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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지금은 기후 비상사태, 새로운 대책 강구할 때
장수연 고현진 ㅣ 기사 승인 2023-11-20 16  |  682호 ㅣ 조회수 : 225

때아닌 모기 기승…

원인은 기후변화



 최근 11월 초까지 우리대학의 도서관에서는 모기로 인한 학우들의 불편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재학생 A씨(22)는 11월임에도 불구하고 자취방과 도서관에서 모기가 기승을 부려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요즘 모기가 너무 많다. 특히 학교 도서관에선 모기 때문에 공부 집중이 안 될 정도다. 벌써 11월인데도 날씨가 따뜻해서 그런 것 같다. 요즘 기후가 이상하다는 게 느껴진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 도심지의 모기 트랩지수*가 72.5개체로 작년보다 2배가량 높아졌다. 또한 지난 서울시에 설치된 디지털모기측정기(DMS)에는 ▲8월 1,872마리 ▲9월 2,177마리 ▲10월 2,209마리가 채집되며, 실제로 모기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모기의 증가는 최근의 기후 변화와 관련이 있다. 모기는 낮 평균 기온이 13도 이하로 내려가야 활동을 멈춘다. 그러나 11월 첫째 주까지 전국 기온은 20도를 훨씬 웃돌며, 모기의 활동도 길어지게 된 것이다. 



 입동을 앞뒀던 지난 2일(목), 서울 낮 최고기온은 25.9도였다. 이는 1907년 서울에서 근대적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 측정된 11월 중 가장 높은 온도였다. 이날 강원 강릉시는 29.1도, 경북 경주시는 29.4도로 최고기온이 30도에 육박했다.



 이러한 이례적인 기온 상승은 비단 우리나라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올해 2023년은 지구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일(현지시각) 기후변화 영구 비영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12개월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32도가 올랐다. 이는 지금까지 12개월 단위로 지구 평균기온을 측정했을 때 가장 더운 12개월로 기록된 것이다. 



 또 175개 나라 920개 도시의 평균기온과 폭염 분석 결과, 전 세계 인구의 약 90%가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은 극한 기온을 열흘 넘게 경험했고, 약 73%가 한 달 이상 경험했다. 또 아이슬란드와 레소토를 제외하고 모든 나라가 평년보다 높은 평균기온을 기록했다. 올해 전 세계 대부분 지역이 기온 상승을 경험하고 있었다. 



향후 7년 내 

지구 기온 1.5도 상승



 이 가운데 지구 온난화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최초로 지구온난화를 경고했던 제임스 핸슨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연구팀과 함께 ‘옥스퍼드 오픈 기후변화’ 저널에 발표한 최근 논문에서 지구 온도가 2020년대 내에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넘게 높아질 것이며, 2050년 전에는 2도를 웃도는 온난화가 초래될 것이라 예상했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참여국은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높아지지 않도록 하고, 1.5도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여기서 1.5도는 인류를 지킬 수 있는 기후변화 상한선으로 판단된 마지노선이었다. 이러한 핸슨 교수 연구팀의 예측 결과는 지난 2021년 유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PC)의 예측치보다 더욱 비관적인 전망이다. 유엔은 지구 온도 상승이 1.5도를 넘는 시점을 2032년 중반으로 예상했다.



 연구팀은 지질시대 기후를 기반으로 기후 민감도를 재평가하는 연구를 진행해, 기후가 기존에 가정했던 것보다 높은 민감도를 보이고 있음을 발견하며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논문에 따르면 지금은 ‘기후 비상사태의 초기 단계’다.



 연구팀은 온실가스의 배출과 더불어 에어로졸의 감소가 이러한 지구의 급격한 온도상승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지구 온난화는 인간이 만든 미세한 공기 입자인 에어로졸의 냉각 효과로 인해 그 영향이 상쇄됐던 것이었고, 에어로졸의 규제 등으로 2010년 이후 대기 중 에어로졸 양이 감소하며 본격적인 기온 상승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지구의 에너지 불균형도 심화됐다. 지구에서 우주로 방출되는 에너지보다 태양광을 통해 지구에 들어오는 에너지가 더 많아진 것이다.



 따라서 연구팀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의 배출 감소, 친환경 에너지 개발 외에도 성층권 에어로졸 주입, 인공 강우 등의 공학적 기술이 적극적으로 도입돼야 한다고 발표했다. 지구를 실제로 식히는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기후변화가 초래한 

생태계 파괴



 지구온난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북극곰의 이야기는 다들 들어봤을 것이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올라가면서 북극의 얼음 면적은 줄었다. 이로 인해 북극곰의 서식지는 제한됐고, 먹이를 사냥할 기회도 자연스럽게 줄면서 개체수의 감소로 이어졌다. 



