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연합뉴스
집단 면역,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
4차 대유행
코로나-19 장기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지속된 국내 코로나-19 3차 대유행은 2월 초순부터는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서서히 줄어들며 확산세가꺾였다. 3월부터 6월 하순까지는 꾸준히 400~500명선을 유지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 백신도 국내로 원활하게 공급돼 2월 하순부터 요양원 환자와 종사자, 의료진 등을 대상으로 접종이 시작됐다.
하지만 7월 무렵에 시작된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대한민국에 닥치기 시작하면서 안정적으로 억제 가능해 보였던 확산세의 상황은 돌변하기 시작했다. 지난 7월 7일(수)에 1,211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후 확산세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코로나-19 유행 이후 처음으로 지난 8월 11일(수) 우리나라 확진자가 2,000명을 넘었다. 이로 인해 발생률이 가장 낮은 나라 그룹에 속하는 한국도 신규 확진자 2천명 시대를 맞았으며, 현재 1,000명대 확진자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확산세가 수그러들었다기 보다는 4차 대유행이 장기화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시각이다.설상가상 델타 변이 전파에 백신 접종도 공급 부족 및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확산세가 아직 정점을 찍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시민들 피로도가 심해지고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집단면역은 이루기 어려워졌으며, 이에 코로나-19 방역 및 집단면역에 대해 어떤 생각과 입장을 가져야 할지 고민하고 논의해볼 시기다.
델타 변이의 재반격, 집단면역 불가능?
방역 당국은 오는 9월까지 전 국민의 70% 이상에 대한 1차 접종을 마치고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해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난다는 목표를 세워놓았다. 집단 면역은 특정 감염증에 대한 일정 집단의 저항력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는 감염이나 예방접종을 통해 집단의 상당 부분이 전염병에 대한 면역을 가진 상태를 의미하는데, 집단 내 다수가 면역을 갖추면 전염병의 전파가 느려지거나 멈추게 되는 원리이다. 보통 집단면역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구성원의 60~70%가 항체를 보유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집단면역은 코로나-19가 터지기 오래 전 부터 효과가 확인된 개념이라 많은 나라가 이를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 사이에선 델타 변이 탓에 전 국민의 70%가 백신을 접종해도 집단 면역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집단 면역을 달성하기 위해서 우리 국민 중 몇 퍼센트가 백신접종을 해서 면역력을 갖춰야 되느냐’에 대한 답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력에 비례해서 커진다’이다. 그리고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감염재생산지수가 매우 높다.
감염재생산지수는 한 명의 확진자가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을 때 몇 명의 새로운 확진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인데, 값이 클수록 방역의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진다. 작년 초 코로나-19의 감염재생산지수는 3 안팎이었다. 하지만 지금 델타 변이는 이 숫자가 5~9 사이로 추정된다. 만약에 6이라고 가정하면 이는 확진자 1명이 6명에게, 6명이 36명, 다시 216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현재 백신효과를 고려했을 때 백신을 맞아야 되는 인구비율을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전 국민이 백신을 다 맞아도 집단면역이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는 결과가 나온다.
또한 ‘델타 변이’로 재무장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기존의 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약 2.5배 높고, 계속되는 변이 바이러스 출현으로 인해 백신을 맞고도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돌파 감염’ 사례도 계속 발생하고 있어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를 감소시키고 있다. 이러한 코로나-19 델타 변이종 검출 비율이 우리나라에서 70%를 넘어섰다. 백신 접종을 2차까지 완료하고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걸리는 돌파 감염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전 국민이 백신을 접종한다 가정하더라도 항체가 과연 얼마나 지속될지, 델타를 넘어서는 새로운 변종 발생 국면에서도 기존 백신이 유효할지 그 누구도 예단하기 어렵다.
이렇게 델타 변이로 인한 집단면역 불가론에 대한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오히려 지금같은 상황이 역설적으로 방역 전략과 체계의 전환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처럼 ‘국민 불편과 자영업자 희생을 강요하는 감염원 추적 및 격리, 확진자 집계에 초점을 계속 맞출지’, 아님 ‘코로나-19와 함께 살기 즉 위드코로나 방안을 찾아야 할지’ 어떤 방향으로든 논의가 시급하다.
