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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시네마 특집
박종규, 김종현 ㅣ 기사 승인 2024-04-29 14  |  688호 ㅣ 조회수 : 134

 영화에 대해 얘기할 때면 흔히 “연출이 좋다”라는 표현을 쓴다. 영화가 인상 깊었다는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연출이 좋다”라고 말하는 것은 의미상 틀린 얘기는 아니다. 연출은 감독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려는 의도인데, 영화를 볼 때 인상 깊었다면 연출이 좋다고 느꼈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조금은 두루뭉술하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연출은 다양한 영화적 요소의 집합체인데, 막연히 연출에 대해서 호평한다면 어느 부분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볼 때 연출의 요소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영화를 이해하는데 유용하다.



영화의 구성요소



 영화는 쇼트, 씬, 시퀀스로 이뤄진다. 쇼트는 카메라가 작동하기 시작해서 멈출 때까지의 작은 단위를 말한다. 그런 쇼트들이 모여 연속적인 행위를 형성하게 되면 씬이 되고, 다시 이런 씬들이 모여 독립적인 이야기를 형성하게 되면 시퀀스가 된다.



 쇼트는 사실적인 진술을 하거나 상징적인 의미를 전달할 수는 있지만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 수는 없다. 하나의 쇼트를 길게 촬영하는 롱 테이크(long take) 기법을 사용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예시로 <올드보이>에서의 ‘장도리 씬’이 있다. 은 두 개 이상의 쇼트가 모여 하나의 장면을 이루는 것으로 장소와 맞물려 있는 개념이다. 장소가 바뀌면 씬이 바뀐다. 시퀀스는 하나의 이야기 단위다. 하나의 영화에는 기승전결의 형태가 남아있는 여러 개의 시퀀스로 구성돼 있다.



미장센이 뭐야?



 영화에서 미장센은 스크린 내에서 의도적인 영화 요소들의 배치를 말한다. 등장인물과 사물의 배치와 움직임, 조명, 카메라의 위치, 색채 등 작은 요소들이 하나의 화면으로 구성돼 생기는 결과물이다.



 미장센은 영화의 의도를 표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카메라의 위치와 연관이 깊다. 예를 들어 피사체보다 아래에서 위로 촬 영하는 방식인 로우 앵글(low angle)로 촬영하게 되면, 피사체가 실제보다 크게 보이기 때문에 권위 있어 보이고, 피사체를 실제보다 작아 보이도록 위에서 내려다보며 촬영하는 하이 앵글(high angle)에서는 피사체가 실제보다 왜소하게 보인다. 실제와 비슷하게 촬영하는 방식도 있다. 피사체의 눈에 맞춰 촬영하는 아이-레벨 앵글(eye-level angle)에서는 현실에서 보는 방식과 유사하기 때문에 영화가 더욱 사실적으로 보이게 되고 이질감이 적어 영화에 몰입하게 한다. 그래서 사실주의 영화에서는 아이-레벨 앵글을 주로 사용한다.



 카메라와 피사체 간의 거리로 연출을 표현하기도 한다. 피사체를 가까이 찍는 방식인 클로즈-업(close-up)은 피사체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감정적인 연출을 할 때 유리하다. 롱샷(long-shot)은 피사체와의 거리를 늘려 찍는 방식으로 화면에는 피사체뿐만 아니라 배경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클로즈-업은 초상화에, 롱샷은 풍경화에 비유되곤 한다.



 전체적인 영화의 미적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해 미장센을 활용하기도 한다. <중경삼림>에서는 초록색과 노란색의 색을 적절히 활용해 애틋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는 파스텔톤의 색감과 대칭을 활용해 세련된 미장센을 보여준다.



헷갈리지 않으려면, 180도의 법칙



 180도의 법칙은 영화에서 관객의 집중력을 유지시키기 위한 영상 법칙이다. 인물들 간에 가상의 선을 긋는다고 가정해보자. 이 선 밖에서 인물들을 촬영하고 있는 카메라는 선을 넘어서 촬영하면 안 된다. 관객들이 인물을 인식하는 방향의 일관성이 깨져버리기 때문이다. 왼쪽에 있던 인물이 갑자기 화면 오른쪽에서 등장한다고 상상해보자. 관객들은 방향 감각을 잃고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이런 이유로 영화에서는 180도의 법칙을 지킨다.



 하지만, 법칙은 언제나 변칙을 불러온다. 특정 영화에서는 고의로 180도의 법칙을 깨고 연출로 녹여낸다. 그 예시가 바로 <봄날은 간다>이다. 이 영화는 일종의 연출 방식으로 180도의 법칙을 어긴다.



