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을 찾습니다, 방치된 자전거
자전거는 소음공해와 매연 배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친환경 이동수단이다. 젊은 층에서는 전기자전거나 전동 킥보드가 인기지만, 운전면허가 없는 사람들에게 자전거는 여전히 사랑받는 이동수단이다. 하지만 쉽게 타는 만큼 쉽게 버려지는 것일까, 서울 시내를 걷다 보면 도로 난간이나 자전거 보관대에 나뒹구는 먼지 쌓인 자전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 제2학생회관 앞 자전거 보관소에 어지럽게 놓인 자전거들
수거된 자전거,
지난 5년간 8만대
서울시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약 5년간 길거리에 방치돼 수거된 자전거 대수는 7만 9,848대다. 이는 연간 약 1만 5천대에 이르는 양으로 2013년 8,482대에 비해 77% 증가한 수치다. 이중 소유자에게 반환되는 비율은 평균적으로 1%에 불과하다.
방치된 자전거(이하 방치자전거)는 제한된 주차 시설을 불필요하게 점유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간이 지나면 낡고 녹슬어 도시의 미관을 해치기도 한다. 방치된 자전거, 주인을 찾아주기 어렵다면 법률로써 관리할 수는 없을까?
자전거 관리를 위한
법률 규정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하 자전거법)에 방치자전거 관련 조항이 존재한다. 자전거법 제20조제1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도로 ▲자전거 주차장 ▲그 밖의 공공장소에 자전거를 무단으로 방치해 통행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원칙적으로 자전거 방치가 위법이라는 것이다. 지하철역 근처 공용 자전거 보관대 또한 자전거 주차장에 해당하므로 해당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 자전거법 시행령 제11조에서는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 및 시장·군수·구청장은 10일 이상 공공장소에 무단으로 방치돼 통행을 방해하는 자전거를 이동해 보관해야 하고, 그 날부터 14일간 자전거 ▲종류 ▲모양 ▲제조회사명 ▲방치됐던 장소 등을 해당 특별자치시·특별자치도 및 시·군·구의 게시판 및 인터넷에 공고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14일이 지난 자전거는 소유권이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돼 ▲기증 ▲매각 ▲공영자전거 운영사업에 활용된다. 등록된 자전거라면 등록자에게 문서로 알리는 것이 원칙이지만, 자전거 등록이 선택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등록 비율이 현저히 낮아 유명무실한 수준이기 때문에 사실상 주인을 찾기는 어렵다. 소유자 반환 비율이 1%를 웃도는 이유다.
우리대학 캠퍼스 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서울시에 법적인 수거 권한이 없어 방치자전거가 누적되기 때문이다. 이영민 서울시 자전거정책과 주무관은 “국립대 내 자전거 보관대의 경우 해당 대학 소유이므로 자전거법에서 명시한 공공장소에 해당하지 않아 방치자전거의 수거가 어렵다”라면서도 “다만 대학에서 요청할 경우 수거를 검토해볼 수는 있다”라고 전했다.
재생자전거로
다시 태어나다
서울시는 자전거 중고 거래 업체 라이트브라더스와 협력해 ‘재생자전거’ 사업을 운영 중이다. 재생자전거 사업은 수거된 방치자전거를 수리해 재판매하는 서비스로, 지난 1월부터 베타서비스 형태로 시작해 플랫폼 개편을 거친 후 본격화됐다. 특히 제품 상세페이지에서는 재생자전거를 구매했을 때 감소할 것으로 기대되는 탄소 배출량을 표시해 소비자가 친환경적인 소비를 실감할 수 있도록 했다. 평균 가격은 10만원 이하로 새 자전거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며, 재생자전거 특성 상 택배 거래는 불가능하다. 재생자전거 판매 수익은 서울지역자활센터 참여주민의 자립을 위해 사용된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공익을 추구하는 사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재생자전거 사업은 아직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5월 12일(목) 기준 라이트브라더스 홈페이지에서 판매 중인 재생자전거는 4대에 불과하며, 판매 완료된 재생자전거를 모두 포함해도 151건의 게시물밖에 확인되지 않는다. 방치자전거 특성 상 부품이 온전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노후화가 상당히 진행돼 수리비용이 적지 않게 들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방치자전거를 줄이는 것, 즉 개인의 책임감 있는 관리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할 수 있다.
일상 속
작은 실천이 해답
그렇다면 올바른 폐기 방법은 뭘까?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자전거를 버리고 싶다면 대형 생활 폐기물로 배출해야 한다. 구청 또는 인터넷 민원에서 유료로 대형 생활 폐기물 스티커를 교부받아 자전거에 부착 후 배출하면 된다. 이때 폐기물 신고 번호를 종이에 수기로 작성해서 부착해도 된다. 방치자전거로 의심되는 자전거를 발견했다면 수거 요청도 가능하다. 다산콜센터(120)로 연락하거나 스마트폰 앱 ‘서울 스마트 불편신호’를 활용해 접수하면 된다.
방치자전거로 인해 여러 시민과 공공기관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개인의 사소한 실천이다. 올바른 폐기 방법을 준수하고 방치자전거를 신고하는 작은 실천으로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