위드코로나
전환 시급 vs
시기상조
위드코로나는 영국과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에서 추진하고 있는 ‘코로나와 함께 살기’를 말하며,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 집단면역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코로나-19 감염방지가 아닌 사망방지로 국가 정책을 수정하는 방식이다. 방역 당국과 의학 전문가 사이에선 위드코로나 방역정책 전환이 시급하다는 입장과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 나뉘고 있다.
위드코로나로 방역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여기는 입장의 의견은 ▲거리두기 실효성 약화 ▲민생경제 피해의 심각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 등의 이유로 현재 확진자 수를 줄이는데 효과가 별로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 자체를 완화하고, 확진자 억제보다는 중증환자 관리에 집중하는 방역체계를 시행하자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지난 6월말 1차 접종완료율이 70%를 넘어가면서 위드코로나를 선언했다. 이달 초 2차 접종완료율 70%를 달성한 뒤 방역 강도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도 전국민 1차 접종률 70%를 달성하는 9월말~10월초쯤 위드 코로나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으로, 사실상 싱가포르의 행보가 본보기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영국의 경우는 2차 접종완료율 70%를 넘으면서 지난달 위드 코로나를 선언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 1% 아래였던 치명률이 현재 2%로 오른 상황으로 일일 확진자도 지난 5월 2,000명대에서 최근 3만 명을 넘어섰다. 갑작스러운 방역완화가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영국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와 모임 제한 등을 전면 완화했다가 일부 전문가들의 반대로 결국 다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기도 했다. 이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도 위드코로나를 적용하되, 방역완화는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앞선 의견과 달리 위드코로나 체제 도입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여기는 입장에선 거리두기를 완화하면 병상부족, 의료대응의 문제 등 방역망과 의료체계의 둑이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위중증 환자의 증가와 치료 시설의 부족에 대한 걱정이 큰 것이다. 또한 거리두기 효과는 여전히 존재하고 유행 양상 억제에 도움되며, 거리두기 완화 또는 폐지로 환자들이 대량 발생했을 때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으면 위드코로나 논의는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 입장 또한 영국의 예를 들었는데, 백신 접종률이 70% 이상 올라간 상태에서 영국은 거리두기를 중단하고 매일 2만 명씩의 확진자와 100명에서 200명 정도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영국이 이러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는 그간 영국은 매일 2,000명씩 사망하는 상황을 겪다가 현재 1/10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나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다른 우리나라가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위드코로나를 선택해서 갑자기 방역 및 거리두기를 완화한다든지 아니면 어떤 대안이 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검증작업 없이 위드코로나 정책을 도입했을 때를 상상해보자. 델타 변이 바이러스와 같이 아주 전파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유행하는 그런 상황이 되면 매일 수 만명의 환자가 나오고 수 백명의 사망자가 나왔을 때 이걸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거리두기 강화 혹은 위드코로나 전환 등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옳고 그른지는 판단할 수 없지만, 이분법적 선택이 아닌 이 두 가지 정책을 병행하는 방역 전략 패러다임 전환도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 구체적으로 거리 두기 출구전략과 위드코로나 세부 정책을 마련해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현실화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그간 방역당국은 위드코로나 방역 전략의 전환을 검토할 시점으로 전 국민 70%가 1차 예방접종을 마치는 ‘9월 말, 10월 초’를 제시했다. 그리고 지난 8월 26일(목)에는 “위드코로나로 전환하기 위해선 백신 접종률이 고령층은 90% 이상, 성인층은 80% 이상이 돼야 한다”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또한 “예방 접종률을 최대한 10월 말까지 끌어올리고 의료대응체계를 조금 더 체계화시키는 준비 작업을 지금부터 진행을 해야 위드코로나로의 전환이 가능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방역 정책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위드코로나로 전진할 것인지, 아니면 거리두기 유지 및 강화로 회귀할 것인지 그 어떤 경우도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우리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막연하게 앉아서 기다리면 안된다.
지금은 위드코로나를 전문가 및 방역 당국의 의논만이 중요한 것으로 여길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 역시 새로운 방역에 대한 고민과 논의를 통해 사회적·심리적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해 함께 코로나-19를 이겨내는 자세가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