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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마지막 간이역, 화랑대역
박율, 윤지선 ㅣ 기사 승인 2024-05-13 10  |  689호 ㅣ 조회수 : 134


화랑대역 이전의 화랑대역, 그 역사 속으로




서울 지하철 6호선의 끝자락에는 화랑대역이 있다. 그러나 이 화랑대역에서 내려 조금 걷다 보면 또 다른 화랑대역을 마주하게 된다. 바로 과거 경춘선의 정차역이었던 옛 화랑대역이다.



화랑대역은 성동역(현 수도권 전철 1호선 제기동역 부근)과 춘천역을 잇는 경춘선 개통과 함께 1939년 7월에 준공됐다. 이 역은 원래 ‘태릉역’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으나, 이곳으로 육군사관학교(이하 육사)가 이전해 온 후 육사 생도들이 주로 이용해 1958년에 화랑대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당시 육사에는 ‘화랑대’라는 별칭이 있었는데, 육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태릉역도 이에 맞게 화랑대역으로 이름을 바꾼 것이다. 



이후 화랑대역은 1960년대 무렵부터 병력 수송의 중요 거점 역할을 했다. 후방에서 신병 교육을 마친 장병들은 전방 부대에 배치되기 전 화랑대역을 거쳤기 때문이다. 또한 1년에 하루, 육사 졸업식이면 많은 인파가 화랑대역 주변에 붐비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1971년 10월 성동-성북(현 수도권 전철 1호선 광운대역) 구간이 폐지되고, 성북역이 경춘선의 시·종착역이 됐다. MT와 데이트를 위해 대성리, 가평, 강촌으로 가고자 하는 많은 젊은이들은 성북역에서 출발해 화랑대역을 거쳐 춘천으로 향하는 경춘선 열차에 몸을 실었고, 화랑대역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1988년 차표를 전산 발매하기 전까지는 입석 표를 무제한으로 팔았는데, 72석짜리 기차 한 량에 학생이 300명 넘게 타서 열차와 바퀴 사이의 스프링이 주저앉아 연착 소동이 벌어지는 일이 있었다고도 하니, 당시 얼마나 많은 이용객이 있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1970~1980년대 많은 청춘의 한 획을 장식한 화랑대역은 1990년대 후반부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철도청(현 코레일)은 성북-갈매 노선이 지나가는 공릉동, 월계동 일대의 주택가의 소음 관련 민원 대폭 증가와 건널목 교통사고 등의 사유로 성북-갈매 구간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1999년 수도권 전철 경춘선 공사가 착공되기 시작하고, 서울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이 생긴 2000년 이후 구 화랑대역은 10년을 더 버티다가 2010년 12월 20일 오후 10시 03분 청량리발 남춘천행 1837호, 오후 9시 00분 남춘천발 청량리행 1838호를 마지막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렇게 옛 경춘선은 폐지됐어도 성북-갈매 구간 중 화랑대-갈매 구간과 화랑대역의 선로궤도는 육사의 군수 물자와 병력 수송을 위해 존치됐다. 그리고 화랑대역은 현재 우리에게 ‘화랑대 철도공원’의 모습으로 남아있다.





되살아난 화랑대역



2010년, 화랑대역이 폐역된 이후 화랑대역 인근 지역은 쓰레기 무단 투기, 무허가 건물 난립 등으로 방치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옛 철길과 폐역이라는 공릉동만의 지역 자원을 활용해 화랑대역 일대 활성화를 목표로 ‘2013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폐선 전철로 주변 총 55,000평 가량의 부지에 497억 원을 들여 공원을 조성한 결과, 오늘날 알고 있는 화랑대역 철도공원, 경춘선 숲길 등이 차례로 만들어지며 화랑대역 일대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새롭게 바뀐 화랑대역의 모습을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화랑대역에 방문했다. 화랑대역은 우리대학에서 약 2.1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대중교통(버스, 지하철 등)을 이용하거나 30분 정도의 도보를 통해 쉽게 갈 수 있다.



