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
국가가 보장하는 보험
국민연금은 노후 소득보장을 위해 국가에서 시행하는 사회보장제도다. 국민연금이란 소득이 있을 때 매월 꾸준히 보험료를 납부했다가 정년이나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나이가 됐을 때 연금을 지원받는 제도다. 국민연금은 우리나라에서 보험의 원리를 적용한 사회보험의 일종이다. 이러한 공적인 연금제도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 사회에 있어 더 이상 직장을 다닐 수 없는 노년층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있다. 또한 사회 전체적으로 소득 재분배 효과를 가져온다.
현재 전세계는 생활수준의 향상과 의학기술의 발달로 평균 수명은 증가하는 반면, 출산율은 감소하면서 노인인구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급격하게 노동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고령화로 인해 연금 수급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경제활동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연금 재정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현행 연금 제도의
문제점
국민연금은 적자구조다. 우리나라는 1988년에 국민연금제도를 실시했다. 현행 연금구조는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다. 자그마치 20년동안 보험료율이 유지되는 저부담 고급여 구조의 연금 제도인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놔두면 언젠간 기금이 소진될 것이다. 국민연금은 초반에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보험료율 3%, 소득대체율 70%로 시작했다. 하지만 보험료를 낮게 잡으면 공단을 제대로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험료율을 15% 인상하고자 했다. 하지만 보험료 인상을 반갑게 여기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현재 보험료는 9%에서 멈춰있다. 대신 소득대체율을 40%로 인하했다.
소득의 9%를 내고 40%를 받는 현행 연금제도는 가입 기간이 길수록 늘어나고, 소득에 따라 소득대체율이 달라진다. 이는 소득간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저소득층의 경우 사망확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연금수급기간이 짧아 생애 총 급여액이 작다. 하지만 반대로 고소득층의 경우 연금 수급 기간이 길어 생애 총 급여액이 더 크기 때문이다.
보험료율은 보험 가입 금액에 대한 보험료의 비율이다. 보험료율은 보통 보험사가 보험상품 출시를 목적으로 금융감독원에서 상품 인가 여부를 심사받는 과정에서 이용되는데, 국민연금에서 보험료율은 월 소득의 몇%를 국민연금에 내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보험료율이 높아지면 기금의 소진 시기를 늦출 수 있지만, 국민들의 납부 부담이 높아진다. 소득대체율은 월 소득의 몇%를 국민연금에서 받을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소득대체율이 낮아지면 기금 소진 시기를 늦출 수 있지만, 수령하는 연금액이 낮아진다는 특징이 있다. 보험료율은 내는 금액이고 소득대체율은 받는 금액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부과방식이 대안으로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기금은 이미 고갈돼 공무원연금법과 군인 연금법에 따라 각각 2001년, 1973년부터 국가가 세금으로 보전해주고 있다. 이러한 추세면 국민연금 또한 국가 예산으로 부족분을 채우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태를 늦추기 위해 논의되는 것이 부과 방식이다. 연금 재정 구조는 크게 적립 방식과 부과 방식으로 구분된다. 적립 방식은 퇴직연금처럼 가입자가 나중에 받을 연금액을 미리 보험료로 적립해두는 재정 구조다. 거둔만큼 쌓아두는 방식이기에 기금운용 면에서 안정적이다. 이에 반해 부과방식은 그해 필요한 지출을 그해 가입자에게 부과하는 재정구조다. 필요할 때마다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굳이 적립금을 보유할 필요가 없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연금은 부과방식으로 운영된다. 독일의 연금 공단이 보유한 기금은 한달치 지출분이다. 이러한 기금은 현금 유동성을 조정하는 역할에 그치며 수급자에게 지급하는 연금 재정은 매달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로만 충당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급여 대비 절반만 보험료로 내고 나머지 절반은 미래 세대에게 의지하는 구조다. 현재는 연금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흑자 구조를 띠지만 적자 구조의 말로가 보이는 현행의 연금 제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연금의 운명,
논의의 화두로
국민연금을 퇴직 후 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최근 주요 관심사로 부상했다. 900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연금 곳간이 30여년 안에 텅 빌 수 있단 전망이 나오면서부터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8월 제4차 재정 추계에서 기금 고갈 시점을 오는 2057년으로 추계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보다 빠른 2055년으로 점찍었다. 올해 만 30세, 32세부턴 연금을 수령 받는 65세가 될 때 기금이 바닥을 드러낸단 뜻이다. 고령사회로 인해 국민의 노후대비인 국민연금제도가 흔들린다. 국민연금의 책임과 역할이 점점 더 약해지고 있다. 이제는 국가가 국민의 노후대비에 더 이상 도움을 줄 수 없는 것이다.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지만 쉽사리 논의하기 힘든 연금제도의 맹점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