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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나라 복지의 새로운 길을 고민하다
오경은 ㅣ 기사 승인 2022-05-11 14  |  659호 ㅣ 조회수 : 25

  우리나라 복지의 새로운 길을 고민하다





  우리대학 안에서는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로, 우리대학 밖에서는 국제노동기구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을 거치며 복지국가를 연구한 전문가로서 우리나라 복지에 대해 연구해온 이가 있다. 2021 세종도서에 『한국 복지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졌나』가 선정됐다. 책의 저자이자 우리나라 복지 정책 연구에 대해 힘써온 김영순 기초교육학부 교수를 만나 그의 이야기와 복지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정치학자로서 복지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보통 정치외교학과가 아닌 사회복지학과에서 연구하는 분야라는 인식이 많은데 다른 선진국에서는 예산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복지 비용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가 제게 핵심적인 이슈가 됩니다. 또한 우리대학에는 정치외교학과가 없기에 기초교육학부 소속으로 학생들에게 정치학개론(정치의 이해)이나 국제정치학개론(글로벌 이슈와 국제관계) 등의 교양 수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Q. 『한국 복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졌나』라는 책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제가 정치학자로서 복지 정책을 연구한다고 했는데 이를테면 한국의 연금 정책은 어떻게 돼야 하는지 바람직한 모습이나 구체적인 개선 방법을 연구하는 게 아닙니다. 정치학자로서 복지를 연구하는 것은 복지 프로그램의 세부적인 내용에 초점을 두지 않고 연금, 보육 등의 정책이 어떤 상호작용에서 결정되는지, 구체적으로 각 계층은 어떤 정책을 원하는지에 대해 알아보는겁니다.



  그래서 ‘한국의 복지 국가가 어떻게 만들어졌나’는 한국형 복지 국가의 많은 문제점을 꼬집은 저서입니다. 우리나라는 2차 대전 이후 독립한 나라 중 경제 성장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되고, 민주주의를 성공적으로 이룩했으며 복지국가로도 진입한 유일한 나라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정도의 발전이 어떤 힘으로 이뤄졌나를 설명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물질적으로 부족해서 안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책이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Q. 그동안 복지 국가를 연구해 오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이 있으신가요?

  A. 한국이 복지 국가에 진입했다는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95년에 박사학위 논문을 받았는데 그때가 이제 김대중 정부 들어서기 전이었습니다. 민주화되고 얼마 안 됐을 때 복지국가는 정말 먼 남의 나라 얘기처럼 보였습니다. 또한 한국의 복지는 아주 적은 예산으로 정말 가난한 소수의 사람들만을 시혜로 보호하는 그런 시스템이었습니다. 즉, 복지가 모든 국민의 사안이 될 때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연구자들의 이상은 높아서 복지 선진국들을 많이 찾아봤지만 ‘실제로 우리가 저기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을까’가 남의 얘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초고속 복지 지출 성장이 일어나며 여전히 1인당 GDP에 비해서 복지 지출 수준이 낮은 것과 같은 문제는 많으나 어쨌든 우리나라가 비교 가능한 수준에 올라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자체가 굉장히 놀라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제가 논문을 쓸 때는 주변의 시선이 ‘복지하고 정치하고 무슨 상관이 있느냐 다 그냥 그 제도 하나를 잘 만들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처음 한국에서 쓰기 시작한 ‘복지정치’라는 말이 이제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Q. 그동안 우리나라 선거에서 좌파가 승리하면 복지가 늘어나고 우파가 승리하면 복지가 줄어든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이는 잘못된 인식으로 봐야 하는 건가요?

  A. 사실 맞지 않습니다. 한국의 좌파 정부, 우파 정부라고 하는 것도 정확한 말이 아닌데 하나는 중도 정부고 하나는 우파 정부가 맞는 표현입니다. 한국에서 좌파 정당은 정의당 정도이기에 좌파 정부가 선 적이 없습니다.



  그런 기준으로 보면 조금 더 복지 지출에 적극적이었던 중도 정부 민주당 계열의 정부와 더 우파적인 이명박·박근혜 정부 사이에 복지 지출에 있어서 그렇게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제도를 다시 뒤로 돌리겠다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Q. 국제노동기구에서 일하시면서 해외 여러 정책적인 사례를 접하셨을 텐데 해외 국가 중에 복지 제도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국가는 어디이고 그 이유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A. 판에 박은 대답이지만 스웨덴 같은 나라가 제일 바람직하다 생각합니다. 사람이 타고난 조건이나 운에 무관하게 기본적인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고 그게 기회가 돼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회라고 하는 점이 굉장히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복지 정책 ▲노동 정책 ▲경제 정책이 서로 굉장히 잘 맞물려 있어 선순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낸 나라라는 점에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스웨덴이 우수한 점은 젠더 평등에서도 일찌감치 둘 다 일하고 돌봄에 대한 의무도 똑같이 지는 게 60년대부터 정착된 나라라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전 세계의 모범이 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Q. 새 정부가 이제 곧 시작되는데 출범할 정부가 추구해야 할 복지 정책의 방향은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A. 좀 어려운 얘기 같습니다. 지금 복지 정책에 대해서 아직 청사진을 제대로 명확히 내놓은게 별로 없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상태로 새 정부가 해야 할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을 하는 건 소득 보장 제도의 혁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소득 보장 제도의 혁신으로 일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때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만드는 점이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국민연금이 국민들이 내는 것에 비해 받는 게 많게 설계돼 있는데 고령화로 인해 적자가 쌓이고 있고, 더욱이 이전 정부에서 미루고 있었던 점이기에 손봐야 할 것입니다.