6호선 화랑대역의 4번 출구로 나오는 순간, 철길을 따라 이어진 ‘경춘선 숲길’의 모습을 바로 볼 수 있었다. 경춘선 숲길은 광운대역에서 서울시계까지 이어진 총 6km의 산책길이다. 또한 경춘선 숲길이라는 이름 그대로 과거 경춘선의 선로를 따라 형성된 경춘선 숲길은 옛 철길을 그대로 활용한 산책길에 자전거 도로, 텃밭 등이 조성되며 나눔이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후 경춘선 숲길의 옛 철길을 따라 조금 걸으면 쉽게 화랑대 철도공원에 도착할 수 있다. 크게 ▲타임뮤지엄 ▲화랑대 역사관 ▲노원 기차마을 3가지 테마로 조성된 화랑대 철도공원은 곳곳에 여러 기차 모형과 철길, 시계탑 등이 있어 실제 운영되고 있는 듯한 역의 풍경을 지니고 있었다.



이 중 화랑대 역사관은 옛 화랑대역을  역사관으로 개조한 건물이다. 구 화랑대역은 간이역으로서는 매우 특이한, 비대칭 삼각형의 모양으로 책을 엎어놓은 듯한 박공지붕의 모양을 가지고 있다. 이는 간이역 중 유일한 이어내림 지붕구조로 등록문화재 제300호에 등록될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화랑대 역사관 또한 이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구 화랑대역의 외향을 간직한 채 역사관을 운영하고 있었다. 역사관의 내부에는 화랑대 역사의 구조와 연대기, 경춘선의 역사를 디지털 화면으로 볼 수 있는 다양한 자료들이 존재했다. 이뿐만 아니라 추억의 열차 공간이 조성돼 있어 아날로그의 정취를 더하며, 1970~1980년대 교복 대여 서비스로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하는 재미도 선사한다.



화랑대 역사관을 빠져나와 철길을 따라 더 안쪽으로 걸어가면 노원 기차마을(스위스관)을  볼 수 있다. 비교적 최근인 2022년에 지어진 노원 기차마을은 세계적 관광지인 스위스의 마을과 기차를 그대로 재현한 미니어처 박물관이다. 이는 지난 2013년 시작된 화랑대역 인근 지역을 문화적 공간으로 활성화하려는 노원구의 노력이 현재도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해가 진 화랑대역 철도공원은 조명에 하나둘씩 불이 들어오며 ‘노원 불빛마을’로 모습이 변한다. 노원 불빛마을은 옛 화랑대역의 정취에 불빛을 더한 서울 최초의 야간 불빛정원으로, 노원구에서 조성한 힐링 문화 공간이다. 낮과 달리 어두워진 노원 불빛마을은 시계탑과 가로등의 불빛을 받아 어둠 속을 달리는 듯한 기차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노래에 맞춰 빛이 변화하는 불빛 터널, 네온사인, 동물 모양의 조형물 등의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었다. 



사람을 잇는 화랑대역



철도공원을 방문한 시민 A씨는 “화랑대역이 폐역됐을 당시 주변에 가건물과 공장들이 들어서기 시작해 주변 환경이 점점 안 좋아지다, 화랑대역 철도공원이 만들어지며 시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모습으로 탈바꿈해 좋다”고 말했다. 또한 평소에도 자주 경춘선 숲길을 따라 산책을 하고 있으며, 시민들이 많이 방문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의견을 전했다. 



과거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으로 7080세대가 활발히 사용했던 화랑대역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화랑대역 철도공원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옛 화랑대역에 담긴 추억을 현재 세대에게 전달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며 그 이름과 형태가 달라졌지만, 화랑대역의 가치와 추억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박율 기자

yulpark@seoultech.ac.kr


윤지선 수습기자

yjs1320@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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