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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는 패션… 젠더리스가 바꾼 것들
서나연 ㅣ 기사 승인 2024-08-22 13  |  693호 ㅣ 조회수 : 50

 지난 27일 제33회 파리 올림픽은 ‘함께 나누자(Venez partager)’는 슬로건을 두고 개막했다. 파리 올림픽은 지속가능성을 실현하고자 친환경 기술부터 AI까지 스포츠와 다양한 의제를 접목했다. 그중에 하나가 ‘성평등’이다.



 그동안 올림픽 시상식의 도우미는 ‘아름답고, 젊은’ 여성의 몫이었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자격 요건에 ‘혈색이 좋고 반짝이는 피부’, ‘볼륨 있지만 뚱뚱하지 않은 몸매’ 등 외모와 신장에 대한 규정을 넣었다. 또한 도우미에게 신체를 부각한 의상을 착용시켜 성 상품화 비판에 휩싸였다.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도우미들이 중국의 전통의상인 치파오를 변형한 유니폼을 착용했다. 얇고 달라붙는 재질에 속옷라인까지 드러났고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성희롱에 가까운 반응이 들끓었다.



 이번 2024년 파리 올림픽은 최초로 여성과 남성 도우미 모두 동일한 복장을 착용했다. 여성과 남성의 구별이 없는 ‘젠더리스’ 의상을 선보인 것이다. 도우미들은 컬러 셔츠에 바지, 가브로슈 모자를 착용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성적 요소가 없어서 보기 편하다”, “여성은 치마, 남성은 바지라는 공식이 깨졌다” 등의 댓글이 달리는 등 달라진 도우미의 의상에 호평이 쏟아졌다.



‘젠더리스 코디’,

시대 변화의 산물



 이런 긍정적인 반응이 가능하게 된 가장 큰 요인으로 사람들은 도우미들의 ‘젠더리스 코디’를 뽑는다. 젠더리스 코디는 간단히 말해 성별 구분이 없는, 남성인지 여성인지 구별하기 힘든 코디를 말한다. 사회복지학에서 젠더리스는 성과 나이의 파괴를 주 특성으로 하는 패션의 새로운 경향으로 본다.



 성역할의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젠더리스는 1980년대 유행했던 앤드로지너스 룩과도 비슷한 면이 있지만 젠더리스가 좀 더 포괄적인 의미다. 젠더리스는 표현의 자유가 강해지며 개인이 개성과 다양한 미를 추구하게 되는 시대적인 현상과 함께 발전한 패션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젠더리스 코디를 즐겨 입는 스타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2010년대에 들어서며 점차 국내 셀럽들이 의상으로 선보였다. 가수 지드래곤은 국내를 떠나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패션 아이콘으로, 여성들의 로망인 트위드 재킷을 무대 의상으로 선보이며 젠더리스 코디를 멋지게 소화해 냈다. 또한 가수 BTS의 멤버들도 기존에 여성들이 즐겨 착용하는 진주 귀걸이나 길게 늘어지는 장신구를 자주 착용하는 모습을 보이며 젠더리스 코디를 소화해 냈다. 다양한 국내 셀럽들이 젠더리스 코디를 입으며 그들의 영향력 덕분에 젠더리스는 성별을 떠나 개인의 취향과 개성, 다양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며 여러 브랜드가 주목하는 트렌드가 됐다. 실제로 젠더리스 패션은 MZ세대에게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페이스북, X(구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각종 소셜미디어(SNS)에는 젠더리스와 관련된 해시태그만 무려 5만 개 이상에 달한다. MZ세대가 중요한 소비자층이 되면서 젠더리스 트렌드의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젠더리스 트렌드가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젠더리스는 패션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성(性)벽을 무너뜨리는 ‘젠더리스’



 젠더리스의 유행이 가져온 변화로 ‘성별 구분 없는 옷’이 화두가 되고 있다. 과거 특정 상품에 남성이 입는 옷, 여성이 입는 옷이라고 단정 짓고 있던 선입견을 깨고 성별 구분 없이 누구나 입을 수 있게 됐다. 남성들이 핸드백, 치마, 트위드 재킷을 활용하거나 여성들이 오버핏 슈트, 어글리 슈즈 등을 찾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가수 조권은 무대 위 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하이힐을 즐겨 신는다. 그는 패션 매거진 <보그 코리아>에서 “나는 내 페르소나가 하이힐이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순간 자신감이 상승하고 에티튜드가 바뀐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람들은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자신의 취향대로 옷을 입기 시작하는 변화가 생겼다.



 뷰티업계에서도 성별을 구분 짓기보다 다양한 피부타입과 피부톤에 초점을 맞추고 성 중립적 제품을 출시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라카(LAKA)’는 남녀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색조의 화장품을 선보인다. 라카는 출시되는 모든 모델에 남성과 여성 모델을 함께 선보이기도 하는데, 남성 모델의 경우에도 여성 모델과 똑같이 색조 화장품을 바르고 촬영을 한다. 이처럼 주로 여성으로 한정돼 있던 메이크업의 영역이 확장되며 올리브영과 롭스같은 대표적인 화장품 매장에서는 남성 모델을 자주 볼 수 있게 됐고, 뷰티에 대한 남성 소비자의 관심도 높아졌다.



이제는 고정관념이 아닌 것들



 젠더리스로 인해 사회 분위기도 개방적으로 변했다. 회사에서 반바지를 입는 것은 격이 떨어진다는 고정관념으로 남성 직장인들은 무더운 날씨에도 긴 바지를 입고 출근해야 했다. 그러나 젠더리스 코디의 유행으로 남성 반바지가 많이 출시되며 여름철 출근 복장을 간소화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



 젠더리스 열풍은 문화계로 확산하며 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남녀 구분을 없애고 사람 자체로만 생각하려는 움직임을 뜻하는 ‘젠더 뉴트럴(gender-neutral)’이다.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린 영화제는 2021년부터 여우주연상과 남우주연상을 주연연기상으로, 여우조연상과 남우조연상을 조연연기상으로 바꿔 배우의 성별에 따라 연기상을 나눠 시상하지 않고 있다.



 캐릭터의 성별과 관계없이 배우를 캐스팅하는 ‘젠더 프리 캐스팅’은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2015년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세계 최초로 헤롯왕 역할에 여성을 캐스팅했고, <광화문 연가>의 월하 역에는 남성과 여성 배우가 더블 캐스팅돼 배역 설정에 성별 구분을 없앴다.



 이처럼 젠더리스로 고정관념이 깨지고 경계가 많이 허물어지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편협적인 시선 때문에 또 다른 갈등을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되고 있다.



 우리는 ‘진정한 나다움’에 초점을 두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다양한 개성과 취향이 존재하는 만큼,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고 성별을 나누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서나연 기자

jsdgtj@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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