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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물질에 대해 묻다
박수겸 ㅣ 기사 승인 2021-11-16 12  |  652호 ㅣ 조회수 : 905

▲ 영화 <해리포터> 속 투명망토                                                                                                                                            출처 : 위너 브라더스



메타물질에 대해 묻다



-윤관호 교수-



해리 포터 <투명 망토>가 현실화 될 수 있을까요?



  해리 포터를 비롯해 SF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투명 망토는 현재 실험실 수준에서는 어느 정도 구현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에 나오는 것과 같은 완전한 형태의 투명 망토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많다. 본 글에서는 투명 망토의 원리와 상용화를 위해 남아있는 과제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투명 망토란 일반적으로 임의의 물체에 덮었을 때 해당 물체를 투명하게 만들어주는 소자를 말한다. 물체가 투명해지면 우리 눈에는 물체가 보이지 않고 물체 뒤편의 다른 물체나 풍경이 보이게 될 것이다. 눈에 보인다는 것은 물체에서 방출되거나 반사되는 빛이 우리 눈에 들어온다는 의미이다. 빛은 굴절률이 다른 매질의 경계면에서 반사되거나 굴절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어떤 물체 뒤에서 오는 빛은 물체의 뒷면에 반사돼 우리 눈에 들어오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는 불투명한 물체에 가려진 풍경을 볼 수 없다. 물체를 투명하게 만들고 싶다면 물체 뒤편에서 들어오는 빛을 반사하지 않고 적당히 휘어지게 만든 후 물체의 앞면에서 그대로 다시 방출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우리의 눈에는 물체가 아닌 뒤편의 풍경이 보이게 돼 물체는 투명해질 것이다. 이와 같은 원리로 투명 망토를 구현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빛이 휘어지는 방향을 자유롭게 조절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매질의 경계면에서 빛은 스넬의 법칙에 따라 진행 방향이 정해지고 두 매질의 굴절률 차이가 클수록 더 크게 휘어진다. 따라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빛을 보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굴절률을 가진 물질이 필요하다. 그러나 자연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물질은 거의 비슷한 수준의 굴절률을 가지기 때문에 빛의 진행 방향을 조절하는 데에 한계가 있어 투명 망토를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왔다.



  지금으로부터 약 60년 전, 소련의 과학자 Victor Veselago는 음의 굴절률을 가지는 가상의 물질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2000년대 초반 영국의 물리학자 John Pendry와 미국의 물리학자 David Smith에 의해 실제로 구현됨으로써 굴절률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이 대두됐다. 이러한 물질은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인공 물질로써 메타물질이라 불리며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가 이뤄지게 됐다. 그 결과 메타물질을 통해 빛의 진행 방향을 임의로 제어할 수 있음이 이론적으로 제시됐고 불과 6년 전, UC Berkeley의 Xiang Zhang 교수 연구팀은 실험적으로 메타물질 기반의 투명 망토를 구현하는 데에 성공했다 (Xingjie Ni, Zi Jing Wong, Michael Mrejen, Yuan Wang and Xiang Zhang. “An ultrathin invisibility skin cloak for visible light.” Science 349, 1310 1314 (2015).)



  메타물질을 통해 투명 망토를 구현하는 기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로써 상용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많다. 대표적으로 나노 공정 기술의 한계를 들 수 있다. 메타물질은 100나노미터 이하의 정교한 구조물로 이뤄져 있는데 현재 이와 같은 나노 구조체를 대량으로 가공할 수 있는 기술이 없다. 현재까지 구현된 투명 망토의 크기는 1nm² 이하로써 현미경 없이는 관찰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나노 가공 (Nano-manufacturing) 기술을 연구하는 기계공학도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좁은 대역의 작동 주파수, 방향에 따라 특성이 달라지는 비등방성, 높은 광 흡수에 따른 낮은 효율 등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매우 도전적이며 학문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와 높은 창의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언제쯤 투명 망토가 현실화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확답을 내릴 수 없다. 다만 지금 이 시각에도 전 세계의 수많은 공학도가 문제와 씨름하며 조금씩 해답을 찾아 나가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투명 망토를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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