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공무원 피살 사건
지난 9월 말, 북한이 우리 측 공무원을 해상에서 피살한 사건이 알려지며 세간에 큰 파장이 일었다. 해당 사건은 9월 22일(화) 오후 9시 40분경 발생했으며, 연평도 인근 바다에서 우리나라 국민 A씨가 북한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다. A씨는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으로, ‘무궁화 10호’에 올랐다가 9월 21일(월) 실종됐다. 지난 9월 21일(월) 오전 11시 30분 A씨가 점심시간에 보이지 않아 실종 사실이 최초로 인지됐다. 이에 같은 날 오후 12시 51분 해양경찰에게 A씨의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이후 오후 1시 50분 해양경찰 및 해군함정, 해수부 선박 20척과 해경 항공기 등 2대가 정밀 수색을 실시했다. 다음 날인 22일(화) 오후 3시 30분에 우리 군은 북한 선박이 A씨를 발견했을 거라는 정황을 입수했다. 같은 날 오후 9시에는 군 당국이 북한 총격 전 상부의 지시를 포착했지만, A씨는 오후 9시 40분경 북한 단속정에서 상부 지시로 해상에서 총격을 당해 사망했다. 그리고 오후 10시에는 북한군이 방독면 및 방호복을 착용한 것이 확인됐다. 따라서 이 시간에 북한군이 해상 시신에 접근해 기름을 붓고 태웠다고 추정된다. A씨는 총격을 당하기 전 실종상태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에 탑승하고 있었는데, 해상을 떠돌다 북한군에게 발견돼 피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혀졌다.
해당 사건이 공론화된 다음 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5일(금)에 사건의 정황을 담은 사과문을 보내왔다. 북한 측은 “국무위원장 김정은 동지는 가뜩이나 악성 바이러스 병마의 위험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 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27일(일)에 북한에 공동조사와 군사통신선 복구를 요구했다. 그러나 아직 북한은 별다른 반응이 없는 상태다. 빠른 사과를 보내온 것과 다르게 공동조사에 묵묵부답으로 일괄하는 북한의 태도는 현재 많은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남북관계가 더 악화될 조짐이 보인다며 우려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한 남한의 공동조사 요구에 북한의 반응이 있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아직 북측으로부터 대답은 없다”라고 답했다. 그는 “북한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며 “북한의 빠른 호응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해당 사건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A씨가 북측 해역에 부유하던 이유가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선 해경이 29일(화) 발표한 중간수사 결과에 따르면 A씨는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한다. 해양경찰청은 29일(화) 오전에 언론 브리핑을 열어 실종된 A씨와 관련해 군 당국으로부터 확인한 첩보 자료와 표류 예측 분석 결과를 토대로 A씨가 월북한 것으로 파악했다. 해경이 발표한 해당 자료와 주요 정황을 순서대로 보자면, 우선 A씨는 북측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다. 이에 해경 실종자가 어업지도선에서 단순 실족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을 가능성을 낮게 본다고 말했다. 또한 실종자 A씨만이 알 수 있는 신상 정보를 북측서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실종자가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 역시 파악됐다. 실종 당시 조석, 조류 등을 고려해 단순 표류 결과를 예측했을 때 A씨가 실제 발견된 위치와 거리 차이가 상당하다는 점도 A씨가 월북 시도를 했을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인위적인 노력 없이 단순 표류해 발견 지점까지 가는 것에는 물리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경에 이러한 판단에 많은 이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유가족과 A씨의 지인들은 A씨가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을 가졌고 가족과 자식이 있다는 점을 들어 월북 가능성을 부정했다. 또한 배에서 구명조끼를 입는 것은 당연하기에 A씨가 단순 추락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반박했다. 현재까지 A씨가 남긴 유서 등의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기에 A씨의 실종이 단순 사고인지 확실한 월북인지는 제대로 판명 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외에도 남북의 설명이 엇갈린다는 점, 시신 수색에 진전이 없다는 점, A씨 유족의 정보공개청구 등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하루빨리 모든 진상이 규명돼 이 사건으로 상처받는 이들이 더는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