Q. 우리나라의 기초생활 수급 제도에 대해 어떤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여태까지 제일 큰 문제점으로 많이 지적됐던 건 실제로 가난하고 노동 능력이 없는데도 돈을 못 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된 원인이 부양 의무자 기준 때문이라는 말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꾸준히 완화해 왔는데 지금도 한 5만 가구 정도가 그 기준을 적용받는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부양 의무자 기준을 없애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Q. 우리나라에서도 조금씩 기본소득 제도가 논의되고 있는데 기본소득 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이재명 후보가 하겠다고 했던 기본소득 제도는 청년들에게 연 200만원을, 일반인에게는 연 100만 원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예산이 조 단위로 들지만, 월 8만 원 주면 누구한테 도움이 되겠습니까. 현재 모든 복지제도에 들어가는 돈이 242조인데 그렇게 되면 ‘▲연금 건강보험 ▲아동수당 기초연금 ▲온갖 장애인 관련 제도를 다 없애고 그걸 줄 것인가?’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금의 복지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엄청난 증세가 필요한데, 계속 증세를 미루고 있으면서 시한폭탄을 계속 키워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기본 소득 제도를 도입하지만 증세에 대한 대책은 없는 상태로 진행하겠다고 하는 게 맞지 않다고 생각하며, 제가 보기에는 별로 정의롭지도 않은 결과를 가져올 거라 생각합니다.



Q. 매년 우리나라에서는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극심한데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지금의 구조는 바람직할까요?

  A. 다른 대안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구조는 ▲노동자 대표 ▲기업주 대표 ▲전국 대표 공익위원 이렇게 3자가 모여서 결정을 합니다. 고용주 대표는 안 올리거나 최소한으로 올리자, 노동자 대표는 많이 올리자고 주장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러면 결국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이 공익 대표인데, 이 공익 대표는 정부가 임명합니다. 그렇기에 정부 색깔에 따라서 차이가 나게 됩니다. 약간의 디테일은 손 볼 수 있을지 몰라도 노·사·정이 같이 결정한다는 기본 구조는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Q.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중산층에게 돌아가는 복지 혜택이 적다는 목소리가 많은데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사람들은 주로 자기가 받는 혜택은 혜택이라고 생각 안 하고 남이 받는 것만 봅니다. 그러니까 사실 건강보험 제도에 있어 미국 중산층보다 한국 중산층은 훨씬 돈이 잘 들지만, 건강 보장이 잘 되는 겁니다. 그다음에 보육 서비스도 스웨덴보다 우리가 훨씬 더 관대한 편입니다. 중산층의 개념이 모호해 시작된 문제 같은데 소득 하위 70% 이러면 사실 상위층을 잘라낸 거지 중산층을 배제한 건 아니게 됩니다. 그렇기에 기초연금조차도 중산층을 배제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Q. 복지 제도를 연구하시면서 혹시 지금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이 있으신가요?

  A. 제 연구분야는 복지 정치 쪽이기에 저에게 주요 단체 공식 입장의 배경이 중요합니다.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했고 ▲여당은 어떤 입장인지 ▲야당은 어떤 입장인지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어떤지와 같은 객관적인 성명 외에 막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배경을 현직일 때는 인터뷰를 해도 보안상의 이유로 얘기를 안 해줍니다. 그래서 문서들이 다 공개되고, 사람들을 자유롭게 인터뷰할 수 있게 돼야 쓸 수 있게 돼서 간격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Q. 우리나라의 복지가 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질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지만, 양적으로 팽창한 것 자체도 굉장히 획기적인 일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 얘기했다시피 이런 나라가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들 눈은 스웨덴에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이 든 것이고, 이 정도 됐다는 점도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김대중 정부 이전에는 복지라는 개념이 시혜고 낙인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복지는 그렇지 않습니다. 복지가 가난한 사람들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연금 ▲건강보험 ▲실업급여와 같은 시민권의 일부로서 복지가 정착된 점이 한국 사회에서 굉장히 획기적인 일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Q. 마지막으로 성인으로서 선거권을 행사하고 사회생활을 해나가는 우리 대학 재학생들에게 혹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A. 정치에 관심을 가지라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노동이나 복지 정책에 대해서 자기 문제라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선거 때 후보 별 큰 차이가 없다고 하더라도 정당별로 결국 차이가 조금씩 있습니다. 그렇기에 노동이나 복지 공약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관심을 쏟는다고 세상이 당장 바뀌는 건 아니지만, ‘관심을 가져야 덜 나빠질 수 있고 조금씩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라고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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