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남자는 놀라거나 무서워한다』
문예창작학과 박영준 교수 (필명:박금산)
소설은 한 남성 교수가 ‘위안부’ 문제를 다룬 『제국의 ○○○』에 관한 페이스북 글에 ‘좋아요’를 누르면서 시작된다. 이후 교수는 여성 제자인 혜린에게 문제의 책과 저자에 대한 자신의 분노를 토로한다.
그러나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교수는 혜린이 자신에 의해 성적 불쾌감을 느낀 사실을 알게 된다. 또 교수는 한 익명의 학생으로부터 수업에서 ‘위안부 희생자’라는 단어를 사용한 자신에 대한 비난의 편지를 받는다.
책의 제목처럼 소설 속 교수는 자신을 향한 비판에 관해 처음에는 놀라고, 또 겁을 먹는다. 그러나 자기변호를 위해 시작했던 읽어보고 물어보고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잘못을 깨달아간다.
작가의 한 마디
이 책은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쓴 소설입니다. 모르는 게 너무 많았기 때문에 완성한 후에는 배워가는 소설이고 배움을 통해 변하는 소설이 됐습니다. 저는 페미니즘과 위안부 문제 둘 다에 관해 너무 몰랐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소설로 쓰고 보니 공부하는 과정 자체, 변화를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저에게는 중요한 기록이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소설을 쓰면서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존중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면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면서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먼저 물어보기’가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알게 됐습니다.
이 책은 강의실과 캠퍼스에서 발화의 우선권을 가지고 계신 교수님들이 자신을 이입해서 읽으면 좋겠습니다. ‘중년 남성’들은 이 책을 읽어 놓고 안 읽은 척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몸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으리라 생각합니다. 또 이 책은 ‘청년 교수님’들께서 우선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이 책에 대한 느낌은 젠더 의식에 대한 자신의 현재를 가리키는 지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혜린’의 태도에 관해서 말입니다.
책을 출판한 이후에도 계속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부칠 때 ‘공부하는 중이라 길을 잘못 들 때가 있습니다. 더 잘 배우겠습니다.’라는 다짐을 속표지에 적어서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을 통해 잘못 든 길에 대한 지적과 행복한 삶에 대한 대화가 많이 오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