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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가자지구 침공 8개월...폭력에 맞서는 사람들
박종규 ㅣ 기사 승인 2024-07-15 10  |  692호 ㅣ 조회수 : 95

 지난해 10월 하마스 및 여러 무장단체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대규모 침공을 감행한 이후 이스라엘의 즉각적인 보복이 이어지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했다. 이에 따라 가자지구 내의 학교와 보건소, 난민촌 등이 파괴되는 등 인명피해 역시 심각하다. 가자지구 보건부가 6월 1일을 기준으로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이번 전쟁으로 인한 가자지구 사망자 수는 3만 6,439명에 달한다. 병원에 도착한 시신만 통계에 잡히기 때문에 실제 사망자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 대학가에서 시작된 반전시위



 이에 미 대학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개전초부터 들끓는 미국 대학생들의 반전시위는 지난 4월 17일, 컬럼비아 대학교의 학생들이 대거 체포되며 다시 한번 거세게 일고 있다. 대학생들은 미국의 이스라엘 무기 지원을 비난하는 한편 대학 측에는 이스라엘과의 재정적 단절을 요구한다. 미 대학은 기업으로부터 막대한 기부금을 받으며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위대는 이스라엘계 기업들과 거래하는 행위 자체가 가자지구에 대한 학살에 공모하는 것이라며 비판한다. 현재 미국의 40개 이상 대학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들은 텐트를 이용해 캠퍼스를 점거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시위대를 향한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일부 대학들은 시위대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며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많은 대학에서 협상이 결렬돼 경찰력을 동원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경찰이 이러한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체포한 대학생의 숫자가 2천 500명이 넘는다.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CEO는 SNS를 통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대학생들의 명단을 받아 자신의 회사에는 취업시키지 않겠다며 이른바 ‘하버드생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경영자들과 공유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또한 뉴욕대학교에서는 학생회장이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가 취업이 확정됐던 로펌에서 취업을 철회 당한 일도 있었다.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를 이야기하는 국내 사람들



 국내에도 반전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6월 29일(토),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제41차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 현장을 방문했다. 이날 토요일 오후 2시에 시작된 집회는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진행됐다. 시위는 한국인과 아랍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시위대는 각자 제작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했다.



 집회는 영어와 아랍어, 한국어 동시통역으로 진행됐다. 집회의 발언자가 아랍어로 발언하면 이를 한국어로 통역하고, 다시 영어로 통역하는 식이었다. 처음에는 재한 팔레스타인인 살리에 씨의 발언이 있었다. 그는 “가자지구의 주민들이 8개월 넘게 폭격에 시달리고 있으나 저항과 연대가 그 기간만큼 지속되고 있다. 가족과 동포들을 대신해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다”며 가자지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이집트인 정치활동가 무함마드 사이드 씨는 “지난 8개월 동안 우리는 무고한 학살을 자행하는 자들을 지원하는 정부들을 봤다. 우리는 이러한 정부들의 만행을 멈추는데 행동에 나서야 한다. 정의 속에는 삶이 있지만 정의가 사라지면 삶 또한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집회가 끝난 이후에는 행진이 진행됐다. 시위대는 광화문 일대에서 ‘Free Free Palestine’ , ‘Long live Palestine’ 등 구호를 외치며 줄을 지어 앞으로 걸어나가는 가두행진을 진행했다. 이날 시위가 끝나고 이번 시위를 개최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의 김지윤 활동가에게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국내에서 팔레스타인 관련 시위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이스라엘은 지난 76년 동안 팔레스타인을 식민 점령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을 차별하고 억압 해왔다. 우리도 과거 일본의 식민 지배라는 아픈 역사가 있다. 많은 팔레스타인인이 이런 점에서 한국과 팔레스타인이 공통점을 갖고 있고 팔레스타인도 한국처럼 독립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이유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목소리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Q.동시통역을 통해 시위를 진행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시위를 진행하며 힘든 부분은 없었나.



