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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자립준비청년, 제도의 방향성을 다시 고민할 때
장수연 ㅣ 기사 승인 2023-10-16 16  |  681호 ㅣ 조회수 : 871

자립준비청년의 

잇따른 자살,

정부 지원 확대



 지난해 8월, 광주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A씨(19)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만 18세가 되면서 어린 시절부터 생활했던 보육시설을 나와 장애가 있는 아버지와 단둘이 생활하고 있었다. 그의 유서에는 “살아온 삶이 너무 가혹했다”는 내용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며칠 후, 자립을 위해 보육시설을 나와 광주의 한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B씨(18)도보호시설을 나온 지 두 달도 안 돼 기숙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둘은 모두 만 18세 이후, 보호대상아동으로서 보호시설에서의 보호가 종료돼 홀로서기에 나서는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이었다.



 작년 두 자립준비청년의 잇따른 자살은 파장을 일으키며 정부는 이들 자립준비청년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올해 2023년부터 자립준비청년에게 5년 동안 매달 지급되는 자립수당이 35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됐고, 각 지방자치단체가 일시 지급하는 자립정착금 역시 기존 8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올랐다. 지원금 이외에도 의료비 감면 혜택, 주거 지원 확대, 학자금 및 생활비 무이자 지원 등 다방면에서 지원 확대가 이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6, 7월 천안에서 20세, 24세의 자립준비청년이 자살하는 사건이 또 다시 발생하며, 기존 제도 및 지원 현황에 대한 검토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리고 지난 9월 19일(화), 보건복지부는 ‘청년복지 5대 과제’를 확정 및 발표하며 또 한번의 자립준비청년 지원 강화를 약속했다. 이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 대상 1:1 지원 강화를 위해 기존 180명의 자립 준비 전담인력의 정원을 내년 230명으로 확대하며, 자립준비청년 전담인력의 단계적 확충을 추진한다. 또 개별 상황에 맞는 맞춤형 지원 강화를 위해 사례관리(주거 임대료, 자격증 취득비, 의료비 등) 지원대상자를 기존 2,000명에서 2,750명으로 확대하고, 자립 수당은 내년 월 50만원으로 인상한다. 최소 1,000만원 이상 일시금으로 지급하던 자립정착금 또한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하한 기준 인상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멘토링, 직무교육 및 취업 연계 등의 자립지원 서비스 다양화를 위해 우수한 민간 자원과의 협력 강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세상 홀로서기,

의지할 ‘어른’들의 부재



 자립준비청년들, 즉 보호종료아동들은 부모의 비자연적 사망, 가정폭력, 학대와 방임처럼 부정적인 유년기를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보호종료아동 자립 실태 및 욕구 조사』에 따르면 17~18세 보호종료예정아동의 42.8%, 18세 이상 보호종료아동의 50%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죽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에 관해 물었을 때, ‘경제적인 문제’가 33.4%로 가장 많은 응답을 차지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필요한 도움’에 관한 질문의 응답으로는 ‘도움이 없다’(22.2%)를 제외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멘토 (15.8%) ▲상담할 수 있는 선생님 또는 전문가 필요 (10.1%) ▲심리상담 제공 또는 심리상담 비용 지원(10.0%) 등의 답변이 따랐다. 이들 대부분이 사람을 통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지난 6월에서 8월까지 자립준비청년 4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던 도봉구 자립준비청년 욕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홀로 자립해 삶을 꾸리는 것에 두려움이 있다는 응답이 72%로 대부분이었고, 이에 대한 주된 이유는 ▲생활비, 학비 등의 경제적 이유(59%) ▲주거(22.7%) ▲취업, 진학 등 진로(18.3%) 순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어려움이 있거나 고민이 발생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1~2명이 44.8%, 3~4명이 20.7%, ‘도움을 요청 할 사람이 전혀 없다’에 응답한 이는 6.9%였다.



 여러 조사결과에서 자립준비청년 대부분이 당장 생활비, 주거문제, 취업 등으로 자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이나 사회적 적응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는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불안정한 심리를 가진 자립준비청년에게 마련된 지원으로 ‘청년마음건강지원사업’이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주관하는 청년마음건강지원사업은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만 19~34세 청년을 대상으로 맞춤형 전문 심리상담을 지원해주는 복지사업이다. 자립준비청년은 청년마음건강지원사업의 1순위 지원대상이다. 해당 지원사업을 통해 심리 검사와 상담 등의 서비스를 3개월간 총 10회 제공받을 수 있으며, 자립준비청년은 서비스유형에 상관없이 본인부담금 면제에 서비스 전액 지원이 이뤄진다. 그러나 10회의 상담서비스만으로는 청년들의 오래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부족한 자립지원전담

인력



 자립준비청년들에게 필요한 ‘어른’들의 존재를 메꿔줄 수 있는 것이 ‘자립지원전담인력’ 제도다.현재 전국 17개 시·도는 자립지원 전담기관을 배치해 자립준비청년의 자립 상황 점검과 함께 개개인에게 맞는 서비스(생활, 주거, 교육, 취업, 의료, 심리 정서 등 서비스 이용 및 물품 구매 지원 등) 제공을 돕고 있다.



