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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일본 문화, 한국 곳곳을 흔들다
오경은, 서나연 ㅣ 기사 승인 2023-06-19 13  |  676호 ㅣ 조회수 : 785



▲한국에서 흥행한 일본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해도>의 포스터



 현재 20·30세대는 어릴 적 스마트폰이 부재해 하교 후 TV에서 방영해주는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많은 애니메이션 중 인기가 많던 작품들은 일본에서 제작해 국내에 들어온 것이 대부분일 정도로 일본 제작 애니메이션은 파급력이 컸다. 이런 단순한 애니메이션에 국한된 일본 문화의 유행이 최근 들어 더 다양한 범위로 확장됐다.



 넷플릭스 인기작에 올라있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 깊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같은 일본 제작 영화들이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또한 일본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춤 장면을 짜깁기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토카토카 챌린지가 유행하기도 했다.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의 경우 OTT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고 원작 만화가 출간과 함께 5월 4주 차 베스트셀러 3위에 오른 데다, 특히 스트리밍 1억 회를 돌파한 「아이돌」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안무를 따라 하는 챌린지 열풍이 이는 등 인기가 뜨거운 상태다.




세대의 구분이 없는

일본 문화 유행


 일본 문화 열풍은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가장 먼저 애니메이션, 영화 분야가 있다. 과거부터 일본 문화에 대해 관심을 두는 마니아층이 존재해 애니메이션과 영화는 변함없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경우 4월 14일 자정 기준 총 누적 관객 수 446만 9,649명을 동원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과거 <슬램덩크>를 즐겁게 봤던 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상영관에서 직접 응원하며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 참여형 응원 상영회를 열어 더욱 많은 흥행을 이끌기 시작했다. 당시 슬램덩크를 모르는 젊은 세대도 영화를 관람하고 문화를 즐기기도 했다. 특히 농구 놀이(이하 농놀) 밈으로 이어지면서 농놀 신드롬이 탄생했다. 하하, 웹툰 작가 이말년, 김풍, 배성재 아나운서, BTS RM, 샤이니 민호, 아스트로 차은우, NCT 재현 등도 인증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게재하며 세대 구분 없이 ‘농놀 신드롬’에 합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에 이어 <스즈메의 문단속>까지 2편의 영화가 국내 개봉 역대 일본 영화 흥행 TOP 3에 오르기도 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스즈메의 문단속>은 4월 14일 자정 기준, 총 누적 관객 수 448만 2,045명을 동원하며 2023년 개봉 영화 중 최고 흥행작에 올랐다. 개봉 이후 3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400만 관객 돌파까지 최단 기록을 세워 놀라움을 자아낸 지 불과 며칠 지나지 않고 또다시 신기록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일본 문화 열풍,

대중음악도 휘어잡다


 일본 애니메이션 열풍에 이어 국내에서 J-POP 또한 최근 주목을 받았다. 5월 14일(일) 대중음악계에 따르면, 일본의 싱어송라이터 이마세가 지난해 8월 발매한 「나이트 댄서」가 올해 3월 국내 음원 플랫폼 멜론에서의 인기 순위 차트를 보여주는 멜론 톱100에서 최고 순위 17위를 기록했다. 5월에는 30위권 안팎을 오가며 해당 차트에 장기간 머물기도 했다. 멜론 톱100은 K-POP 인기 아이돌도 진입하기 어려운 차트로 이에 진입한 J-POP 가수는 이마세가 처음이다. 또한 ‘일본의 아이유’로 통하는 아이묭(Aimyon)이 2017년 발표한 「사랑을 전하고 싶다든가」도 최근 멜론 톱100 순위권에 들어오기도 했다.



 J-POP의 유행 원인으로 대게 숏폼 플랫폼인 ‘틱톡’의 영향이 크다고 보기도 한다. 일본 음악 전문가 황선업 대중음악 평론가 및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이하 황 평론가)은 “틱톡에 자신의 창작물을 올리고 메이저 레이블(유니버설뮤직)과 계약하는 이마세 같은 특이한 루트가 일본 내에서 많아지고 있다”면서 “예전엔 사운드 클라우드에 곡을 올린 뒤 반응을 얻었다면, 지금은 젊은 세대에 최적화된 틱톡이 그러한 역할을 일본에서도 하고 있다”고 짚기도 했다.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음악도 숏폼 위주로 청취되고 있다. 황 평론가는 “원래 일본음악에 대한 마니아들이 국내에 있었지만, 수요가 정해져 있었다. 최근엔 즐기지 않던 사람들도 일본 대중음악을 알아가고 있는 흐름이 보인다. 국경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고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콘텐츠로 여기는 것 같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나이트 댄서」 앨범 커버




일본 문화 열풍, 원인은?

