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킥보드와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자가 증가하며 전동킥보드의 무단 주정차 문제가 심각하다. 도로교통법 개정 이후에도 공유 전동 킥보드를 비롯한 개인형 이동 수단의 주정차 문제는 여전하다.
▲ 성림학사 뒤편에 쓰러져있는 킥보드
조유빈(안광·23)씨는 수업을 듣기 위해 매일 아침 무궁관으로 향한다. 어느 날, 무단으로 주차된 전동 킥보드로 인해 지하 1층의 통행이 막혔다. 수업 시작 시간에 맞춰 출발했지만, 불법 주정차된 킥보드 때문에 길이 좁아져 급히 지나갔다. 결국 그사이에 넘어져 다리에 경미한 부상을 입고 말았다. 수업에 늦고, 심지어 다치기까지 하자 조유빈씨는 전동 킥보드 불법 주정차 문제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교내 전동킥보드
무단 주정차 실태
지난 22일(화) 오후, 우리대학 교내를 돌아다니며 전동 킥보드 주정차 실태를 파악한 결과, 마구잡이로 주정차된 전동 킥보드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무궁관 앞에는 전동 킥보드와 전기 자전거가 쓰러지듯 주차돼 있었다. 그 앞에는 임의로 설치된 바리게이트만으로 통행 공간과 주차 공간을 구분하고 있었다. 그마저도 바리게이트 밖에 주차한 전동 킥보드들때문에 구분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강의관 뿐 아니라 기숙사 옆에서도 쓰러진 전동 킥보드를 찾아볼 수 있었다. 성림학사 옆에 위치한 전동 킥보드 전용 주차장에는 전동 킥보드 대신 방치된 자전거들만 주차돼 있었고, 전동 킥보드는 단 한 대만이 주차돼 있었다. 붕어방 근처에선 길 가운데 위치한 전동 킥보드를 피해 걷는 보행자들의 모습이 관찰됐다.
우리대학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는 재학생 이동혁(전자·24)씨는 전동 킥보드 주차 문제에 대해 “전동 킥보드 전용 주차 구역이 있는지는 몰랐다. 전동 킥보드 앱 내에서도 주차 불가 구역을 강조하지 전용 주차 구역에 대한 안내는 잘 없기 때문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지정 주차 장소까지 가지 않더라도 근처에 있는 킥보드를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편리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확실히 기업 입장에서는 수거 및 수리하기가 불편하고 인건비도 더 들기 때문에 단점이 더 많을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또한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편하고 빠르다. 그리고 따릉이와 달리 지정된 공간 외에도 주차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빨리 원하는 곳까지 갈 수 있다”고 답했다. 전동 킥보드 불법주정차로 인해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고 있는데,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면서 피해사례가 있냐는 질문에는 “물론 있다. 운전할 때 킥보드가 연석같은 곳에 있으면 잘못하면 긁어버리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부담이 된다. 그리고 한 번은 킥보드가 도로 한 가운데에 눕혀져 있어서 당황스러웠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전동 킥보드를 주차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현재 전동 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자동차로 분류돼 보도에 주차할 수 없다. 서울시가 제시한 킥보드 주차 권장 구역은 가로수, 벤치, 가로등, 전봇대 등 주요 구조물 옆이나 자전거 거치대, 따릉이 대여소 주변이다.
서울시는 개정된 도로교통법령에 따라 2021년 7월 13일부터 ‘전동 킥보드 전용 주차장’을 설치했다. 우리대학이 위치한 노원구에서도 전동 킥보드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전용 주차존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전동 킥보드 이용자들은 일일이 주차장을 찾기가 어려워 아무데나 주차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대학 내부에 있는 전동 킥보드 주차장 2곳(무궁관 옆, 성림학사 옆)을 방문해본 결과, 각각 1대의 전동 킥보드만이 주차돼 있었다.
▲ 무궁관 앞 킥보드 주차장에 써진 글귀
불법주정차 스마트폰으로 신고하면 신속 처리
노원구는 21년 11월부터 전동 킥보드 불법주정차 발견 시 간편하게 신고하고, 즉시 견인·수거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노원구는 안전한 보행환경 조성을 위해 전동 킥보드가 무분별하게 방치돼 주민불편을 초래하고 있는 곳에서 즉시 견인을 실시하기로 했다. 즉시 견인구간은 ▲지하철역 진출입로 ▲버스 정류소 및 택시 승강장 10m이내 ▲점자블록 위와 교통약자 엘리베이터 진입로 ▲횡단보도 ▲차도와 보도가 분리된 도로의 차도이다. 2024년 6월 3일(월)부터 노인·장애인 보호구역도 즉시 견인구역으로 추가됐다. 견인시간은 평일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이후 신고 건은 다음날(평일 기준) 처리된다.
직접 킥보드 불법주정차를 신고하는 경우 스마트폰으로 ‘서울시 전동킥보드 주정차 위반 신고 시스템’에 접속한 뒤 전동킥보드 등에 부착된 QR코드를 인식하면 된다. 공유 PM(개인용 이동장치) 업체는 접수된 민원을 확인하고 수거하거나 안전한 장소로 옮긴 다음 처리 결과를 시스템에 등록해야 한다. 업체에서 3시간 이내 미조치할 경우, 견인업체로 해당 민원이 전송돼 견인을 실시하게 된다.
지난 22일(화) 기자는 직접 주차 위반 신고를 해봤다. 우선 서울시 전동 킥보드 주정차 위반 신고 시스템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이후 킥보드 손잡이에 부착된 QR코드를 촬영했다. 화면이 바뀌면 킥보드가 있는 정확한 위치를 표시하고 킥보드가 주차된 모습의 사진을 찍어 올렸다. 그다음 신고 사유를 적고, 추후 조치 결과를 알기 위해 비밀번호 4자리를 적은 뒤 신고하기 버튼을 누르니 신고가 완료됐다.
기자는 공릉역-우리대학-하계역 일대를 1시간 동안 취재하며 ▲지하철역 입구 주차 ▲점자블록 위 주차 ▲횡단보도 앞 주차, 3가지 상황에 대한 위반 신고를 진행했다. 신고 후 5시간이 지난 오후 6시, 3건 중 1건의 견인이 완료됐다. 신고 내역을 눌러보면 조치가 완료된 사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직접 신고를 해본 결과, 앱을 따로 다운받지 않아도 신고가 가능한 점이 간편했다. 다만 전동 킥보드의 QR 코드를 촬영할 때 인식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고, 훼손된 경우가 있어 수기로 작성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민원 신고 이후 생각보다 견인 조치가 신속하지 않았다는 아쉬움도 남았다.
▲ 무궁관 앞 킥보드 주차장에 세워진 자전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