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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에서 기후 재앙으로, 마지막 골든타임
김도현, 심재민 ㅣ 기사 승인 2022-08-12 11  |  661호 ㅣ 조회수 : 293

  기후 위기에서 기후 재앙으로, 마지막 골든타임



  올해 더위는 예년보다 비교적 빠르게 찾아온 것처럼 느껴진다. 언젠가부터 여름이라는 단어 앞에 ▲최고 ▲기록적 ▲역대급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붙었으며 우리 또한 익숙해졌다. 산업혁명 이후 급격하게 상승한 탄소 배출량이 지구온난화에 큰 영향을 줘, 올해 여름도 역대급 더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의 평균온도는 산업혁명 이후 1.2℃ 증가했으며 급격한 변화에 따라 ▲가뭄 ▲홍수 ▲폭염 ▲열대야 ▲태풍 ▲산불 등 자연재해의 빈도가 잦아졌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6월 2일(목) 유기농의 날과 6월 5일(일) 지구 환경의 날을 맞이해 병들어가는 지구에 대해 알아보자.



  핵전쟁 같은 지난 200년



  지구온난화에 대한 국제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기상기구와 유엔환경계획이 공동으로 설립한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2018년 인천 총회에서 지구 평균온도의 상승 상한선을 2℃에서 1.5℃로 하향 조치했다.



  1℃가 작은 숫자처럼 느껴져 체감이 안 될 수도 있지만, 사람의 체온이 1℃ 상승하면 보통 발열 증세라고 하며 몸의 이상이 생기기 시작한다. 지구의 경우 사람의 몸보다 질량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1℃ 올리려면 200년간 1초에 4개의 핵폭탄을 떨어뜨려야 할 정도의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며, 피해는 범지구적으로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급격한 내부 환경 변화 때문에 지구에서 가장 추운 곳으로 불리는 시베리아 최북단에는 이례적인 무더위가 찾아왔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폭우 ▲홍수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막대했으며 알프스의 일부 빙하는 분홍색으로 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여름 더위가 60일 정도 앞당겨졌으며 예년보다 보름 일찍 오존주의보도 발령됐다. 서울은 평년에 비해 2~ 3℃가량 기온이 높으며, 자외선 농도 또한 매우 심하다.



  기상청에서 제공한 날씨 예측 자료에 따르면 기온은 앞으로 1~2주는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80%, 3~4주 이후는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50%다. 국제환경기구에 따르면 현재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혁명 이후 1.2℃ 정도 상승했다. 환경 분야 전문가들은 지금보다 0.3℃ 이상 상승해 국제기구에서 지정한 1.5℃의 임계치를 돌파하게 된다면 지구의 자정능력이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지구의 평균온도가 높아져 더위가 더욱 심해지는 것이 직접 체감될 정도다. 그러나 우리는 지구온난화의 이야기가 50년 후 미래의 이야기,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지구가 우리에게 준 시간은 별로 남지 않았다. 



  지구 멸망까지 1분 전





▲최근 30년간 평균 기온 추이 / 수소환원제철과 기존 제철 방식



  국제기구에서 정한 1.5℃ 임계치로부터 0.3℃를 남겨두고 있는 마지막 단계다. 따라서 지구온난화는 우리나라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까.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로 6월 7일(화) 경기도 용인시 이동저수지가 가뭄과 농번기 농업용수 이용 증가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며칠 비가 내렸지만, 해갈에는 터무니없는 양이다.



  국민재난안전포털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은 최근 6개월간 누적 강수량이 151.3mm로 평년의 55.3%에 그치면서 기상 가뭄 상태다. 또한 전라북도 임실군 발표에 따르면 임실군의 최근 1개월 누적 강수량은 4.1㎜로 평년(87㎜)의 4.7% 수준에 불과했다. 최근 대기 불안정에 의한 국지성 소나기가 내려 일시적으로나마 한숨을 돌렸지만, 해갈에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속도로 지구온난화가 지속된다면 한반도에서 사과를 더 이상 키울 수 없고, 제주도의 특산물인 감귤을 강원도에서도 재배하는 시대가 도래하게 되며, 물고기뿐만 아니라 ▲산호초 ▲해초 ▲해조류 숲 같은 연안 생태계가 파괴돼 물고기, 굴 등 어패류의 서식지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온난화는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를 힘들게 한다. 열대야는 한밤 최저 기온이 25℃를 웃도는 현상이다. 극심한 더위로 지친 몸은 충분히 자야 회복하지만, 열대야로 인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만약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만성 피로 ▲주간 졸림증 ▲고혈압 ▲당뇨 ▲뇌졸중 ▲일에 대한 능률 저하 등 건강에 적신호가 생길 수 있다. 또한 동해안의 경우 지구 평균 기온 상승으로 인해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해 해안 침식이 심각해졌다. 이는 근처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관광지를 위협하고 있다.



