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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미처 주목하지 못했던, 2020 도쿄올림픽의 이야기
권민주, 김계완 ㅣ 기사 승인 2021-09-13 14  |  649호 ㅣ 조회수 : 21



▲우상혁이도쿄올림픽스타디움에서열린결선에서마지막시도실패후경례하고있다.                                                                      출처:연합뉴스



우리가 미처 주목하지 못했던, 2020 도쿄올림픽의 이야기



  지난 648호에서 2020 도쿄올림픽 때 있었던 논란들과 국민들이 열광한 종목을 소개했다. 이전 호에 이어, 이번 649호에서는 예상 밖의 결과로 인해 화제가 된 종목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짝발이란 장애물을

뛰어넘다, 우상혁



  우리나라 남자 높이뛰기 국가대표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은 이번 2020 도쿄올림픽 무대에서 남자 높이뛰기 부문에 희망을 쏘아 올렸다. 우상혁은 11살이던 시절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자양초등학교 육상부에 찾아와 당돌하게 “육상하겠다”라며 운동을 시작했는데, 그 결과 15년 만에 결승 진출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건표 전 장학사는 “인기가 많지 않던 육상을 하겠다고 교육청을 찾아온 학생은 처음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눈빛이 살아 있었다”라며 어린 시절 우상혁의 육상에 대한 열정을 회상했다. 이번 2020 도쿄올림픽의 남자 높이뛰기는 축구나 야구 같이 인기 종목이 아닌, 비교적 비인기 종목인 ‘육상’을 고집했던 소년이었던 그가 일군 집념의 결실이었다.우상혁은 지난 8월 1일(일) 도쿄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 35를 넘으며 전체 13명 가운데 4위로 마쳤다.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1997년 이진택이 세웠던 한국 신기록(2m 34)을 경신한 결과다. 우상혁은 한국 육상 선수로는 25년 만의 올림픽 결선 무대에서 최고의 성적을 일궜다.



  높이뛰기는 육상 기초 종목임에도 접근이 까다로운 종목이다. 기본적으로 도약한 뒤 정면을 바라보지 않고 등을 돌려 뛰어야 하고, 공중에서는 활처럼 허리를 휘어야 하기에 엄청난 담력을 요구한다. 높이뛰기는 신체적 조건도 중요하다. 육상을 하기에 적합한 체형은 키가 크면서도 몸무게는 적게 나가야 한다. 1m 88cm의 우상혁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단신이다. 그는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대회 한 달 전부터 하루에 한 끼를, 그것도 소량으로 먹어야 하는 고된 시간을 거쳐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육상을 잘하기 위해서는 세분화된 기술도 필요하다. 높이뛰기를 하기 전 도움닫기를 시작할 때에는 직선으로 달리다가 곡선 구간에서 변화를 줘야 하고, 도약할 때는 한발로 해야 한다. 우상혁 선수는 왼발이 마지막 구름발(길게 뻗어 있거나 넓게 퍼져 있는 구름의 덩어리 모양의 발)인데, 여기엔 좌우 양발의 크기가 다른 요인도 있다. 그는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발(265㎜)보다 왼발(275㎜)이 크고, 이에 우상혁은 발 앞꿈치의 탄력을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는 왼발로 경기를 뛴다. 그는 “발 크기가 달라 균형감 유지 훈련을 많이 했다. 짝발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윤종형 코치는 “바를 넘은 뒤에도 바닥을 향하는 머리를 앞으로 숙여야 발이 바에 닿지 않으면서 안전하게 떨어진다. 미세하게 기술적인 요소가 경기력을 좌우한다”라며 우상혁이 그만큼 노력을 많이 했음을 전했다.



  덧붙여 우상혁이 이와 같은 기록을 낼 수 있는 것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우상혁은 고통을 즐기는 마인드가 있다. 2016 리우 대회 예선탈락에 이어 두 번째 올림픽에서 본선에 오른 우상혁은 이날 ▲1차(2m 19) ▲2차(2m 24) ▲3차(2m 27) ▲4차(2m 30) 시기에서 모두 한 번 만에 바를 넘었다. 그때마다 밝은 표정으로 양쪽 손을 흔들며 관중석의 응원을 유도했다.



