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대규모로 오물 풍선을 우리나라에 살포하며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북한은 이번 도발을 두고 국내 민간단체들이 지난 6월 6일(목)과 7일(금)에 대북 전단을 대형 풍선에 실어 보내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약 330여 개의 오물 풍선을 우리나라에 살포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9일(일) 오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고, 북한은 즉각 또 한 번 오물 풍선을 살포했다.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는 이번이 올해 들어 네 번째로, 지난달 28일(화)부터 29일(수), 이달 1일(토)부터 2일(일), 8일(토), 그리고 9일(일) 밤까지 총 1,600여 개의 풍선을 우리나라로 보냈다.
단지 방어대응일까
지난 5월 10일(목), 탈북민 단체들은 북한으로 보내는 대북 전단을 지속적으로 살포하며 활동을 이어왔다. 이들은 대형 풍선 20개에 30만 장의 전단과 K-POP·트로트 동영상을 담은 휴대용 저장 장치(USB) 2,000개를 매달아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 이러한 전단은 주로 북한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과 자유, 민주주의, 인권에 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같은 활동은 북한 내부에 외부 세계의 정보를 전달하고 주민들의 인식을 제고하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북한 정권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북한은 지난 5월 26일(일), 국내 탈북민 단체들이 대북 전단을 계속 살포하는 것에 맞서 “수많은 휴지장과 오물짝들이 곧 한국 국경 지역과 종심 지역에 살포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에 북한은 지난 5월 28일(화) 밤부터 현재까지 약 1,000개의 쓰레기와 오물을 담은 풍선을 대량으로 남쪽에 보내고 있다.
지난 11일 김동연 경기도지사(이하 김지사)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 단속 등을 조치할 계획에 있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발 ‘오물 풍선’ 등의 대남 안보 위협이 지속되며 정부는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근본적인 차단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 지사는 이러한 대응 조치에 대해 “단순한 대북전단에 대한 대응 차원이 아니라 도민과 국민의 안전, 그리고 평화를 지키기 위한 취지”라고 강조하며 정부에 “대북전단 살포를 수수방관할 게 아니라 실질적인 조치를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는 대북전단 살포를 원천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대북전단 금지법(남북 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24·25조)’에 대한 위헌 판결을 내렸으며, 이에 정부는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근거로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하지 않고 있다.
정부, 대응 신중히…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에 북한은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요구하며 심리전의 강도를 높이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응해 즉각 9·19 남북 군사 합의의 효력을 정지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군은 지난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에 따라 철거했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6년 만에 재개했다. 방송은 북한의 실상에 관한 뉴스, 기상 정보, 가요 등을 통해 진행되며, 특히 최근에는 방탄소년단(BTS)의 히트곡도 선보였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낮에는 약 10km, 밤에는 약 24km 밖까지 소리가 전달된다. 이를 통해 북한 군인들뿐만 아니라 개성 주민들도 방송을 듣고 영향을 받는 만큼 대북 심리전 효과가 크다.
정부는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대해 비례적·단계적 대응 원칙을 강조해 왔다. 이러한 가운데 북한이 지난 9일(일)~10일(월) 4차 오물 풍선을 발사한 이후에도 추가 확성기 방송을 송출하지 않은 것은 북한의 미묘한 변화 기류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하 김여정)은 “우리는 빈 휴지장들만 살포했을 뿐 그 어떤 정치적 성격의 선동 내용을 들이민 것이 없다. 우리 대응은 정당하고도 매우 낮은 단계의 반사적인 반응에 불과하다”며 풍선 발사의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또한 김여정은 ‘새로운 대응’을 언급하며 대북 전단과 확성기의 중단을 조건으로 내걸어 북한이 고민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더불어 북한이 발사한 3·4차 오물 풍선에는 1·2차 도발 때와 달리 퇴비 대신 폐지와 비닐만 담겨 있었는데, 이는 지속적인 도발을 하면서도 미묘하게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한 정부는 강도 높은 대응을 고수할 경우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북한의 도발에 과도한 대응보다는 다른 신중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다산관에 떨어진 오물 풍선
지난 6월 10일(월) 오전, 우리대학 캠퍼스 내 4곳에서 북한발 오물 풍선이 발견됐다. 다산관 중정, 대학본부와 창학관 사잇길, 공실관 뒤편, 붕어방 잔디밭 등에 각각 오물 풍선이 떨어진 것을 우리대학 재난안전관리본부 직원이 오전 8시 50분경 출근 중 처음 발견했다. 이 소식을 듣고 경찰과 군부대는 즉시 현장에 도착해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에 나섰다. 재난안전관리본부는 9시 10분경 교내 교직원 및 학생들에게 오물 풍선 발견 시 접근금지 및 신고 요청 안내 문자를 발송하고, 오물이 떨어진 장소에 접근 통제선을 설치했다. 그 후 군부대와 경찰의 협조로 10시 50분까지 오물 풍선을 수거하고, 추가 잔여물이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 군부대가 철수한 후에도 재난안전관리본부는 당일 교내를 지속적으로 순찰했다.
박혜경 재난안전관리본부 주무관은 “대응 중 가장 어려웠던 점은 오물 풍선이 캠퍼스 곳곳으로 흩어짐에 따라 신속하게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촉박한 시간 속에서 신고 및 순찰을 통해 위치를 파악하고 오물 풍선을 빠르게 수거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향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재난안전관리본부는 “정부의 지침을 우선적으로 따르고 지속적인 감시와 상황 파악을 통해 캠퍼스 내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 문제 발생을 방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앞으로도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임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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