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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스스로 학습하는 AI, 예술 판도 뒤흔들다
서유정 ㅣ 기사 승인 2024-11-01 12  |  695호 ㅣ 조회수 : 92

어설픈 흉내에서 벗어난 AI



 인공지능(AI)의 발전은 예술 창작의 경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인간의 독창성과 감정에 의존했던 예술이 이제는 기계 학습과 알고리즘의 힘으로 새로운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AI가 생성하는 그림, 음악, 문학 등 다양한 창작물은 전통적인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상징하며, 창작의 미래에 대한 논쟁과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예술의 본질과 창작자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우리가 예술을 어떻게 인식하고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요구하고 있다.



 위 문단은 챗GPT가 작성한 글로, ‘AI 창작물에 대한 기사문 서두를 작성하라’는 요구에 응답한 내용이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은 ‘딥러닝’이라는 학습 방법을 통해 스스로 인간의 지능과 흡사한 결과물을 도출한다. 앞서 챗GPT가 작성한 내용을 볼 때 큰 이질감이 들지 않듯이, 막연히 짐작했던 인공지능 시대가 현재 우리 사회에 도래했다. 급격한 변화는 창작의 영역까지 발을 뻗어 많은 이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AI와의 합작, 『도쿄도 동정탑』



 근미래의 도쿄, ‘최첨단 교도소 건설’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통해 범죄자 동정론을 다룬 일본 소설 『도쿄도 동정탑』은 일본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으로, 주인공인 교도소 설계건축가 마키나 사라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범죄자를 동정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맞을지, 과연 피해자들의 가족은 범죄자들의 안락한 삶을 용납할 수 있을지, 독자에게 여러 화두를 던지며 과감한 시도를 선보였다.



 그러나 수상 당시 챗GPT가 만든 문장을 사용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해당 문장은 작중 인물들의 질문에 AI가 답변하는 부분에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는 전체 분량의 5% 미만을 차지했다. 그러나 다시금 문학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의 활용을 어디까지 허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며 많은 이들이 생성형 인공지능의 독창성과 창의성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내비치고 있다.▲ 『도쿄도 동정탑』, 구단 리에



관점을 달리하면 경쟁 아닌 협력



 AI의 활용이 인간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창작 분야에도 스며들면서 실제로 AI를 활용한 소설 공모전이 개최되거나, AI를 활용한 영화를 영화제에 출품하는 일들이 통상적으로 이뤄지게 됐다. 우리대학 오영진 융합교양학부 교수(이하 오 교수)는 이러한 생성 인공지능의 창작에 대해 “현재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은 수많은 문서와 그 안의 언어적인 관계를 확률적으로 파악하고, 인간은 알 수 없는 고차원적인 연산을 통해 인간처럼 보이는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다. 따라서 생성형 인공지능이 스스로 창의적일 순 없다. 예를 들어, 소설을 만들어달라고 했을 때 소설 비슷한 것을 만드는 척을 한다”고 답했다. 따라서 오 교수는 “예를 들어 소설을 쓴다면 창의성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반복 노동에 가까운 문장 노동을 시킬 때 윤리적으로나 실력적으로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AI를 우리의 작업 가운데 반복 노동과 같은 부분에 있어 보조 작업으로 활용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답했다.



문장 하나로 2곡 뚝딱



 최근 음악 분야 안에서도 생성형 인공지능 사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행복북구문화재단은 2024 금호강 바람소리길 축제 홍보 영상에 AI가 제작한 음악을 사용하며 해당 곡을 축제 폐막 때 활용할 계획을 밝혔다. 「춤추는 금호강」이라는 제목의 곡은 챗GPT를 사용해 단어와 음절의 대칭을 맞췄으며, 작곡 프로그램인 ‘SUNO’를 활용해 멜로디를 제작했다. 축제 주제곡으로 사용된 「춤추는 금호강」 후렴구 가사는 다음과 같다.



금호강 강 강 강 강물 위로

모두 강 강 강 강 수월래 돌아

심장 쾅 쾅 쾅 쾅 터져 버려



 비슷한 음절이 경쾌한 멜로디와 함께 반복돼 쉽게 따라부를 수 있도록 제작했다. 주제곡에 맞춰 진행된 대규모 플래시몹은 ‘북구, 같이!’라는 슬로건을 통해 관중들의 큰 호응을 이끌었다.