  5차(2m 33) 시기에서 두 번째 시도 만에 바를 넘긴 우상혁은 6차(2m 35) 시기에 한국 신기록을 경신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우상혁은 7차(2m 37) 1차 시기에 실패하자, 7차를 건너 뛰어 8차(2m 39) 시기로 도전 차수를 옮겨 두 차례 시도했으나, 아쉽게도 실패하면서 2m 35의 기록으로 4위를 차지했다. 그래도 밝은 표정을 하며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부친 우경원씨는 “아들이 올림픽이라는 부담 큰 경기에서 자신의 기량을 모두 발휘해 아쉬움은 없고, 고생한 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라며 “국민들께서 미소천사 애칭도 붙여주시고 많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이어 우상혁의 경기를 본 육상계 관계자들은 “우상혁 선수가 보여준 기록은 우리나라 육상계에서 희망의 신호탄”이라며 찬사를 남겼다. ‘짝발’이라는 불리한 요소를 뛰어넘어 피나는 노력으로 극복한 선수. 앞으로 우상혁의 경기가 더욱 기대된다.





▲ 레이저런에서 결승선 통과 후 포옹하고 있는 정진화(왼쪽)와 전웅태(오른쪽)                                                                          출처 : 연합뉴스



하나도 어려운 걸

5개나? 근대5종



  근대5종은 ▲수영 ▲펜싱 ▲승마 ▲육상 ▲사격을 연이어 진행해 기록을 점수화한 뒤, 이 점수의 총합으로 순위를 매기는 종목이다. 근대5종은 고대 그리스 전사가 지녀야 할 전투기술들을 스포츠화 한 종목이며, 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이 고안했다. 근대5종은 1912 제5회 스톡홀름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고, 여자 근대5종은 2000 시드니올림픽 때 추가됐다. 예전 올림픽에서는 근대5종 단체전도 있었지만,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을 끝으로 폐지됐다.



  펜싱은 상대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공격 가능한 에페로 진행된다. 참가 선수 전원과 한 번씩 대결을 펼치며, 1분 동안 누가 먼저 1점을 따내는지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수영은 200m 자유형으로 진행된다. 기준 시간은 2분 30초, 기준 점수는 250점이다. 기록 1초 단축 시 2점을 얻게 된다.



  승마는 15개의 장애물이 설치된 코스를 완주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본 점수는 300점이며 장애물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면 감점된다. 말은 추첨을 통해 배정받고 20분 동안 워밍업을 할 수 있다. 낯선 말이다 보니 교감이 가장 중요하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 4위를 기록했던 아니카 슐로이(31·독일)는 이번 2020 도쿄올림픽에서 중간 합계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말이 선수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등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슐로이는 승마에서 0점을 기록하며 최종 순위 31위로 마감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기대주였던 황우진은 말에서 떨어지는 아찔한 사고도 있었다. 처음 보는 말과 교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지만, 승마는 고대 전투에서 상대 말을 빼앗아 타는 것이 유래된 종목이기 때문에 그 취지를 잘 살렸다고 볼 수 있다.



  근대5종의 마지막은 사격과 육상을 합친 레이저런이 장식한다. 경기는 20m 육상으로 시작된다. 그 뒤 5발의 사격과 800m 육상이 4번 반복된다. 사격은 타깃을 5번 맞히면 통과하는 것이며 무한정으로 쏠 수 있다. 타깃을 못 맞히더라도 최대 사격 시간 50초가 끝날 때까지 달리기를 못 하는 것 말고는 페널티는 없다.



  근대5종은 한 국가에 남·여 각각 2장씩 최대 4장의 출전권이 주어지는데, 이번 2020 도쿄올림픽에서 ▲전웅태(26·광주광역시청) ▲정진화(32·LH) ▲김세희(26·BNK저축은행) ▲김선우(25·경기도청)가 출전했다. 대한민국 선수 4명 모두 올림픽에 출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남·여 근대5종 모두 8월 5일(목)에 시작됐다. 첫날 펜싱에서 전웅태, 정진화, 김세희, 김선우는 각각 9위, 5위, 2위, 14위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8월 6일(금)에 여자 근대5종 나머지 종목들이 진행됐다. 김세희는 펜싱과 승마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레이저런 이전까지의 종합 순위에서 2위를 기록해 대한민국 근대5종 사상 최초 올림픽 메달을 기대케 했다. 아쉽게도 김세희는 최종 11위를 기록했지만, 이는 대한민국 여자 근대5종 최고 순위에 해당한다. 김선우는 최종 17위를 기록했다.



