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에 대해 묻다
정흥준(경영학전공 교수)
Q. 비대면 경제 전환이 빨라지며 ‘플랫폼 노동’이라는 용어가 자주 쓰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플랫폼 노동자의 수도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법적 보호 및 규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관해 플랫폼 노동은 무엇인지,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법과 사회안전망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A. 플랫폼 노동은 ‘앱(App)’등 온라인 일자리 플랫폼을 통해 일을 구하고 플랫폼 회사로부터 일에 대한 보수를 지급받는 노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플랫폼 노동은 크게 컴퓨터 웹을 기반으로 비대면으로 일하는 크라우드(Crowd) 노동과 지역을 기반으로 대면서비스를 제공하는 긱(Gig) 노동으로 구분된다. 크라우드 노동은 데이터 입력 작업과 같이 누구나 금방 배워서 할 수 있는 저숙련 작업에서부터 IT프로그래머와 같은 고숙련 일자리도 존재한다. 잘 알려진 음식배달 종사자와 카카오 모빌리티 등을 이용하는 대리운전 종사자는 긱 노동으로 분류된다.
플랫폼 노동이 등장한 배경은 기술진보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오늘날 사람들이 누구나 휴대폰을 소유하게 되면서 어플을 통해 일자리를 구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와 동시에 앱을 통해 구직자를 모집하는 기업이나 개인 또한 많아진 것이 플랫폼 일자리가 폭증한 배경이다. 과거 같으면 일자리를 찾아 인력중개업소 등을 가야 했지만, 이제 앱을 통해 일자리를 쉽게 구한다. 한편 기업들은 플랫폼을 이용해 한 사람의 숙련된 노동자가 한 달 동안 해야 할 일을 잘게 쪼개 수십 명에게 분배한다. 따라서 시간을 절약해 일을 완성하는 방식으로 비용도 줄이고 생산성도 높일 수 있게 됐다. 그야말로 일자리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플랫폼 노동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아쉽게도 좋은 일자리여서가 아니다. 플랫폼 노동에 대한 사회적 주목은 플랫폼 노동이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권리를 박탈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사람들은 고용계약이 아닌 건당 업무계약을 하고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노동자가 아니라 1인 자영업자다. 다만 수수료에서부터 일하는 모든 과정은 플랫폼 기업이 일방적으로 결정한다. 따라서 플랫폼 종사자는 플랫폼 기업이 제시하는 조건에 동의하면 일을 할 수 있지만, 동의하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다. 또한 플랫폼 종사자는 노동자가 아니기에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노조법 등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플랫폼 종사자들은 자영업자라고 하지만 권리는 없고 앱에 탑재돼 있는 알고리즘을 따라 플랫폼 기업이 정해 놓은 일을 종속적으로 해야 한다. 근로계약이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룰(Rule)을 따라야 해서 임금노동자와 비슷하지만 이에 상응하는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즉, 플랫폼 노동이 늘어날수록 노동권 보호의 사각지대가 커지는 것이다.
플랫폼 일자리가 약점을 가졌다고 해서 플랫폼 일자리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이에 대해 손을 놓게 되면 플랫폼 기업이 성장할수록 플랫폼 종사자들은 더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일자리와 소득 양극화 문제가 심해질 것이다. 따라서 최근 ▲플랫폼 종사자 ▲프리랜서 ▲특수고용 노동자를 위한 ‘일하는 사람 권리보장 기본법’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일하는 사람 권리보장 기본법은 근로계약 여부와 무관하게 ▲차별받지 않을 권리 ▲안전하게 일할 권리 ▲투명하게 계약을 체결할 권리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권리 등 임금노동자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100년 동안 사람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거의 모든 일이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대체가 가능하고 모든 일자리를 고용계약이 아닌 건별 계약으로 수행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던 이유는 싸고 유연한 노동력이 넘쳐나는 사회는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늘어나는 플랫폼 일자리에 대한 튼튼한 사회안전망이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