A.집회 참가자들의 국적과 배경, 연령 등이 다양하다보니 집회에 더 많은 참가자가 최대한 언어의 장벽 없이 함께할 수 있도록 영어와 아랍어 동시통역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더위와 추위, 눈과 비 등 기상 상황 탓에 어려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거리에서 시위대열을 보면서 반가움과 지지를 표하기도 하고, 때로 즉석에서 합류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용기를 얻고 있다. 많은 수의 자원봉사자도 집회 운영을 함께하고 있다. 이런 경험들이 어려움을 잊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Q.시위를 통해 바뀌었으면 하는 점이 있나.



A. 이제까지 사람들에게 팔레스타인은 생소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지난 5월과 6월에 서울대, 서울시립대, 고려대, 연세대 등 한국의 대학에서도 팔레스타인 연대 캠퍼스 농성이 벌어졌다. 텐트 농성을 보면서 대학생들이 팔레스타인을 주제로 대화하고, 때로는 농성장을 방문해 많은 대화를 나누고 지지를 표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지난 8개월 동안 집회와 행진을 하면서 거리의 분위기와 호응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집회와 행진 중에 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에 대해 말하고,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비판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공식 교육과 언론에서 팔레스타인의 문제를 많이 다루지 않는 현 상황에서 시위를 통한 우리의 노력과 행동이 변화를 만드는 초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Q.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A.지금도 이스라엘의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가자지구의 어린이 2만 1,000명이 실종 상태라고 한다. 가자지구의 어린이 절반 이상이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유엔은 가자지구 주민 5명 중 1명이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고 발표했다.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고, 사랑하는 이가 죽거나 실종되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가자지구 주민들의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3만여 개의 폭탄과 미사일을 지원해 왔다. 서방의 정부들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유대인 혐오로 매도하면서 공격한다. 그러나 전 세계 많은 유대인이 이스라엘은 유대인을 대표하지 않고, 유대인의 이름으로 학살을 정당화하지 말라면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매주 토요일마다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광화문에서 열리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역사와 시온주의의 거짓말을 다룬 책들 역시 계속해서 출판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쟁점에 관심을 갖고 함께 토론하고, 때로는 행동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서울과기대 구성원들도 이런 자리에 오게 된다면 뜻깊으리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왜 시위를 하는가



 캘리포니아대학교 철학과 교수 마이샤 체리가 철학 잡지 『NewPhilosopher』에 기고한 글은 다음의 질문으로 시작한다. “이성적으로 시위를 통해 불의가 종식된다고 기대할 수 없을 때도, 사람들은 왜 심각한 불의에 맞서 시위를 벌이는가? 더 나아가 시위 참가를 이유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데도 사람들은 왜 시위를 벌이는가?” ‘팔레스타인인과 연대하는 사람들’은 매주 토요일 팔레스타인을 위한 시위를 개최하고 있고, 미국 대학생들의 경우에는 금융가, 로펌에 취업 제한을 받거나 경찰에 의해 체포 위협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왜 그들은 그러한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정치적으로도 대의명분을 이루기 어려워 보이는 시위를 이어 나가는 걸까? 마이샤 체리 교수는 답은 전통적인 정치적 대의명분이 아니라 시위에 연대하는 일반 대중에게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마이샤 체리 교수는 “시위대는 악을 끊어내기 위해 시위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시위는 정의에 깊은 관심을 두고 불의를 멀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시위대는 시위를 통해 불의와 선을 긋는 동시에 불의를 당한 희생자들과 관계를 맺는다.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가자지구에 대한 연대 시위 역시 이러한 맥락이다. 전 세계인이 시위를 통해 민간인에 대한 일방적인 학살에 대해서는 명확히 선을 긋고 희생당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연대를 표하면서 그들이 혼자가 아님을 알려준다. 비록 정치권력자들이 시위대의 영향력을 무시한다고 하더라도, 시위에 명분이 있다면 시위를 중단시킬 수 없다. 결국 마지막까지 남는 건 불의에 대항하고 억압받는 이들과 연대하는 시위대의 목소리다.



박종규 기자

peter196772@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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