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노원13번마을버스. 출처 : 시사IN 조남진
서울시 마을버스 재정난, 멈출 위기에 처한 서민들의 발
코로나-19 직격탄,
벼랑 끝에 몰린 마을버스
지난 3월 29일(월) 정오,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 앞에서 서울시 마을버스 운송조합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삭발식을 했다. 2001년 조합 설립 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나선 단체 행동이다. 앞서 2월 18일(목)부터 5월 14일(금)까지 서울시 마을버스 운송조합원들은 ▲시청 ▲시의회 ▲청와대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통해 지속해서 마을버스 운영체계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마을버스 중 가장 큰 이용객 감소율을 보인 노선은 우리대학의 ‘비공식 셔틀버스’ 역할을 하던 노원 13번이다. 2019년에 비해 승객이 57.7%(48만 1,246명)나 줄었으며, 마을버스 전체적으로는 승객이 27%(1억 1,500만명)가량 줄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세가 두드러진 3월과 12월 대유행 때 40% 전후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은 같은 기간 635억원(26.5%) 감소했다.
이에 서울시 마을버스 운송조합은 처음엔 코로나-19의 장기화를 예상하지 못하고 대부분 은행에서 대출하고 적자를 메꿔 운영을 이어갔다. 그러나 2차 대유행을 지나면서 제1금융권 은행들이 경영 상태의 어려움을 판단해 대출을 막으며, 제2금융권과 사채까지 끌어와 운영을 겨우 이어가는 실태였다. 그런데도 운전기사의 월급은 밀리고 텅 빈 차를 운행하는 일은 계속돼 결국 마을버스를 감차 운행 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서울시 vs 마을버스,
지속되는 불협화음
서울시 마을버스 운송조합은 “6년 동안 동결된 요금을 인상하거나 서울시의 재정지원 확대가 이행되지 않으면, 6월 1일부터 운행을 중단하고 통합환승할인체계에서 빠지겠다”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 마을버스 요금은 교통카드 기준 어린이가 300원, 청소년은 480원으로 14년째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일반인 요금은 교통카드 900원, 현금 1,000원으로 6년째 동결 상태다.
하지만 이에 서울시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 계획은 없다”라며 선을 그었고, 대신 적자 업체 재정지원 예산 총액을 월 30억원에서 40억원으로 늘려 마을버스 업계 달래기에 나섰다. 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므로 합의점을 찾는 데 진통이 예상된다.
우선 마을버스 측에서 탈퇴를 주장한 ‘수도권 대중교통 통합환승할인 제도’는 마을버스에 불리한 구조다. 승객이 마을버스만 타면 요금 900원은 모두 마을버스 업체에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시내버스·지하철 등으로 환승할 때, 요금은 각 운영사가 나눠 갖게 된다. 주로 단거리를 운영하는 마을버스 입장에서 거리에 비례하는 수익분배구조는 환승 손님을 태울수록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타 운송 수단은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과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시내버스로 손해가 덜 할 수 있는데 ‘민영’인 마을버스는 아니다.
완전공영제 전환과
교통수단 소유 일원화
모색 필요
마을버스는 지하철이나 시내버스가 닿지 않는 동네 골목을 누비기에 서민 교통의 ‘실핏줄’ 같은 존재이다. 동시에 대중교통 체계의 일부라는 점에서 공공재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는 마을버스의 완전공영제 전환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미 ▲전남 신안군 ▲제주시 ▲세종시에서는 완전공영제를 채택한 선례가 있다. 공영제에서는 ▲임원·관리직 인건비 ▲사무실 비용 ▲차고지 비용 등이 들어가지 않으며, 버스회사의 몫이던 세금도 고스란히 대중의 교통 편익으로 돌려준다. 나아가 수요에 따라 버스 배치를 조절하는 탄력적 운영도 가능하다. 이처럼 공공의 관여를 통해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통합환승할인 제도에 대해서는 각 교통수단의 소유를 일원화하는 운영체제의 개편이 필요할 것이다. 각기 다른 운영방식을 가진 대중교통에 수익금을 배분하는 현재 통합환승 시스템에서는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와의 협의가 진행되면서 서울시 마을버스 운송조합은 마을버스 운행 중단은 일시적으로 보류하기로 했다. 요금 인상이나 업체에 대한 재정지원만으로는 ‘이익의 사유화’와 ‘손실의 사회화’의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 흔히 마을버스를 보고 ‘서민의 발’이라고 일컫듯, 마을버스 운행이 지연되면 불편해지는 사람은 결국 이용하는 시민들이다. 서민의 발이 멈추지 않을 방법을 빨리 모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