 허영심, 과시욕구 표출이라는 답을 해 앞서 답변한 ‘자기만족’, ‘선물로 받아서’와 같은 명품 소유 이유와는 상반된 답변을 내놨다.



‘베블런 효과’를

등에 업은 가격 인상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은 올해도 ‘베블런 효과’를 증명이라도 하듯 전격적인 가격 인상을 진행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시장에서 명품 브랜드들은 가격인상의 횟수를 점차적으로 늘려 나갔다. 그리고 실제 동일 제품에 대한 한국 평균 소비자가격은 프랑스 등 유럽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롤렉스는 올해 초 리셀 가치가 높은 품목들의 가격을 2~5% 정도 인상했다. 에르메스 역시 매년 1월이면 가격을 인상한다. 가방은 7~8%, 시계는 13~15%, 주얼리 품목의 경우 21%나 인상했다. 샤넬은 지난 2일 주요 인기 제품의 가격을 최대 6% 인상했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감소해야 하는 것이 우리가 잘 아는 ‘수요의 법칙’이지만, 명품 시장에서는 유명무실한 법칙일 뿐이다.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 소식이 들려도 아침부터 매장 앞에서 줄을 서는 오픈런 행렬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에 대해 한국 소비자들은 국내 장바구니 물가에는 민감하지만, 명품 가격인상에는 관대하다는 관측도 있다. 명품 브랜드 입장에서는 가격을 인상해도 수요가 따르니 한국 소비자 눈치는 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한국, 고급 브랜드를

향한 짝사랑



 루이비통코리아는 지난해만 매출 1조6,923억 원을 기록했다. 실제 영업이익은 4,177억 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전년도보다 38% 늘었다. 하지만, 루이비통코리아의 기부금은 ‘0원’이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명품 소비 열풍이 불면서 샤넬·디올 등의 글로벌 명품기업들은 국내에서 수천억 원대의 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명품기업들은 고환율을 앞세워 수차례 제품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명품 브랜드를 운영하는 국내 법인들은 수익이 증가할 경우 대부분 본사로 송금하는 배당금을 늘리고 있다. 반면 국내 사회공헌활동·기부 등을 통한 경제 기여도는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측면 때문에 한국 시장에는 일방적 소비를 비하하는 의미로 명품 브랜드의 ‘호갱님’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2030세대, 오픈런과

명품 리셀 문화



 명품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한정된 수량의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새벽부터 브랜드관 앞에서 줄을 서는 오픈런이 한 때 유행이었다. 더불어, 오픈런을 통해 구매한 제품들을 재판매하는 리셀시장도 큰 규모로 성장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통한 중고거래가 그 중심을 이뤘다. 2020년 기준으로 네이버, 쿠팡, 당근마켓 등 대표적인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은 총 거래액 60조 원을 기록하며, 이는 전년 대비 55% 이상 증가한 수치다. 또한, 이 중 약 20조 원은 패션 아이템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리셀 문화가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도 최근 명품 소비 증가와 통하는 면이 있다. 젊은 세대들의 경제적 여유가 늘어나면서 고가의 패션 아이템을 구매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하고 구매 증가력을 바탕으로 한 소비 자신감이 진작됐다. 또 패션 브랜드에서 한정 수량으로 제품을 제작해 제품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높여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한다.



김시현 기자

최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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