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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A씨(22,재학 중)는 최근 몇 달 동안 무기력함과 우울감을 반복적으로 경험했지만 자신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방학이 되고 나서 의욕이 떨어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많아졌다. 학교를 안 가고 집에서만 오래 있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다” 고 답했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 센터에서는 일시적인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단기적인 스트레스는 시간이 지나면서 해소될 가능성이 크지만, 우울감이나 의욕 저하, 무기력감, 수면 장애, 지나친 감정 기복 등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우울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대학생들은 주로 어떤 정신 건강 문제를 겪고 있을까.
대학생 정신 건강 TOP3 - 우울증, 불안, 번아웃
대학생들이 자주 겪는 정신 건강 문제로는 우울증, 불안 장애, 번아웃 증후군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우울증은 단순한 기분 저하가 아니라 장기간 지속되는 무기력감과 삶에 대한 흥미 상실이 특징이다. 보통 피로감이 심해지고 이전에는 즐거웠던 활동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기분 전환을 위해 친구들과 만나도 나아지지 않고, 이유 없이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며 몸이 무거워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많은 대학생들은 ‘이 정도는 누구나 겪는 감정’이라며 우울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하다.
불안 장애는 일반적인 긴장을 넘어 이유 없이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고 신체적인 증상(두근거림, 호흡곤란, 식은땀 등)이 동반되는 것이 특징이다. 대학생들은 학업 성취에 대한 압박이 크기 때문에 시험 기간이나 취업 준비 중에 불안 장애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걱정을 넘어 머릿속에서 고민이 떠나지 않고 불안감으로 인해 수면 장애나 가슴 답답함 등의 증상이 반복되기도 한다. 심한 경우 공황 장애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불안감이 과도하게 지속될 경우 적절한 관리와 심리적 지원이 필요하다.
번아웃은 과제, 대외활동, 자격증 취득 등 쉴 틈 없이 달려온 대학생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정신 건강 문제다. 처음에는 바쁘더라도 목표가 원동력이 됐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무것도 하기 싫고 의욕이 급격히 떨어진다면 신체적·정신적 탈진 상태를 의미하는 번아웃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학업 성취를 중요하게 여기는 대학생들에게 번아웃은 흔히 나타나는 문제지만 심할 경우 우울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어 충분한 휴식과 자기 조절을 통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학우들의 마음속 불안과 우울
본지는 우리대학 학우들의 정신 건강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두 명의 학우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가예(산정시·22) 학우는 최근 3개월 이내 순간적으로 깊은 우울감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했다. 특히 현재의 불안정함과 미래의 불확실성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학생이라는 신분이지만, 다른 사람보다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불안감이 커진다.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확신이 없는 것도 큰 부담이 된다. 고학년이 되면서 더 이상 학생이라는 울타리 안에 머물 수 없고 스스로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지며 두려움이 우울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답했다. 최 씨는 우울감을 해소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거나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서유정(문창·24) 학우 역시 최근 우울감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서 씨는 대인관계에서 오는 무력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서 씨는 우울감이 깊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의식적으로 우울한 감정에서 벗어나려고 일부러 밖에 나가서 걷거나 평소 보고 싶었던 드라마나 영화를 정주행하는 식으로 기분을 환기한다”고 말했다. 두 학생 모두 최근 우울감을 느꼈지만 우리대학 학생상담센터에서 제공하는 정신 건강 지원 프로그램을 알고 있음에도 실제로 이용해 본 적은 없었다. 최 씨는 상담센터를 이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상담센터 상담이 고민을 해결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확신이 서지 않아 아직 신청해 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 12.2%에 불과…
실제로 정신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전문가와 상담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2023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가 정신건강현황 주요지표 2023’에 따르면 정신건강 문제 경험 시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담(상의)을 해본 적이 있다는 문항에 긍정 응답을 한 사람은 12.2%에 불과했다. 이는 정신 건강 문제를 겪는 10명 중 9명이 전문가와 상담하지 않았다는 뜻이며,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이 각각 43.11%, 46.5%인 것을 고려했을 때 매우 낮은 수치임을 알 수 있다. 실제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음에도 전문가를 찾지 않는 이유로는 크게 부정적인 사회 인식, 금전적 비용 부담, 접근성 문제로 나타났다.
