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에 대해 묻다
-정진우 안전공학과 교수 (안전 법규 및 안전 관리 전공)
Q. 지난 5월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전동 킥보드나 전기 자전거 등 개인형 이동 장치를 탈 때 반드시 안전모를 써야 하는데, 개정법 시행 100일이 지났지만 이용자들은 여전히 안전모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등 시민들의 안전 불감증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듯 안전은 우리의 생활과 직결돼있지만 정작 안전에 대해 제대로 생각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습니다.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안전 불감증이 무엇인지, 안전 불감증을 해소하려면 어떠한 방안이 있을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A. ‘안전 불감증’이라는 말은 의미상 맞지 않는 표현이고 ‘위험 불감증’이라는 말이 타당합니다. ‘위험 불감증’의 반대말이 ‘위험 감수성’이므로, 결국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위험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위험 감수성’이란 무엇이 위험한지, 어떻게 행동하면 위험한 상태가 되는지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리스크의 크고 작음을 민감하게 감지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요컨대 위험한 것을 위험하다고 감지하는 능력을 ‘위험 감수성’이라고 하는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험 ▲지식 ▲기능만으로는 부족하고 이에 추가해 태도와 의욕도 필요한데, 위험 감수성은 이 태도와 의욕에 따라 다릅니다.
무엇을 위험하다고 감지할 것인지는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즉, 사람에 따라서는 그것이 민감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위험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은 결과적으로 재해를 입기 쉬우므로, 재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종업원들의 위험 감수성을 높여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안전교육 ▲체험훈련 ▲모의훈련 ▲안전 활동 등을 실시하는 것도 결국 사람들의 위험 감수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험 감수성에 의해 위험은 격감됩니다. 위험을 감지하면 위험의 저감·회피의 수단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안전확보의 첫걸음은 위험을 감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험을 감지할 수 없으면 위험을 저감하는 방법도 있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안전의 반대는 위험 불감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험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우리들의 상식은 세상의 비상식일 수도 있다는 겸허한 마음을 항상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험 감수성의 향상을 생각하는 경우, 인간의 행동은 단순히 ‘위험 감수성’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위험 감행성’의 영향에 대해서도 이해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위험 감수성이 ‘어느 정도 위험에 민감한가’를 나타내는 것이라면, 위험 감행성은 ‘어느 정도의 위험까지 받아들이는가’를 나타냅니다. 위험 감행성이 높은 사람은 위험하다고 느껴도 굳이 그 위험을 받아들여 행동하는 경향이 강하고, 반대로 위험 감행성이 낮은 사람은 위험하다고 느낀 위험을 피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 위험 감수성과 위험 감행성의 조합에 따라 인간의 행동은 다음에 제시하는 네 가지의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① 안전확보행동: 위험 감수성이 높고, 위험 감행성이 낮은 유형
•위험을 민감하게 느끼고, 그 위험을 가능한 한 회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② 한정적 안전확보행동: 위험 감수성, 위험 감행성 모두 낮은 유형
•위험에 둔감하지만 기본적으로 위험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안전이 확보될 확률이 높고 초심자에게 많다. 통상적으로는 위험을 피할 수 있지만, 상황의 위험에 대응해 회피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특수한 위험이나 복잡한 상황 등에는 대응할 수 없다.
③ 의도적 위험감행행동: 위험 감수성, 위험 감행성 모두 높은 유형
위험을 민감하게 감지하고 있어도 굳이 그 위험을 피하려고 하지 않고 위험사태에 헤치고 들어간다.
④ 무의도적 위험감행행동: 위험 감수성이 낮고, 위험 감행성이 높은 유형
•위험에 대해 둔감하고 위험을 피하려고 하지 않는다.
말할 필요도 없이 ①의 유형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개인은 각자 ①의 유형이 되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회는 개인들이 ①의 유형의 행동을 취하도록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