 영화는 사회의 최전선에서 아젠다를 형성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유색인종과 여성, 장애인 등 소외받는 계층을 조명하거나 다양성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감독이 직접적으로 이러한 이슈를 드러내면 오히려 부정적으로 반응하기도 한다. 만약 대중 영화라면 더 그렇다.



<인어공주>와 블랙워싱



 지난해 5월 개봉한 영화 <인어공주>는 1989년 디즈니가 발표한 애니메이션 영화 <인어공주>의 실사 리메이크 영화이다. 영화 <인어공주>는 인어공주 ‘에리얼’ 역에 할리 베일리, 왕자 ‘에릭’ 역에 조나 하워킹을 캐스팅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인어공주 역에 흑인인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한 것에 대해 흑인은 인어공주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비판했다.



 원작이 발표된 이후로 <인어공주>는 도서, 뮤지컬, 만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가공되며 빨간 머리의 백인 여성 이미지로 굳혀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어공주 역에 흑인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한 것은 실사 영화로서 큰 오점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들이 비판한 것은 캐스팅 자체에 대한 부분뿐만이 아니었다. 이들이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한 것은 인종차별적인 문제, 즉 블랙워싱과 관련된 문제도 존재한다며 비판했다.



 영화산업에서 인종차별과 관련한 단어는 화이트워싱과 블랙워싱이 있다. 화이트워싱은 1970년대 미국 영화 산업에서 만들어진 단어로 유색인종인 배역에 백인 배우를 캐스팅하는 행태를 의미하는 용어이다. 화이트워싱은 현재까지도 당대의 인종차별적 사회문화를 의미하는 상징적인 단어로 자리 잡았다. 반면 원작에 백인이 등장하는 작품에 유색인종을 캐스팅하는 행태를 의미하는 블랙워싱은 화이트워싱과는 반대되는 단어로, 블랙워싱은 백인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영화 <인어공주>는 흑인 배우를 캐스팅한 것과 관련해 블랙워싱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렇듯 디즈니의 다양성 정책이 인종적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백인 배우들을 차별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여론의 분위기 속에서, 지난 2017년 디즈니의 다양성 책임자로 선임된 라톤드라 뉴튼은 <인어공주> 개봉 1개월 만에 사임했다. 뉴튼의 정확한 사임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시기적으로 <인어공주>의 캐스팅과 관련해 영향을 받았을 것이란 추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디즈니의 다양성 정책을 옹호하는 입장도 존재한다. 그들은 애초에 캐스팅은 쇼트 내에서 인물이 어떻게 표현되느냐의 문제이지, 인종이 다르다고 해서 문제될 건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인종 간의 빈부격차나 기회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는데 다양성을 배제하고 단순히 인종대로 캐스팅하는게 오히려 차별이며, 영화 본래의 의미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길위에 김대중>과 <건국전쟁>



 지난 4월 10일(수)에 치러진 제22대 총선의 투표율이 약 67%를 기록하며,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가시적으로 보여줬다. 이러한 관심은 영화 산업에서도 이어졌다. 영화 <길위에 김대중>과 <건국전쟁>의 관객 수가 이를 보여준다. 지난 1월 10일(수)에 개봉한 영화 <길위에 김대중>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인생을 담은 영화로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 기준 12만 여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다.



 지난 2월 1일(목)에 개봉한 영화 <건국전쟁>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초기 정부 수립 과정을 그린 영화로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 기준 117만 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두 영화 모두 명목적으로는 한 정치인에 대한 전기 다큐멘터리 영화로 분류된다. 하지만 사실상 영화에 등장하는 두 인물의 업적을 알려 각각의 정치집단의 결집을 유도하거나 중도층을 포섭하려는 목적을 띄고 있다.



 분명 모든 정치인은 치적과 과오가 공존하기 마련이다. 만약 두 영화가 실제로도 전기 다큐멘터리 영화였다면 과오에 해당하는 사건이나 정책도 다뤘을 것이지만, 두 영화는 모두 해당 인물의 치적에만 집중해 영화를 제작했다. 이러한 특징은 다양한 정치 관련 영화가 예전부터 가져온 특징이다.



 이에 영화 시청자는 이미 정치인 영화는 해당 정치인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해당 정치 집단을 결집하고 중도층을 포섭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을 인지한 상태로 영화를 시청하게 된다. 이 때문에 해당 인물의 치적과 좋은 평가를 받은 정책을 시청자에게 인식시키려는 부분에 있어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렇듯 정치가 조금이라도 섞인 영화는 시청자에게 각 정치집단의 광고 영상 정도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사실상 각 정치집단의 선전물로서 작용하는 정치인 영화는 정치에 있어서 중도에 해당하는 집단이 피로감을 느끼게 해, 정치에 대한 관심 자체를 끊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박종규 기자

haruk1e1022@gmail.com

김종현 수습기자

24100076@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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