 일본 문화 열풍의 상황에서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윗세대로 갈수록 역사·정치 문제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 세대가 점차 바뀌면서 그런 면이 상당 부분 흐려졌다”면서 “과거사와 문화 소비를 분리해 생각하는 것”이라고 일본 문화 열풍의 원인을 해석했다. 한편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일본 여행 러시에 대해 “같은 여행 경비로 얻을 수 있는 효용은 다른 선택지보다 일본이 더 크다”며 “한일 문제가 불편하고 신경 쓰이더라도 일본 여행으로 얻는 편익이 그보다 더 크면 ‘나를 위해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라고 허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상황을 바라봐야 할 필요도 있다. 지금의 ‘일본 문화 전성시대’는 어쩌면 바로 ‘노 재팬’ 불매운동이 2019년부터 수년간 한국 사회를 휘저어놓았기에 벌어지는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7년 7월 1일 일본 경제 산업성이 대한민국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핵심 소재 수출 제한 및 일명 ‘백색국가’ 지정 해제를 공표한 뒤 사실상 곧바로 불붙기 시작한 ‘노 재팬’ 불매운동은 곧 파시즘적 분위기를 띠기 시작했다. ‘일본 여행 가는 매국노 팔로우하는 계정’이라는 제목의 SNS 계정이 등장해 일본 여행 후기를 SNS에 올린 사람들에게 망신을 주고 대중의 사이버 테러를 유도하는 행태가 등장하는가 하면, 일본 SPA 브랜드 유니클로의 국내 매장 앞에서 손님이 드나드는지 감시하며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 SNS나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 공개하는 사실상의 초상권 침해 범죄행위를 시도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일본 상품을 불매하지 않으면 친일파’이자 ‘친일 매국노’가 되고, 그에 대한 우려만 공개적으로 표명해도 사이버 테러를 면치 못하게 됐다.




‘노 재팬’ 운동에

대한 반동


 그런데 사회 분위기와는 달리 젊은 층의 문화는 정반대로 흘러갈 수 있다. 청년 문화는 카운터컬처(Counterculture), 즉 일종의 반문화적 성향을 띠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사회의 지배적인 주류문화에 반대하고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대항문화 성격을 띠게 된다는 뜻이다. 1950년대 미국의 비트 세대 문화가 그랬고, 1960년대의 히피 세대 문화도 그랬다.



 과거 한국의 반일감정과 당대 문화 흐름도 유사한 맥락으로 흘러갔었다. 문재인 정권 이전에 가장 가까운 ‘강력한 반일 기조’ 정권은 김영삼 정권이었다. 취임 첫해부터 ‘역사 바로 세우기’를 내세우며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사용되던 구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를 지시, 1995년 실제 철거에 들어갔다. 그해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던 발언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회자된다. 저 유명한 ‘일제의 풍수 침략’이라는 ‘쇠말뚝 괴담’이 등장해 내무부에서 국가정책 차원으로 전국 명산을 다니며 118개의 쇠말뚝을 뽑고, 일제가 개악했다는 한국의 고유 지명 찾기 작업도 벌였다.



 그런데 정작 일본 문화가 젊은 층에서 붐을 형성한 시기도 1990년대다. 대부분 김영삼 정권 시기와 겹친다. 특히 1990년대 중반을 넘어서부터 흐름이 거세지는데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서 젊은 층의 일본 문화 유행에 대한 기사를 검색해 봐도 1992~1997년 기사들이 가장 많이 검색된다.



 심지어 1995년에는 KBS1 청소년 드라마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 8월 17일 방영분으로 ‘굿바이 도쿄’ 편을 편성해 한국 청소년 사이 깊숙이 퍼진 일본 문화를 진단하기까지 했다. 어느 여고 2학년생이 일본 노래와 일본 만화를 좋아하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일본 문화에 빠져들고, 급기야 “일본 것은 좋고 세련된 반면, 한국 것은 촌스럽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는 설정이다.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는 당시 젊은 층에 불어 닥친 일본 문화 열풍이 과연 어느 정도였는지를 가늠하게 해준다.




금지는 청년 문화의

원동력이 된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원작 만화 〈슬램덩크〉가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던 시절도 바로 이때 즈음이다. 마찬가지로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가 여전히 깨지 못하는 일본 실사 영화 한국 흥행기록도 1999년에 국내 개봉된 또 다른 로맨스 영화 〈러브레터〉가 지키고 있다.



 정권 주도로 반일 기조가 만연하면 젊은 층 문화는 오히려 반문화적 호기심과 신비감 탓에 일본에 관심을 갖는 쪽으로 흘러간다. 기성세대의 주류 문화와는 차별화된 또래 문화를 형성하고픈 젊은 층 특유의 심리도 작용한다. 그러니 일본 문화 향유가 사회적으로 비판을 받으면 받을수록 오히려 그 소비층은 늘어만 가는 구도가 완성되는 것이다. 당대 주류 문화 또는 전반적 사회 분위기에서 금기시되는 것은 청년 문화의 원재료가 된다는 공식은 1920년대 미국 백인 청년 사회의 재즈 열풍 시절부터 변한 것이 없다.




일본 문화 붐,

오래갈 수 있을까?


 ‘일본 문화 전성시대’는 과연 지속될 수 있을까. 1990년대 청년 세대를 휩쓸다시피 한 일본 문화 열풍은 1998년 막 출범한 김대중 정부가 영화, 만화, 노래, 애니메이션 등에 걸친 일본 문화 전반에 대한 개방 정책을 실시하면서 오히려 한풀 꺾였다. 금기시돼왔던 상품으로서의 독특한 매력이 떨어지자 일종의 대항문화로서 입지도 사라져 오히려 청년 세대 반응이 시들해진 것이다. 1차 개방 조치 이후 2~3년 정도는 ‘반짝’ 했지만, 2004년 거의 모든 일본 문화 콘텐츠가 개방된 4차 개방 조치 이후 일본 문화 상품은 사실상 국내에서 사멸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그 많던 일본 문화 팬들이 한국 콘텐츠로 유입돼 한국 대중문화 전성시대가 그즈음부터 시작됐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일본 문화 전성시대’는 생각보다 그 기간이 짧을 수 있다는 판단도 존재한다. 일본 문화 붐에 맞춰 K-콘텐츠 또한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부흥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오경은 기자

서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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