 SUNO는 대표적인 음악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계정을 만들어 가입만 하면 작사, 작곡에 대한 지식 없이 누구든 노래를 만들 수 있다. 곡 설명란에 만들고 싶은 곡의 분위기와 느낌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면 AI가 스스로 해당 곡을 창조해내는 방식이다. 곡에 대한 영감과 아이디어가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여러 키워드까지 제시해준다. 카테고리는 ‘사람’, ‘특별한 날’, ‘분위기’, ‘반려동물’, ‘가고 싶은 여행지’, ‘추억’ 등이 있으며, 해당 키워드를 클릭하면 그 키워드에 대한 기억과 곡을 만들고 싶은 이유 등 구체적인 내용을 작성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 키워드를 선택하면 반려동물의 이름은 무엇이고, 어떤 품종과 생김새를 한 동물인지 구체적으로 묘사하도록 한다. 또한 그 대상을 사랑하는 이유와 어떤 점들이 곡에 드러났으면 하는지, 이 곡에 드러났으면 하는 곡의 분위기와 장르는 무엇인지 작성한다. 이후 생성 버튼을 클릭하면 작성한 내용을 기반으로 2곡이 단 몇 초 만에 탄생한다.▲ SUNO, ‘반려동물’ 생성 음악 예시



 그러나 지난 6월, 음반산업협회인 RIAA가 SUNO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지며 저작권 논란을 피해 가지 못했다. RIAA는 이에 대해 “이들은 소송을 통해 강제로 인정하게 된 사실을 수개월 동안 숨기려 했다. 아티스트의 평생 작품을 도용하며, 그 핵심 가치를 추출하고 원작과 경쟁하는 형태로 재포장하는 일은 전혀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 외에도 지난 4월, 생성형 인공지능의 무분별한 학습에 대해 빌리 아일리시, 니키 미나즈, 케이티 페리 등 200여 명의 아티스트들은 예술가권리연합의 공개 서한을 통해 ‘창작자 권리 침해’와 ‘음악 생태계 파괴’를 근거로 생성 AI의 약탈적인 사용 중단을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모방도 예술로 인정되나



 2022년, 미국 콜로라도주 박람회 미술전에서 디지털 아트 부문 1위를 차지한 작품은 사람이 아닌 AI 프로그램인 미드저니가 생성한 이미지였다. 미드저니는 텍스트로 된 설명문 하나로 이미지를 도출하는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이를 활용한 제이슨 M. 앨런이 우승을 차지했다. 한때 이 사실은 많은 이들을 경악하게 하며, 예술의 본질을 저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드저니 AI를 비롯해 이미지를 생성하는 AI들은 오픈 웹에서 수백만 개의 이미지를 저장하고 그림 속의 패턴과 관계를 인식해 학습한다. 따라서 본 그림의 저작권자들은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의 본업을 위협하고 있는 AI의 조력자가 돼준 것이다.



 특히나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웹툰, 웹소설 분야에서 AI 그림이 활발한 인기를 끌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지난 7월, AI 서비스 ‘웹툰 캐리커처’를 통해 ‘마음의 소리’ 작가 조석 특유의 그림체를 학습시켜 이용자의 사진을 해당 그림체로 변환하는 유료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는 출시 3주 만에 누적 접속자 수 50만명을 넘기는 성과를 이뤘다. 이러한 변화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고, 작가와 독자 간의 새로운 소통 창구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한편으론 조금의 오류 없이 작가의 그림체를 완벽히 재현하는 것을 창작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구심을 들게 한다.▲ 2022 미국 콜로라도주 박람회 미술전 디지털 아트 부문 1위를 차지한 AI 작품



AI 혁신이 낳은 허망과 박탈



 현재 동덕여대 시각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인 이수연 씨는 AI 이미지에 대해 “처음 AI가 예술계로 진입하고 고대 미술 작가들의 화풍을 그대로 그려낼 수 있음을 보여줬을 때 위압감, 불안함보다도 먼저 느낀 감정은 허망함이었다”고 답했다. 그녀는 “재능 있는 자들에게 느끼는 시기심은 그 사람의 능력에 대한 것이지만, AI는 어떤 능력이 있는 뚜렷한 대상이 아니었기에 허망함이 먼저였다. 그럼에도 AI는 미술을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믿으려 한다. 왜냐하면 그림에는 감정이 담기는 것이고, 벤야민이 말했던 것처럼 아우라라는 게 존재하기에 AI가 완벽히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AI를 활용해 여러 분야에서도 작업을 더욱 원활히 진행할 수 있게 됐지만, 이를 악용한 범죄도 급증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미술 역시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고로 이를 명확히 인지하고, 적절한 범위 내에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답했다.



예술 붕괴 아닌 영감으로



 현시점에서 AI를 멀리하기엔 이미 여러 산업에서 AI를 다방면으로 도입해 그로 인한 이득과 성과를 취득하고 있다. 예술 분야 안에서 AI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해 보인다.



 오 교수는 이에 대해 “저도 그 부분을 계속 고민하고 있고,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수업이 바로 ‘인공지능 시대의 예술’ 교양 수업이다. 생성형 AI의 큰 장점은 그전에 글을 한 번도 써보지 않았던 사람이 도움을 받아 처음으로 완성해 볼 수도 있고, 그림을 전혀 그려본 적 없는 사람이 이 기술을 통해 자신의 의도를 그림으로써 전달하고, 얻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의 우리가 하지 않았던 시도를 AI가 수행함으로써 오히려 우리의 상상력도 자극한다. AI의 엉뚱함 안에서 우리 스스로 영감을 찾으며 활용한다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서유정 기자 suj7260@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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