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만든 작품, 저작권은 어떻게?
▲기자가 구글의 딥드림(Deep Dream)을 이용해 그린 그림으로, 실제 강아지를 재현했다.
마치 숙명처럼 AI 시대가 도래했다. 그간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창작’의 영역 조차 인공지능이 해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인공지능 시인 ▲인공지능 소설가 ▲인공지능 화가 ▲인공지능 작곡가 ▲인공지능 기자까지. 이제 인공지능은 인간이 소위 ‘예술’로 분류한 행위의 주체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창작물의 저작권은 어떻게 다뤄야 할까?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AI
인공지능은 쉽게 말해 인간의 지적 능력을 인공적 방법을 통해 형성하고 이를 통해 인간의 지능적 행위를 모방하는 기술을 말한다. 인공지능은 근래 들어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 구글의 ‘딥드림(Deep Dream)’이 있다. 딥드림은 인간의 신경망을 모방해 만든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딥드림이 만든 작품은 지난 2016년 경매에서 약 1억 1천만원에 판매된 전례가 있다. 딥드림 외에도 최근 미국 콜로라도주박람회 미술전에서 AI 프로그램 ‘미드저니’를 이용해 그린 그림이 수상을 하는 등 다양한 사례가 존재한다.
지난 달에는 카카오브레인 AI모델인 ‘시아’가 『시를 쓰는 이유』라는 제목의 시집을 출판하기도 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서 개최된 문학상 공모에서는 인공지능이 작성한 소설이 1차 심사를 통과하는 일도 있었다. 이밖에도 ▲넥스트 렘브란트 ▲딥포저 ▲오비어스 ▲플로 머신스 등 예술분야와 관련된 다양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하지만 다양한 사례가 존재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인공지능 창작물의 ‘저작권’을 인정하는 것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도마 위에 오른
저작권법
현행 저작권법 제2조에서 저작물에 대한 정의는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 명시돼있다. 이 조항을 토대로 본다면 인공지능의 창작물은 저작물로 인정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 예술 분야 활동이 활발해진만큼 인공지능 창작물의 저작권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작권 인정을 두고 양측 입장이 팽팽한 상황이다.
인공지능 창작물의 저작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측은 AI의 주체적 창작 활동을 받아들인다. 시대가 변한만큼 예술을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AI는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고 분석하며 이를 토대로 창작물을 생성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인공지능의 창작물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고 예술 분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며 활발하게 소비되고 있다. 그렇기에 저작권 인정 역시 당연하다는 것이 찬성측의 입장이다.
음악 작곡 인공지능인 AIVA의 경우, 프랑스 작곡가협회(SACEM)에 회원으로 등록되어 창작물의 저작권을 일부 인정받고 있다. 물론 저작권의 주체가 인공지능 개발사라는 점에서 여전히 부분적인 인정이긴 하다.
반대측은 사람의 의도나 창의성 없이 자동 생성된 인공지능 창작물에는 저작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지난 2월, 미국 저작권청이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에 저작권을 부여해달라는 요청을 거절한 사례가 있었다. 거부 사유는 ‘사람 저자’가 없다는 것이었다. ‘사람의 마음과 창의적인 표현의 연결’이 저작권의 중요한 요소로 본 것이다.
인공지능 창작물의 저작권이 인정될 경우 예술의 미학적 판단의 차원, 그리고 문화예술의 창조 프로세스가 근본적으로 위협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인공지능이 ▲영상 ▲이미지 ▲텍스트 등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상황으로 가는데 이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한다는 것은 특정 기업(워너브라더스 등)이 자동화 창작 자체에 대해 독과점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음악의 경우, 현존하는 모든 종류의 작곡 패턴이 인공지능 소유 기업에 독점돼 저작권 인정이 되는 경우 창작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나올지 모른다. 이미지와 텍스트도 마찬가지다. 이는 문화산업 및 예술창조 분야에서 대량의 실업과 불안정 노동의 양산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인도와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 인공지능이 공동저작자로 인정받은 사례가 있지만 사실상 아직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 국가들은 인공지능에 저작권을 부여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피할 수 없는 미래,
시급한 논의
인간의 창작활동과 AI의 창작활동은 다양한 차이를 지닌다. 따라서 AI의 창작물에 꼭 인간의 창작물과 동일한 지위를 부여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견해의 차이가 있다. 다만 진정으로 인공지능 저작권이 인정받으려면, ▲인공지능 개발자가 아닌 인공지능 자체가 인격권을 인정받아 계좌도 만들고 ▲법인도 차리며 ▲세금도 내야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전제될 경우 이와 관련된 논의는 훨씬 간결해진다. 예술을 인간의 고유한 영역으로 보는 이유는 인간이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훗날 AI가 스스로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자발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인간의 뇌와 동일한 수준의 매커니즘을 가지게 된다면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작품 역시 저작물로 인정될지 모르는 일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기존 인간이 담당했던 생산의 역할은 계속해서 기계에 위임될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인공지능을 단지 인간의 창작을 돕는 도구로 볼 것인지, 그 자체로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주체로 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 기사를 읽는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
*신현우 디지털 문화연구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