  이달에는 우리나라에 올해 첫 대형 산불인 ‘밀양산불’이 일어났다.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가 가뭄과 산불이 일어날 확률을 높였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산불 발생 확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산불 발생 시 탄소 배출에 대한 자연 회복을 망가뜨려 악순환이 발생한다. ▲식량 ▲생활 ▲주거 ▲환경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여러 재앙이 진행 중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구의 적신호를 무시하고 있다.  



  다가오는 기후 재앙, 미흡한 인식



▲제8회 지방선거가 끝나고 남아있는 현수막



  우리나라에서도 지구의 적신호를 무시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중 한 예시가 바로 선거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가 끝날 때마다 ▲현수막 ▲공보물 ▲투표용지 등 선거 폐기물 문제가 대두되지만 명확한 대안은 제시되지 않는 상황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일 실시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이하 지방선거)에 사용된 종이량은 총 1만 2,853톤이다. 이를 환산하면 30년산 나무 21만여 그루에 해당하며, 이는 서울식물원의 1.4배에 달하는 양이다.



  특히 재활용이 어려운 코팅 종이로 제작된 선거 공보물은 큰 골칫거리다. 이번 지방선거의 선거 공보물은 약 5억 8,000만 부로, 이를 일직선으로 이으면 15만 6,460km, 즉 지구를 3바퀴 돌 수 있는 길이가 나온다. 시대가 변한 만큼 각 세대에 공보물을 발송하는 것이 구시대적이라는 비판도 잇따른다. 전자우편(e-mail)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실물로 보내는 등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현수막은 또 어떤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쓰인 현수막은 총 12만 8,000여 장, 무게로는 192톤에 달한다. 이는 선거 운동용 현수막만 포함된 것으로, 후보자나 정당선거 사무소 외벽에 걸리는 현수막이나 투표 독려 현수막 등은 제외한 수치다. 지난 여러 선거를 살펴보면 폐현수막 재활용률은 20~30% 수준에 그쳤다. 장바구니나 마대 등으로 재활용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상품성이 떨어져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처럼 국가적인 행사만 논의 대상은 아니다. 인기 가수 싸이는 오는 7월 9일(토)부터 8월 27일(토)까지 여름 콘서트 ‘흠뻑쇼’를 개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싸이는 지난 5월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흠뻑쇼 공연을 위해 회당 300톤의 식수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하는 것이기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최근 가뭄으로 발생한 피해가 심각한 만큼 수자원 낭비라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와 기업의 노력



  범지구적인 문제인 만큼 세계 각국에서 기후 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2020년까지는 교토의정서를 바탕으로 40여 개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했다. 그러나 높은 온실가스 배출량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인도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감축 대상 국가에 포함되지 않는 등 허점이 많아 2020년을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현재는 2015년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 총회에서 채택된 파리 협정을 190개 이상 국가에서 준수하고 있다. 파리 협정은 지구의 평균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협정으로, 최종적으로 모든 국가가 탄소 중립(Net zero)을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탄소 중립이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를 막기 위해 인간 활동에 의한 배출량은 최대한 감소시키고, 흡수량은 증대해 순 배출량이 0이 된 상태를 의미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 11위에 올라가 있는 상태로 국제적으로 감축을 요구받고 있다. 따라서 2020년 기획재정부가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협약 준수에 나서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2035년까지 휘발유, 경유차 등 내연기관차의 등록을 불허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건물 에너지 효율을 높이도록 제로에너지 건축물과 그린 리모델링 등을 적극적으로 계획하고 있다.



  기업에서도 탄소 중립을 키워드로 지속 가능한 발전에 앞장서는 추세다. 국내 철강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 포스코는 우리나라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바로 다음 날인 2020년 12월 11일에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뤄내겠다고 선언했다. 포스코는 기존의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해 철광석으로부터 순수한 철을 얻어내는 이른바 ‘수소환원제철’을 필두로 탄소중립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수소환원제철은 석탄을 사용하지 않아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고, 철광석과 석탄을 함께 녹이는 공정이 없어 제철소에 고로(용광로)도 불필요하다. 하지만 수소환원제철은 대규모의 전력을 필요로 하는데, 현재 포스코는 고로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를 통해 제철소 필요 전력의 60% 이상을 자체 조달하고 있다. 따라서 고로가 사라지면 대규모의 전력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고, 이에 따라 포스코는 신재생 에너지에 집중하게 됐다. 유럽은 이미 ▲신재생 에너지 ▲수력 ▲원자력 등 저탄소형 발전 비중이 높다. 친환경 에너지가 더 이상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지만, 이는 지금의 기후 재앙을 초래했다. 우리 윗세대의 숙제가 비약적인 발전과 개발이었다면, 지금 우리의 숙제는 지속 가능한 발전과 개발을 통해 후손에게 깨끗한 지구를 물려주는 것이다. 2050년까지 28년, 우리에게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 탄소 중립을 실현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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