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다양한 정치 이슈로 인해 온라인에서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지만, 정작 일상에서 정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친구들과의 대화나 학교생활에서 정치를 화제로 꺼내는 것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청년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청년 세대를 ‘정치에 무관심한 세대’라고 말한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이러한 인식과는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연구원의 ‘청년 삶의 질 2025’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의 투표 참여는 이전보다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정치에 대한 신뢰와 효능감은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기보다 자신의 의견이 실제 정치에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가 낮다는 의미다. 또한 청년들의 정치 참여는 정당 활동이나 집회 중심에서 온라인을 통한 정보 소비와 의견 표현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실제 청년들의 일상에서도 나타나고 있을까. 본지는 지난 6월 29일(월)부터 7월 4일(토)까지 20대 청년 42명을 대상으로 정치 인식에 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교수와 학생 인터뷰를 통해 청년들의 정치적 표현이 위축되는 이유를 살펴봤다.

정치는 관심 밖이 아니라 ‘말하기 어려운 주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2.9%는 최근 한 달 동안 정치 관련 뉴스나 콘텐츠를 접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정치 뉴스를 거의 보지 않는다는 응답은 7.1%에 그쳤다. 이러한 결과는 정치가 청년들의 일상에서 동떨어진 주제가 아니라 꾸준히 접하는 정보 중 하나라는 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정치를 접하는 것과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응답자의 73.8%는 정치적 의견을 말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답했으며, 83.3%는 정치 이야기가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78.6%는 자신의 정치 성향을 공개하지 않거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드러낸다고 답했다. 정치에 대한 관심 여부와 관계없이 정치적 의견을 표현하는 데에는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 확인됐다.
정치 이야기를 꺼리는 이유를 묻는 복수 응답에서는 ‘의견 충돌이 싫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정치에 대한 피로감’, ‘인간관계가 불편해질 것 같아서’, ‘말해도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정치 자체보다 정치를 둘러싼 갈등과 관계의 변화가 청년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결과는 학생들의 경험에서도 확인됐다. 임호진 씨(스과·22)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친구들과 정치 이야기를 자주 하지는 않는다”며 “정치 이야기를 꺼냈다가 의견이 다르면 분위기가 어색해질 수도 있고 괜히 서로 불편해질 것 같아 먼저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역시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정치적 무관심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대학에서 ‘정치의 이해’를 가르치는 최광은 연세대학교 복지국가연구센터 연구교수는 “정치적 무관심은 정치에 대한 관심 자체가 없는 상태이고, 정치적 침묵은 관심과 의견이 있으면서도 이를 드러내지 않는 상태”라며 “둘을 구분하는 기준은 의견 유무가 아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느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갈등이 두려워 침묵을 선택하다
청년들이 정치적 의견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배경에는 사회적 분위기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최 교수는 “정치적 의견을 밝히는 순간 특정 진영으로 낙인찍히고 관계가 불편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청년들의 표현을 위축시키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며 “정치적 입장이 개인의 인격이나 도덕성까지 평가받는 분위기에서 미움받을 위험을 크게 느끼게 되고, 자유로운 의사 표현의 가치보다 그 표현의 대가가 상대적으로 더 클 수 있다는 인식이 표현을 주저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정치 이야기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이유로 ‘의견 충돌이 싫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인간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와 정치에 대한 피로감이 뒤를 이었다. 정치적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기보다 갈등을 피하기 위해 대화를 시작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정치적 양극화 역시 청년들의 정치 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혔다.
최 교수는 “정치적 양극화는 대화를 설득의 과정이 아니라 승패를 가르는 싸움으로 바꿔놓았다”며 “상대를 이겨야 할 적으로 규정하는 구도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 정치는 함께 이야기하는 주제가 아니라 피해야 할 지뢰처럼 여겨진 게 아닌가 생각된다”며 “이러한 양극화의 문제는 단순히 문화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제도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고, 다극과 합의의 방향으로 정치제도와 문화가 함께 발전해야 이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며 마무리했다.
온라인에서는 활발하지만, 현실에서는 조용한 이유
그러나 이러한 침묵이 모든 공간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치적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청년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반면 오프라인에서는 정치 이야기를 피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온라인 공간은 익명성이 보장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경우가 많아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공간”이라며 “반면 학교나 직장, 친구 관계에서는 의견을 밝혔다가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침묵을 선택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연구재단 등재 논문 ‘한국 청년들의 정치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서도 인터넷과 SNS 활용은 청년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과 참여 의사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온라인에서의 의견 표출이 실제 정치 참여로 이어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최 교수 역시 “온라인에서의 격한 정치적 의견 표출은 감정 해소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투표나 조직적 행동 같은 실질적 참여로 이어지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와 달리 온라인에서 형성된 여론이 특별한 정치적 계기와 만나면 오프라인 행동으로 폭발적인 전환이 될 때도 있다”며 “예를 들어 SNS가 시민 행동을 촉발하거나 확산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사례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청년들은 정치를 외면하고 있다기보다 상황과 공간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정치를 경험하는 경향을 보였다. 온라인에서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인간관계를 고려해 침묵을 선택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먼저다
최 교수는 건강한 정치 문화의 출발점으로 ‘의견의 차이가 관계의 손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신뢰’를 꼽았다. “생각이 달라도 서로를 적으로 여기지 않을 수 있다는 문화가 자리 잡는다면 사람들이 비로소 편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며 “건강한 정치 토론 문화는 상대를 이기는 기술이 아니라 다름을 견딜 줄 아는 태도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또한, “이 태도는 모든 극단적인 시각이나 행위를 용인해야 한다는 말과는 구분해야 한다”, “관용을 부정하는 사람에게는 관용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즉, 배타주의가 필요한 경우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마무리했다.
정치는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등록금 △청년 일자리 △주거 문제 △병역 △복지 정책 등 청년들의 일상 역시 정치의 영향을 받는다. 그럼에도 정치 이야기가 갈등의 시작으로 인식되는 분위기 속에서 많은 청년은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기보다 침묵을 택하고 있었다.
청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통념은 이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설문조사와 인터뷰는 청년들이 정치를 외면하고 있다기보다 ‘말하기 어려운 정치’를 경험함을 보여준다. 정치에 대한 관심을 건강한 참여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청년 개인의 노력과 더불어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고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열린 사회적 환경도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songts06@seoultech.ac.kr
곽보림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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