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에 참여했다” vs “입증할 자료가 부족하다”
김 씨가 졸업한 지 3년이 지난 2017년, 외부로부터 김 씨의 논문이 표절이라는 제보가 들어왔다. 우리대학 연구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는 예비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김 씨의 졸업논문에는 2012년 발행된 보고서 『폐전자제품 배출실태 조사 및 효율적 회수 방안』의 일부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해당 보고서는 당시 김 씨의 지도교수였던 환경공학과 B 교수와 환경공학과 학생 등이 폐전자제품 배출실태 조사 및 회수 방안에 대해 작성한 것이다. 보고서의 폐전자제품 조사가 표절 시비의 중요한 쟁점이다. 이 보고서에 김 씨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 씨는 이에 대해 일부는 본인이 조사를 시행했고 일부는 배 교수 허락 하에 논문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의정부, 양주, 노원, 남양주 등의 고물상에서 대형폐기물 유통경로를 조사했다”며 “당시의 발주기관이 사라졌고 저작권이 B 교수에게 갔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B 교수는 ▲김 씨가 연구진에 포함돼 있지는 않지만 연구를 공동으로 추진함 ▲공동으로 수행한 결과에 대해 보고서의 내용을 논문에 이용하도록 허용함 ▲저작권은 발주기관이 제기하는 것 ▲표절은 외부에 공개된 내용에 대해 제기하는 것이나 해당 보고서는 공개된 적이 없음 등의 내용이 담긴 소명서를 윤리위 측에 제출했다.
윤리위는 제1차 연구윤리위원회 회의를 개최해 김 씨에게 보고서 작성 당시 용역에 참여했다는 증거자료를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김 씨가 본인이 용역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당시 연구에 참여했던 학생 중 2명의 확인서를 받아 제출했다. 하지만 윤리위는 이것만으로는 용역에 참여했다고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모든 연구원이 보고서를 학위논문에 활용하는 것에 대해 동의했다고 볼 수 없다며 판정을 보류했다.
이후 윤리위는 여러 차례 자료를 검토하고 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구했다. 윤리위는 제4차 윤리위 회의에서 해당 논문을 표절 또는 자기표절로 최종 승인했다. 결국 김 씨는 지난 7월 학교 측으로부터 석사학위 취소 통지서를 받았다.
쟁점1. 학교에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김 씨는 학교 측에서 논문 표절에 관한 정보 공개를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우리대학 ‘제394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연구윤리 규정 제5장 연구 부정행위의 검증 제26조 ③’에 따르면 조사의원회의 결과보고서의 조사내용 및 결과를 윤리위의 승인을 받아 조사결과를 확장하고, 이를 제보자 및 피조사자 등에 문서로 통지해야 한다. 하지만 김 씨는 단순한 판정결과에 대해서만 통지받았으며 조사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정보공개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학교 조사위원회에서 표절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합당한 조사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김 씨의 주장에 대해 산학협력단 이동훈 단장은 “표절의 근거가 되는 보고서는 김 씨의 지도교수인 B 교수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고 김 씨가 찾아왔을 때 보여줬다”고 답했다. 이어 이 단장은 “조사 중 김 씨에게 통보돼야 할 내용이라면 모두 전달했으며 B 교수와 함께 위원회에 참석해 진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며 김 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쟁점2. 갑자기 4년 전의 논문이 표절
심사 대상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 표절 시비는 2017년 한 제보로 시작됐다. 제보가 아니었다면 김 씨는 여전히 우리대학 석사 졸업으로 남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2014년 당시에는 왜 표절임을 알 수 없던 것일까?
이에 이 단장은 당시에는 논문 표절 절차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요즘에는 논문과 함께 연구윤리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서약서도 함께 제출하게 돼 있다. 또한, 2014년에는 논문 심사 전 개인이 문서의 유사도를 검사할 수 있는 카피킬러(Copy killer)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교육부 지침, 우리대학 지침 정도로 윤리위를 운영하는 정도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씨는 4년이라는 시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첫째, 당시에는 논문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해 학위를 수여한 후 4년이 지난 2018년을 기준으로 표절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 학위논문 표절의 시효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B 교수는 ‘저작권, 표절에는 시효가 있으며 석·박사 학위 논문은 대학에 따라 시효를 달리하고 있고 서울의 한 대학은 석사 논문은 3년, 박사 논문은 5년으로 시효가 정해져 있지만 우리대학은 시효가 명시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윤리위에서 결정을 내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학교에 제출했다. 하지만 2011년 교육부가 검증시효를 폐지하는 훈령을 반포해 이후 대부분 대학들의 학칙에서 검증시효 규정이 사라졌다. 그에 따라 우리대학은 2013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규정을 개정하며 검증시효 기한을 삭제했다. 부산대는 2012년 검증시효에 대한 규정을 폐지했으며, 충남대는 박사학위 논문은 시효에 제한을 두지 않고 석사학위 논문은 2007년 이후의 것만 심사하도록 규정 돼 있다. 따라서 2014년 발간된 김 씨의 논문을 2018년에 심사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김 씨는 판정(석사 학위 취소) 이후에도 여전히 자신은 표절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보고서를 쓰기 위해 당시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직접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이를 증명해주는 학생들의 확인서를 학교에 제출했다. 그는 “하지 않은 것을 했다고 하니 갑갑하다”고 심정을 전하며 “이 일 때문에 변호사를 선임해 시간·비용의 손해가 크다”고 덧붙였다.
학교 측도 강경한 입장이다. 여러 차례 심사를 거쳐 내린 결론이기 때문이다. 이 단장은 “학교 구성원의 일이기 때문에 판정에 부족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신중하게 다뤘다”고 전했다.
주윤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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