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달에는 지출을 조금 줄여야겠다” 물가와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를 줄이는 20대가 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지출을 줄이는 것은 아니다. 배달음식이나 패션·쇼핑처럼 줄일 수 있는 소비는 줄이면서도 여행이나 취미, 친구와의 식사처럼 자신에게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소비에는 돈을 쓴다. 소비의 양보다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것이다.
실제로 본지가 20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53명 가운데 32명(60.4%)은 ‘평소에는 절약하지만 좋아하는 분야에는 돈을 쓰는 편’이라고 답했다. 반면 ‘최대한 소비를 줄이고 저축하는 편’이라는 응답은 5명(9.4%)에 그쳤다. 그렇다면 20대는 무엇을 줄이고, 무엇에는 돈을 쓰고 있을까.
아끼면서도 쓰는 이유
본지 설문에서 소비를 줄이는 이유로는 ‘소득·용돈 부족’이 18명(34.0%)으로 가장 많았으며 ‘저축을 위해서’가 17명(32.1%), ‘다른 분야에 돈을 쓰기 위해서’가 13명(24.5%)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물가 상승’ 응답자는 8명(15.1%)이었다.
이는 20대의 소비 조정이 단순히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한정된 돈 안에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에 자원을 배분하는 모습이다. 특히 ‘다른 분야에 돈을 쓰기 위해서’ 소비를 줄였다는 응답은 절약․소비가 상반되는 행동만이 아님을 시사한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청년층의 소비를 고물가와 저성장, 취업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한국경제 인터뷰에서 청년층의 소비를 “만족도가 낮은 소비를 줄여 높은 만족을 주는 소비에 자원을 재배분하는 소비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한정된 소득 안에서 일상적인 지출은 줄이고 자신에게 가치 있다고 느끼는 소비에는 지출을 집중한다는 것이다.
줄이는 소비, 남기는 소비
실제 지출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나타난다. 본지 설문에서 응답자 53명 중 29명(54.7%)은 식비를 가장 큰 지출 항목으로 꼽았다. 최근 1년 사이 지출을 줄인 항목으로는 배달음식과 술·유흥, 패션·쇼핑 등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돈을 쓰고 나서 만족도가 높았던 소비로는 여행, 친구들과의 식사, 취미생활, 자기계발 등이 꼽혔다. 한 응답자는 “친구들과 맛집을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한 소비”를, 또 다른 응답자는 “취미생활 장비 구입(라켓, 스노보드 등)”을 만족도가 높았던 소비로 꼽았다. “해외여행을 가서 먹는 것에 돈을 아예 안 아낀 점”, “혼자 여행 다니기” 등 여행을 꼽은 응답도 있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조사에서도 대학생은 여가비에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가운데 아끼지 않고 투자하는 항목으로 여가비를 꼽은 비율은 19.4%로 전체 응답자 12.7%보다 높았다. 대학생의 소비는 모든 영역에서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우선시하는 분야에는 지출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나를 위한 소비’의 두 얼굴
하지만 선택적 소비가 항상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조사에서 대학생의 충동 구매 동의율은 44.7%, 과소비 동의율은 28.2%로 전체 응답자보다 높았다. 평소에는 절약을 지향하면서도 스트레스 해소나 기분 전환을 위해 소비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홍주 교수는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소비가 단순한 물건 구매를 넘어 경험과 취향,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신에게 만족을 주는 소비라도 모두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순간적인 감정이나 타인과의 비교에서 비롯된 소비는 계획하지 않은 지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택적 소비를 위해서는 현재의 만족뿐 아니라 자신의 경제적 여건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20대의 소비는 ‘얼마나 아끼느냐’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자신에게 덜 중요한 지출은 줄이고 필요한 곳에는 돈을 쓰는 방식으로 소비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다. 20대에게 절약은 단순히 지갑을 닫는 일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 지갑을 열 것인지 선택하는 과정이다.
송태선 기자
songts06@seoultech.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