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컵을 돌려주면 돈을 준다고?
컵을 돌려주면
돈을 준다고?
오는 6월 10일(금)부터 전국 주요 커피 판매점 및 패스트푸드점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 예정이다. 대부분 한 번쯤 들어봤던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14년 만에 부활하기 때문이다.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는 커피전문점 등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 일회용 컵에 일정 금액의 자원 순환보증금을 부과하고, 소비자가 사용한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그대로 돌려주는 제도를 의미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전국 100곳 이상의 사업자를 가진 매장에서 플라스틱이나 종이로 된 일회용 컵에 담긴 음료를 구매할 때 300원의 보증금을 내야 하며, 사용한 일회용 컵을 제도 적용 대상 매장에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가 부활한 계기와 구제도와 신제도의 차이점,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가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점 등에 대해 알아보자.
다시 돌아온
일회용 컵 보증금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가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온 원인은 1회용 컵 미회수로 인한 환경오염과 자원 낭비다. 일회용 컵 회수율은 2009년도 37%에서 2018년도에는 5%로 낮아졌고, 재활용이 가능한 컵이 길거리 쓰레기로 방치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재활용 가능한 컵이 길거리에 나뒹굴게 되면서, 자원 낭비 또한 심해졌다. 따라서 일회용 컵 미회수로 발생하는 환경오염과 자원 낭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가 부활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 시행으로 일회용 컵 회수율이 높아지고, 재활용이 촉진되면, 기존에 일회용 컵을 재활용하지 않고 소각했을 때와 비교해서 온실가스를 66% 이상 줄일 수 있고 연간 445억원 이상의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과거에 실시됐던 구제도와 오는 6월부터 실시될 신제도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크게 ▲법적 근거 ▲관리방식 ▲회수·재활용 측면에서 차이점이 존재한다. 구제도는 자발적 협약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법적 근거가 미미했다. 하지만 신제도에선 자원재활용법을 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관리방식 또한 달라졌는데, 과거엔 판매자별 자체 관리를 실시했다면, 이번엔 온라인을 통한 통합 실시간 관리를 운영한다. 또한 과거엔 동일한 매장에서만 반환이 가능하도록 해 회수율이 낮았지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매 매장과 무관한 반환체계를 구축했다. 추가로, 표준 용기를 사용함으로써 수거·재활용을 활성화했다.
과거의 실패가
반복돼선 안 된다
환경부와 패스트푸드 7개 업체와 커피전문점 24개 업체는 2002년 10월 4일 자발적 협약을 맺고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를 시행한 바 있다. 일회용 컵에 개당 50~100원의 보증금을 물려 판매하고, 소비자가 컵을 구입한 매장에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식으로 시행됐다. 소비자 참여를 통해 일회용품 이용량을 줄이는 의도로 세계 최초로 시행됐지만, 성과는 사실상 없었다. 결국 2008년 3월 20일(목) 제도는 폐지됐다.
그렇다면 과거의 제도가 실패한 이유에 대해 분석해 실패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실패의 이유는 회수와 반납이 용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구매한 매장에서만 회수가 가능한 시스템이 가장 큰 문제였다. 50~100원은 매우 큰 돈이 아니기에, 만약 매장이 자택과 멀리 떨어져 있어 매장까지 시간이나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면 아무도 일회용 컵을 반납하러 가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실시하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는 구매 매장과 무관한 반환체계를 실시하기 때문에 과거보단 높은 회수율을 기대할 만하다. 추가로 매장 밖에 무인회수기를 둬 회수가 더 용이하도록 만드는 방법도 회수율을 높이는 중요한 방안이다. 무인회수기를 잘 사용하지 못하는 노약자들을 위해 도우미와 같은 인력을 배치하는 방안 또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성공적인 제도 실행을 위한 마지막 단추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제대로 실행되기 위해선 앞에서 언급했던 회수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인식과 참여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해도 사람들의 참여가 없다면 제도는 무용지물이다. 정부가 실시하는 제도가 가져올 수 있는 기대효과에 사람들이 공감해 동참할 필요가 있다.
여러 조사기관에서 실행한 설문자료를 보면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에 대해 들어본 사람은 많아도 어떻게 운영되는지 정확히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특히 카페 및 프랜차이즈 매장을 찾는 손님의 대부분인 20대의 인지도는 평균 이하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들이 수동적으로 제도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닌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이가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환경과 경제적인 측면에서 발전을 이루는 우리나라가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