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부 끝에 가려진 0.73%p,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
지난 3월 9일(수) 치열하게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이하 윤 당선인)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윤 당선인은 48.56%(1천 639만표)를, 유력주자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이하 이 후보)는 47.83%(1천 614만표)를 얻어 헌정사 최소 득표차인 0.73%p(24만 7천표) 차이로 윤 당선인이 제20대 대통령으로 결정됐다. 두 후보 간 격차는 무효표인 30만 7천여 표보다 적은 차이였다. 개표율이 무려 95%를 넘어설 때까지도 당선인을 확정 짓지 못하는 초접전 양상이 이어진 이례적인 선거였다.
접전의 이유는?
이번 대선은 유력한 제3후보가 없던 가운데 진보와 보수 일대일 대결 구도에서 지역·이념 갈등뿐만 아니라 세대·젠더 갈등까지 각 집단 간 갈등 양상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특히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30 세대는 성별을 기준으로 지지 후보가 갈렸는데, 선거 과정에서 부상한 ‘젠더 이슈’가 크게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윤 당선인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무고죄 처벌 강화 ▲병사 봉급 200만원 등 젊은 남성층을 겨냥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선보였으나, 해당 공약 및 “구조적 성 차별은 없다”와 같은 발언으로 여성 표심의 반발을 샀다. 윤 당선인의 측근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이대녀는 결집하지 않는다”와 같은 취지의 발언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지상파 출구조사 결과 윤 당선인은 20대 남성에서 58.7%를, 이 후보는 36.3%의 득표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대 여성은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 이 후보는 58%, 윤 당선인은 33.8%의 득표율을 보였다. 동일 세대, 다른 성별의 표심이 총결집된 후보가 상반되는 것은 ‘젠더 갈등’의 골이 깊어질 위험성을 암시한다.
한편 윤 당선인은 당선 이후 “성별로 갈라치기를 한 적이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젠더 이슈로 인해 깊어진 갈등이 새 정부의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것을 의식한 듯한 해명이었다.
지역별 득표율에도 예외는 없었다. 여느 때와 같이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영남,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호남의 구도는 깨지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대구 ▲경북 ▲부산 ▲경남에서 이 후보 득표를 압도했으며, 이 후보는 ▲광주 ▲전남 ▲전북 지역에서 압도적 우세를 나타냈다. 이번 대선 역시 지역 구도에는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의 5년,
무엇이 변화할까
윤 당선인이 내세운 공약 중 현 정부와 크게 달라질 몇 가지 공약들을 살펴보자. 우선 재개발 및 재건축을 쉽게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들며 주택 250만호 이상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확고한 주택공급 정책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고 국민의 주거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향후 5년 간 수도권 130만호 이상, 최대 150만호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다. 이번 정권 교체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가 실현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경제 정책 또한 민간 주도로 변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이 제시하는 경제 모델은 ‘민간 주도의 공정 혁신경제’로 함축되는데, 현 정부가 주력했던 소득 주도 성장에서 기업 주도 성장으로 성장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시장의 원리를 중시하며 기업 관련법도 경영에 유리한 방향으로 변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손실 보상에도 50조원 이상을 사용할 뿐만 아니라 피해 입증 이전 피해 금액의 절반을 우선적으로 보상하는 ‘선보상제도’를 시행하겠다 밝혔다. 다만 뾰족한 재원 대책이 없는 것이 실정이다. 불필요한 예산의 구조조정을 해결책으로 내놓았으나 이전 보수 정권에서 실패한 ‘증세 없는 복지론’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이 밖에도 논란의 중심에 섰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이행에도 강한 의지를 보였다. 지난 13일(일)에는 ‘여성가족부가 부처의 역사적 소명을 다 했다’라며 공약 추진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또한 여성할당제를 ‘자리 나눠먹기’라며 이번 정부에는 도입하지 않겠다는 입장 역시 밝혔다.
반드시 해결해야 할
‘통합’이라는 과제
▲공릉역 2번 출구 앞에 설치된 윤 당선인의 당선 현수막
5월 10일(화)부터 대통령 업무를 시작하게 되는 윤 당선인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단연 ‘통합’의 가치를 이뤄내는 것이다. 앞에서는 성별 간 갈라진 표심을 주된 원인으로 다뤘으나, 결국 0.73%p라는 적은 표차의 원인은 성별에만 국한돼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선의 결과를 ‘윤 당선인의 승리’가 아닌 ‘여권의 패배’로 보기도 한다. ‘장외 0선’의 초보 정치인인 윤 당선인에게 더불어민주당이 180석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극심한 여소야대 정국은 더욱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일 것이다. 비록 지휘봉은 대통령에게 있더라도 결국 의회를 거치지 않고선 국정의 마침표를 찍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그 과정에서 서로 간 극심한 네거티브 공방에 ▲성별 ▲세대 ▲진영 ▲지역 간 커다란 분열이 생겼다. 따라서 윤 당선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갈라선 이들을 화합의 장으로 이끄는 것이다.
앞으로 ‘윤석열 정부’가 어떤 방향성을 갖고 어떻게 이 커다란 균열을 메워 국민들 간의 통합을 이뤄낼지는 미지수이다. 이번 정부의 성패는 사회적 갈등의 해소 여부에 달려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자리잡은 분열의 후유증이 머지않아 완치되길 소망한다.
*이대녀 : 20대 여성을 줄여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