노원구의 정신건강 상담복지센터
금전적 부담으로 정신건강 서비스에 진입장벽을 느끼고 있다면, 각 지자체가 시행하고 있는 정신건강상담복지센터는 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작년 6월 정부가 발표한 정신질환자의 온전한 회복을 위한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에 따르면 2027년까지 우울, 불안 등 정서적 어려움이 있는 국민 100만명에게 전문 심리상담을 지원할 계획을 밝혔으며, 전국 모든 시·군·구에서 정신재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우리대학이 위치한 노원구는 노원 정신건강상담복지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센터로 연락 시 자세한 일정을 잡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센터에서 진행되는 여러 사업 중 ‘정신건강증진사업’은 정신의학과의 높은 문턱을 낮추고, 정신질환 조기 해결을 목표로 ▲찾아가는 마음건강 상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상담 ▲마음건강 사례관리 등을 시행하고 있다.
대학생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대학생의 경우 가장 접근하기 쉬운 정신건강 서비스 중 하나는 대학교가 운영 중인 학생상담센터를 이용하는 것이다. 대학생들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우리대학을 포함한 여러 대학은 학생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중 우리대학 학생상담센터는 대학생의 마음건강 증진 및 대학생활 적응을 위해 다양한 심리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본지는 우리대학 박경옥 학생상담센터 팀장을 만나 심리지원 서비스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우리대학 학생상담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개인상담 프로그램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개인상담 프로그램의 경우, 상담신청-접수면접 및 심리검사 실시-상담사 배정-상담시작-종결 및 만족도 조사의 순서로 진행되며, 상담을 신청하면 일주일 이내에 접수면접 및 심리검사를 실시합니다. 접수면접이란 상담을 신청하게 된 계기를 간략히 탐색하는 과정으로, 접수면접 내용을 바탕으로 필요한 심리검사가 실시됩니다. 각 심리검사에 따라 다르지만 30~60분 정도의 상담이 온라인으로 진행됩니다. 이후 저희 센터에 상주하고 있는 상담사 열분 중 학생의 주호소에 적합한 상담사가 배정되며, 전화로 상담 일정을 예약하게 됩니다. 예약한 상담일정에 따라 대면 혹은 비대면으로 상담이 진행되며, 주1회 50분씩, 최대 12회기 진행됩니다.
Q. 개인상담 프로그램의 경우 대기가 발생하거나, 횟수 제한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너무나 감사하게도 우리 학생상담센터의 프로그램을 기다리고,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학생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중 대기가 길다고 입소문이 나 있는 ‘개인상담’의 경우 상담신청부터 개인상담 시작까지 최소 1주일 이상 소요되는데, 상담을 신청한 학생과의 일정 조율, 심리검사 완료 시기 등에 따라 3주까지 소요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학기가 시작되면 개인상담 신청인원이 크게 증가해 대기가 발생할 수 있으며, 대기는 심리검사가 완료된 시점부터 카운트가 되므로 즉시 심리검사를 완료하시면 빠르게 상담을 시작하실 수 있습니다.
상담횟수에 대한 제한은 위 질문 자체에 답이 있습니다. ‘상담대기’ 때문입니다. 상담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모든 학생에게 고르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또한 개인상담 종료 후 6개월 이내에는 재신청이 불가한데, 그 역시 같은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Q. 학생들이 정신적 건강 치료를 위해 금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는지 궁금합니다.
상담사는 개인상담을 받고 있는 학생 중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치료가 병행됐을 때 상담의 효과 증대 및 학생의 어려움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될 때 약물치료를 권유합니다. 그러나 여러 개인적 사유로 치료비 부담에 어려움이 있을 때 센터 내부 회의를 통해 의료비 지원 여부를 결정합니다. 단, 본 센터와 제휴를 맺고 있는 병원에서만 의료비 지원이 가능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학생상담센터 이용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저희 학생상담센터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학생 여러분 개인의 생각과 감정뿐만 아니라, 센터에 바라는 점 등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러분이 언제든 우리 대학을 떠올릴 때 ‘마음 편히 쉬었다’라는 생각이 들도록 센터를 꾸리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상담 훈련을 통해 자격을 취득한 상담전문가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강문경 기자 rivmun@seoultech.ac.kr
윤지선 기자 yjs1320@seoul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