 그러나 스발바르 제도는 지난 50년간 평균기온이 약 4도 상승했을 정도로 기후변화의 큰 영향을 받았지만, 이 지역에 서식하는 북극곰의 개체수는 감소하지 않았다. 스발바르 극지연구소의 존 아스 교수는 순록 사냥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 지역의 북극곰은 바다표범을 사냥하는 것뿐만 아니라 육지의 순록도 사냥하는 것으로 사냥 방식을 바꿨다. 다른 지역의 북극곰과 달리 순록도 사냥하면서 개체수를 유지할 수 있던 것이다. 북극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북극곰과 불곰의 교배종인 피즐리곰(혹은 그롤라곰)도 등장했다. 피즐리곰은 북극곰과 불곰을 섞은 외형으로 자연에서 번식력과 적응력이 뛰어나다. 이러한 교배종은 기후변화로 인해 새롭게 등장한 종이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의 생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기이한 현상들이 속속히 관측되고 있다. 최근 한강공원 일대에 미국흰불나방 유충이 대량으로 출몰했다. 기후변화로 11월 초까지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졌고 이로 인해 개체수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미국흰불나방은 활엽수의 잎이나 농작물 등을 갉아먹고 피해가 극심한 경우 나무가 죽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산림청은 지난 8월 말 “경기·충북·경북·전북 등 전국적으로 미국흰불나방의 밀도 증가가 확인되고 있다”며 발생 예보 단계를 ‘관심’(1단계)에서 ‘경계’(3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김민중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 연구과 박사(이하 김 박사)는 “산림청 조사 결과 미국흰불나방 유충으로 인한 피해율이 지난해 12%에서 올해 27∼28%로 2배 이상 증가했다”며 “올해 유충이 많이 나올 경우 내년에도 많이 발생할 위험이 있어 경계로 발생 예보 단계를 높이는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박사는 “시뮬레이션 결과 예전보다 미국흰불나방 유충 세대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개체수가 많이 나온 만큼 알 개수도 늘어나 내년에도 평년에 비해 유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한라산의 서식 생물들도 기후변화로 인해 위기를 맞이했다. 2022년 제주도가 공개한 『한라산립공원 자연 자원 조사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고산 지역에 서식하는 식물군의 개체수가 감소하거나 멸종 위기에 처했다. 



 이 조사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한라송이풀이 확인되지 않았고 ‘한라산국립공원 일대에 분포하는 멸종위기 야생식물’ 목록에서 제외됐다. 이후에도 한라송이풀의 분포지가 확인되지 않으면 멸종됐을 가능성이 크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한라솜다리의 개체군은 꾸준히 감소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탐방객과 연구자 등의 무분별한 남획으로 인한 개체수 감소도 있지만 기후변화의 영향도 큰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식물군이 쇠퇴하거나 멸종하는 등 생태적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특히 “한라산의 고산지역에 분포하는 희귀식물 및 고유식물은 지리적으로 고립돼 그 분포 면적이 좁기 때문에 위협요인에 더욱더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라산 자생식물뿐만 아니라 한라산 나비들도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한라산 고산지대에서 서식하는 나비들이 더 높은 고지대로 이동하면서 서식지와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한라산 해발고도별 조사에 따르면 따뜻한 지역에 서식하는 굴뚝나비, 배추흰나비와 같은 남방계 나비가 해발 1,700m의 고지대에서 새롭게 관찰됐다. 



 반면 북방계 나비인 산굴뚝나비는 예전보다 약 200m 높은 해발 1,700m 이상으로 서식지를 옮겨갔으며 개체수도 5년 전보다 약 30%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비는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으로 활용될 정도로 환경변화에 민감하다. 특히 북방계 나비는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멸종위기에 처할 수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 세계 생물종의 15만 388종 이상이 멸종 위험에 처한 현재, 6차 대멸종에 접어들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핀란드 헬싱키대학의 조반니 스트로나 교수와 호주 플린더스대학의 코리 브래드쇼 교수가 진행한 가상 시뮬레이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50년까지 생물의 6%가, 금세기 말까지 13%가 멸종된다. 



 코리 브래드쇼 교수는 “이번 연구가 생물다양성에 대한 2차 영향을 설명하고 한 종의 멸종이 지역 먹이사슬에 미치는 영향까지 추정했다”며 “먹이사슬 내 상호연관성이 생물다양성 손실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서 먹이 생물이 멸종하면서 먹이사슬 위에 있는 동물의 개체수도 감소해 생물의 다양성도 줄게 된다는 것이다. 



주목받고 있는 

순환경제



 2015년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담은 파리협약이 체결되는 등 세계 각국은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기후위기를 맞이한 현재, 새로운 경제모델로 순환경제가 떠올랐다. 



 순환경제는 ‘자원채취-대량생산-폐기’가 중심이었던 선형경제를 벗어나 자원절약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경제모델이다. 즉, 생산된 자원을 폐기하지 않고 생산단계에 재투입해 자원의 가치를 최대한 지속시키고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인 경제모델이다. 



 순환 경제 구조는 ▲회수-재활용 활성화 ▲제품 수명 연장 ▲순환 공급망 확대 ▲공유 플랫폼 구축 ▲제품 서비스의 5개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 새로운 자원을 추출하는데 소모되는 에너지를 절감시키고 폐기물의 양을 감소시켜 매립과 소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 폐기물 발생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형경제를 벗어나 순환경제로 전환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순환경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모기 트랩지수: 하룻밤 동안 모기 유인 포집기(트랩) 한 대에 잡힌 모기 수



장수연 기자



고현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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