 그리고 자립지원전담인력을 통해 청년들이 이러한 제도들을 수혜받도록 안내하고 있으며, 청년들과 인간적 유대감을 쌓으며 그들이 의지할 수 있는 어른들의 역할을 하고 있다.그러나 지금까지 전담인력의 부족으로 전담인 한 명이 많은 청년들을 관리하며 제대로 된 친밀감 형성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지난 7월 기준 자립지원전담인력은 180명 정원에서 19명을 충원하지 못한 총 161명이었다. 작년 9월 기준 90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지만, 전국 자립준비청년이 11,403명으로 1인이 71명의 청년을 담당하는 셈이었다.



 또한 전담인력 1인당 담당 청년 수는 지역별로 높은 편차를 보이기도 했다. 전남은 전담인 1인당 담당 청년이 약 137명이었고, 제주와 강원은 각각 110명과 95명이었다. 광주, 대구, 인천의 1인 담당 청년 수가 각각 37.9명, 48.7명, 50.8명인 것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전담인 한 명이 많은 인원을 관리하면 결국 형식적 연락에 그치게 되고 개개인 모두에게 세심한 관리를 제공하기 어려워진다.



 국회입법조차처의 『지속가능한 자립-자립지원전담기관 운영실태와 개선과제』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들에겐 정부지원뿐 아니라, 그들의 일상을 누군가와 나누고 어른들로부터 조언을 얻는 것 역시 주된 관심사였다. 해당 자료 속 전라북도자립지원전담기관의 한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사실은 (아이들이) 어떤 지원을 요청하기 보다는 일상적인 얘기들을 하고 싶어한다. 그런 일상적인 얘기들, 사례관리사와 관계 맺기를 좋아하고 그 시간을 되게 좋아한다. 어른과 대화를 나눌만한 기회가 많지 않다. 근데 저희는 바빠서 그럴 여건이 안 된다”며 미안함과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올해 청년복지 5대 과제의 추진으로 자립지원 전담인력이 확대될 예정이다. 이런 정책이 전담인력의 처우개선을 가져올 수 있을지는 추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연락 두절,

지원금 빼돌리기…


사각지대 해소 필요



 자립지원 전담기관은 1년에 1회 이상 자립준비청년에게 연락해 진학, 소득, 주거, 기초생활수급 여부, 자립정착금 수령 여부 등을 점검하는데, 2021년 기준 연락 두절 사례가 20.2%에 달했다. 이중 가정위탁 청년의 연락 두절 비율이 29.5%로 가장 높았다. 가정위탁 청년은 대상 청년 대신 보호자의 전화번호가 남겨져 있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와의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해 끝내 대상자의 전화번호를 확보하지 못 한 사례도 있었다.



 이외에도 전화번호가 변경되거나 번호가 없는 경우, 아예 차단하거나 끊어버려 연락이 두절되기도 한다. 또한 통신 요금 미납으로 인한 연락 두절 사례도 존재한다. 연락이 두절되면 정부가 마련한 지원 서비스의 혜택 역시 받을 수 없어 지원 사각지대로 지적된다.



 지원금을 청년의 친인척이 대신 사용하는 사례 역시 다수 적발되고 있다. 이는 주로 가정위탁 청년들에게서 많이 발견되는 사례로, 보호자가 청년 명의의 통장을 관리하며 대상자는 자립 지원금에 손도 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었다. 이 경우 보호자들이 직접 연락을 차단해 연락 두절로 이어지기도 한다.



자립을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것



 지난 몇 년간 자립준비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 확대가 지속해서 이뤄졌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자립준비청년들이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사례가 최근까지 들려오며 기존 제도들에 대한 재검토와 현황 파악이 요구됐다. 이번 청년복지 5대 과제 추진 이전에도 자립수당, 자립정착금의 인상, 의료, 취업, 정신건강 지원 등 여러 분야에서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지원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였다.



 지속적인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원의 사각지대가 존재했고 현장에선 전담인력의 부족과 처우개선을 호소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자립준비청년들은 특성상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지닐 가능성이 높아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여전히 실태 조사와 함께 꾸준한 개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 사람이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많은 것들이 요구된다. 기본적인 금전과 생활의 보금자리가 될 주거 공간, 향후 안정적인 미래를 위한 취업과 진로는 자립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이러한 물질적 지원만으로는 한 사람의 온전한 자립을 책임질 수 없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올바른 적응을 지도하고 의지할 버팀목이 돼 줄 멘토의 존재 역시 필수적인데, 자립준비청년들에게는 이러한 인적 커뮤니티가 유난히 부재한 것으로 보였다. 올해 또 한 번 이를 위한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 자립준비청년들이 진정으로 의지할 수 있는 사회를 기대해 본다.



장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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