  8월 7일(토)에 남자 근대5종 나머지 종목들이 진행됐다. 전웅태와 정진화는 수영에서 각각 6위와 7위를 기록하며 흐름을 이어나갔다. 변수가 큰 승마에서 전웅태는 첫 번째 장애물에서 낙하했지만 그 이후로 장애물들을 안정적으로 넘으며 289점을 획득했고, 정진화는 까다로운 말이 배정돼 걱정이 많았지만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293점의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레이저런 이전까지의 종합 순위에서 전웅태는 4위, 정진화는 2위를 기록하며 동반 메달을 기대케 했다. 마지막 레이저 런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승부 끝에 전웅태는 최종 3위를 기록하며 대한민국 근대5종 사상 최초 올림픽 메달을 획득했고, 정진화는 4위를 기록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전웅태는 “비인기 종목인 근대5종을 선택해서 후회한 적도 있었지만, 많은 분이 도와주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라며 소감을 밝혔고 “대한민국 근대5종은 이제 시작이라 생각하며 내년 아시안게임과 2024 파리올림픽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앞으로도 많은 응원을 부탁했다. 전웅태는 작년에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고민을 털어놓은 적 있다. 고민은 2020 도쿄올림픽이 1년 밀려서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 아닌 우리나라 사람들이 근대5종이란 종목을 모르는 게 아쉽다는 것이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근대5종을 우리나라에 알리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뛰었던 전웅태는 대한민국 근대5종의 역사를 썼고, 그의 진심이 전해져 국민들은 근대5종에 열광했다.



포스트 마린보이,

황선우



  수영은 피지컬이 경기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동양인한테 불리한 종목이다. 약 10년 전 우리나라에는 ‘마린보이’ 박태환이 있어서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번 2020 도쿄올림픽에서 ‘포스트 박태환’의 등장에 이목이 쏠렸다.



  7월 25일(일)에 진행된 자유형 200m 예선에서 황선우(18·서울체고)는 1분 44초 62를 기록하며 조 1위이자 예선 전체 1위를 기록하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 기록은 대한민국 신기록이자 박태환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기록했던 1분 44초 80을 11년 만에 뛰어넘은 것이다. 다음날 열린 준결승에서 1분 45초 53의 기록으로 전체 6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대한민국 수영 선수가 올림픽 결선에 진출한 것은 2012 런던올림픽 이후 9년 만이다. 7월 27일(화)에 진행된 결승에서 7번 레인을 배정받은 황선우는 50m, 100m, 150m를 모두 1위로 통과하며 메달을 기대케 했다. 그러나 무리한 오버페이스로 인해 지친 탓이었는지, 마지막 50m 구간에서 힘에 부치는 모습이 보였고 결국 7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뒤이어 열린 자유형 100m 예선에서 47초 97의 기록으로 대한민국 신기록을 작성하며 전체 6위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7월 28일(수)에 100m 준결승이 열렸다. 전날에 있었던 ▲자유형 200m 결승 ▲자유형 100m 예선 ▲자유형 계주 예선 등 체력적인 문제가 우려됐으나 47초 56으로 대한민국 신기록과 아시아 신기록을 동시에 갈아치웠다. 황선우는 대한민국 수영 선수 최초로 자유형 100m 결승에 진출했는데, 이는 아시아 선수로서 1956 멜버른 올림픽 이후 65년 만의 기록이다. 결승에서는 47초 82를 기록하며 5위를 기록했다.



  비록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으나, 세계적인 선수들 사이에서 18세의 어린 동양인 선수가 메달권에 근접한 것은 세계를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황선우는 200m 자유형 예선 경기 이후 인터뷰에서 “생각보다 안 떨려서 괜찮았고, 기록을 달성해 만족한다”라며 “일반 대회랑 똑같이 뛰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는데, 큰 경기에 강하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직 어린 선수인 만큼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대한민국이 스포츠 강대국이 되려면 인기 종목과 비인기 종목의 격차가 줄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2020 도쿄올림픽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서채현이 결승에 진출한 스포츠 클라이밍과 대한민국 수상 스포츠 종목 역사상 첫 올림픽 결승 진출한 요트 등 선전한 종목들이 많다. 국민들이 여러 종목에 관심을 가져, 비인기 종목 선수들이 더욱 힘내고 좋은 결과를 거둬 대한민국이 한층 더 발전한 스포츠 강대국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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